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사는 “지난 80년대부터 관악산에서 금품을 터는 사건이 종종 벌어졌다. 그러나 지역이 워낙 넓은 데다 산 일대가 경찰의 통신망의 사각지대여서 범인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에 차씨를 검거하기 위해 잠복했을 때도 남부경찰서 형사들은 따로 빌려온 무선장비로 의사소통을 했다고 한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한 방범 대책 마련이 시급한 대목이다.
관악산 다람쥐가 ‘유명’해진 것은 지난 9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사건 때문이다. 당시 26세였던 김아무개씨가 3년간 관악산에 출몰하며 무려 60여 차례나 강도·강간을 저지르다 검거됐던 것. 김씨는 당시 형사들이 “어찌나 산을 잘 타고 빠르던지 김씨와 바로 앞에서 맞닥뜨려도 잡지 못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날랬다. 그래서 김씨에게 붙은 별명이 ‘관악산 다람쥐’. 뭇 다람쥐들의 ‘원조’가 된 셈.
그러나 ‘다람쥐’ 김씨는 자신의 잦은 범행으로 관악산에 등산객의 발길이 뚝 끊기자 민가에 내려와 ‘도토리’를 구하다 덜미가 잡혔다. 이 고참 형사는 “당시 김씨가 배가 고파 산에서 내려와 인근 마을의 한 구멍가게를 털다 경찰에 붙잡혔다. 제 아무리 ‘다람쥐’라도 평지에서는 꼼짝 못하는 법 아니냐”고 전했다.
그러나 김씨가 검거된 뒤에도 ‘관악산 다람쥐’는 계속 출몰했다. 그만큼 김씨를 모방한 범죄들이 많았던 것. 지난 2003년에는 등산로 주위에 들끓는 다람쥐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용의자가 노끈으로 자살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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