▲ 조폭 동료간에 빚어진 이번 살인사건은 영화 <친구>의 스토리 라인과 너무나 흡사했다. | ||
사건의 골자는 성남 폭력조직 신관광파의 행동대장 이아무개씨(26)가 동료 조직원 문아무개씨(25)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
이씨는 피해자인 문씨를 상대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마치 패러디한 것처럼 그대로 재현했다. 흉기로 가슴과 등을 수차례 찔렀을 뿐 아니라, 도망가는 문씨를 붙잡아 목 등 급소를 일곱 차례나 난자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 두 사람이 초등학교 때부터 소위 ‘불알 친구’로 통할 만큼 주위에서 부러워하는 절친한 친구지간이었다는 사실. 피해자 부모조차 “평소 이군이 우리를 아버님 어머님으로 부르며 따랐는데 그럴 리가 없다”며 반신반의하고 있을 정도다.
피해자 아버지인 문아무개씨(54)는 아직까지 사건을 믿을 수 없다며 치를 떨었다. 문씨는 “제일 친한 친구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녀석이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씨가 털어놓은 가해자 이씨는 평소 서글서글한 성격이었다. 문씨에 따르면 아들이 소속돼 있는 신관광파 조직원들은 평소 자주 문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았다. 전체 단합대회뿐 아니라 조직원이 교도소에서 출소할 때면 으레 이곳을 찾았기 때문에 조직원들과도 안면이 있었다.
특히 이씨는 깡마른 체구와는 달리 성격이 좋았다. 아들 친구이기도 하지만 붙임성이 좋아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며 따랐다는 것. 문씨도 그런 이씨가 좋아 아들처럼 대했다.
그러나 문씨는 아들이라 믿었던 이씨로부터 뒤통수를 맞아야 했다.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아들이 무참히 살해됐기 때문이다. 문씨는 “사건 전날 밤에도 가게에 올라와 아들이랑 술을 먹었다”며 “그런 친구가 왜 그같은 일을 저질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문씨는 특히 이씨가 일곱 군데나 아들을 난도질한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의 사인은 흉기의 대동맥 관통. 가슴이나 등 부분을 찔리기는 했지만 흉기가 목의 대동맥을 관통한 것이 결정적 사인이라고 한다.
문씨는 “한두 번이라면 충동적으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도망가는 사람을 쫓아가 일곱번이나 찔렀다는 것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원수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 살인자(왼쪽)와 피살자로 운명이 바뀐 ‘두 친구’는 평소 같은 모양의 문신을 하고 다닐 정도로 절친했었다. | ||
이 과정에서 이씨는 학교를 중퇴하고, 아들은 특기인 태권도를 살려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이같은 환경도 두 사람의 우정을 갈라놓지는 못했다. 아들은 결국 이씨를 따라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중퇴했다.
이후 두 사람은 나란히 폭력 조직에 가입하게 된다. 이곳에서도 두사람은 두터운 우정을 과시했다. 문씨가 동거를 해 용인의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까지 한 집에서 살았을 정도로 두 사람은 붙어 다녔다.
사건을 수사한 성남 중부서 왕재현 형사는 “두 사람은 용과 칼이 들어간 문신을 똑같은 모양으로 새길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며 “조직에서조차 두 사람의 우정을 부러워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런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순. 관광파 두목인 이아무개씨(28)가 출소 후 관광파와 덕재식구파의 잔존 세력을 모아 신관광파를 결성하면서부터였다.
이아무개씨가 새 조직을 만들자 문씨가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 기존 조직에서 탈퇴를 선언한 게 그 계기였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는 조직원들로부터 평판이 좋았다. 사채업을 통해 상당액의 돈을 모은 문씨는 평소 ‘동생’들에게 후하게 베풀었다고 한다. 틈나는 대로 동생들에게 용돈을 줬을 뿐 아니라, 감옥에 간 동생들을 대신해 가족들의 뒷바라지까지 책임졌다는 것.
이에 반해 이씨는 점점 그 파워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씨가 문씨를 살해할 것을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결국 이씨는 “술이나 한잔 하자”며 문씨를 성남 제일시장 내 포장마차로 불러낸 뒤 무참히 살해했던 것이다.
문씨를 살해한 이씨는 뻔뻔스럽게도 문씨의 문상을 왔고,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씨가 윗선의 지시를 받고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가 자신만의 단독범행으로 주장해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석 프리랜서 zeu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