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IB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 부자가 추진했던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는 물량이 방대하고, 일부 조건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앞서 12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1627만 1460주(43.99%) 중 502만 2170주(13.39%)를 씨티그룹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할 예정이라고 공지를 보냈다.
매각 희망 단가는 12일 종가보다 7.5~12% 할인된 금액인 주당 26만 4000~27만 7500원으로, 매각이 성사되면 정 회장 부자는 1조 3000억~1조 40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공정거래법상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그룹 중 대주주 일가 지분이 상장 30%를 초과하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에 이를 규제하고 있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9%로 낮아진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이번 거래가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재차 강조하며 “공정거래법 취지에 따라 중소기업에 사업기회 개방을 확대하는 등 계열사 간 거래를 축소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해 왔다. 이러한 기조는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3년 매출액(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10조 1747억 원으로 2012년 9조 2729억 원보다 9018억 원 증가했으나, 내부거래액은 2013년 2조 9665억 원으로 2012년 3조 2495억 원보다 2830억 원 감소했다.
이와 함께 이번 지분 매각 무산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및 후계 승계에도 당분간 차질이 생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정의선 부회장이 ‘실탄’을 마련,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인 현대모비스와 지분 교환을 추진한다는 후계 승계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