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유로 인해 또 다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여전히 그의 입국을 강하게 반대하는 의견과 이제는 입국을 허용해도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죠. 이에 대해 병무청은 단호한 입장입니다. 병무청 김용두 부대변인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유승준의 입국 허용 내지는 국적 회복)을 두고 국민들 사이에 괜한 논란이 야기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얘기합니다.
따라서 법적인 문제부터 봐야 합니다. 국적법 제9조는 ‘국적회복에 의한 국적 취득’을 다루고 있습니다. 국적법 9조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은 법무부장관의 국적회복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유는 과거 유승준이라는 이름의 대한민국 국민이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으로 분류돼 국적회복허가를 받아야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은 국적회복허가 신청을 받으면 심사한 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며 네 가지 호를 두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3호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입니다. 스티브 유가 바로 여기 해당됩니다. 따라서 지금이라고 군대를 가서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고 싶다는 스티브 유의 얘기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병무청이 스티브 유의 입국 허가와 국적 회복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몇 가지 예외적인 방법은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언급하기 위해선 먼저 스티브 유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우선 미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회복해 다시 한국인 유승준이 되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는 미국 국적을 유지하며 한국에 입국하는 것인데 관광 비자로 가족과 함께하는 개인적인 방문은 허용해주는 것입니다. 세 번째 역시 미국 국적을 유지하며 한국에 입국하는 것인데 비즈니스 비자 등을 발급받아 가수 등 연예계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첫 번째 방법은 현재의 국적법으로 불가능합니다. 스티브 유는 지금이라고 군에 입대할 수 있다면 군에 입대해서라도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물론 국회에서 ‘유승준 특별법’ 같은 것을 만들어 지금의 국적법을 개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민생법안도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만약 바로 오늘 어느 국회의원이 ‘유승준 특별법’을 발의한다 할지라도 이번 19대 국회 내에 통과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과연 어느 국회의원이 낙선의 위험을 안고 이런 법안을 발의할까요? 또한 유승준 특별법이 발의될지라도 엄청난 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일부 부유층에선 ‘유승준 특별법’을 환영할 수도 있습니다. 군 입대를 앞둔 20대 초반의 아들을 해외로 유학 보내 미국 등 외국 국적을 취득하게 만든 뒤 군 입대 제한인 만 38살을 넘겨 다시 국적을 회복시켜 주면 너무나 손쉽게 합법적인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게 됩니다. 어차피 해외 유학을 생각 중인 부유층 입장에선 고민의 여지도 없는 훌륭한 방법이지요.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들에게 국적 회복의 기회가 생기는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이탈한 뒤 만 38살이 넘으면 국적을 회복하려는 자’가 급증할 수 있습니다. 병무청이 스티브 유에게 매우 단호한 입장인 까닭은 바로 그가 병역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유는 심경 고백에서 “나는 지금 사상범이나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정치범들과 같이 이름이 올라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로 언급했습니다. 분명 테러범은 전세계적의 적입니다. 그렇지만 병무청 입장에선 병역법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스티브 유의 주장이 사상범이나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정치범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로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아직도 스티브 유는 본인이 어떤 잘못을 했으며 지금의 선처 주장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세계적인 강국인 미국의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을 약소국이라고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일까요?
게다가 최근 스티브 유의 한국 국적 회복 움직임이 미국 국세청(IRS)의 해외 계좌 납세 의무 이행법(FATCA) 제도 도입으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FATCA로 인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도 합니다. 스티브 유의 속내가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런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그를 다시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유승준 특별법’은 실현 가능성이 더욱 떨어집니다. 만약 실제로 그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려는 의도에 FATCA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를 위한 유승준 특별법은 한국과 미국 사이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습니다.
‘유승준 특별법’, 과연 스티브 유는 병역법의 근간을 흔들고 한미 외교 문제까지 비화될 수 있는 법 개정이 자신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인터넷 생중계 방송을 통해 사죄의 뜻을 밝혀 일부 국민들의 동정표를 산다고 이런 어마어마한 일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만약 그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번 심경 고백 역시 이런 취지의 발언이었다면 오히려 대한민국 외교부가 한국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든 미국 시민의 행위를 두고 미국 외교 당국에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국적을 유지한 채 관광 비자 등으로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하는 두 번째 방법은 인권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13년 동안 스티브 유를 입국 금지시키는 것이 과도하다는 입장의 국민들 대부분은 개인적인 방문은 허용해주자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중요한 선결 과제가 있습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조용히 입국해 개인적인 용무만 보고 다시 출국할 것이라는 믿음을 병무청과 법무부에 심어줘야 합니다. 이번처럼 대대적인 화제를 양산하며 인터넷 생중계로 심경 고백을 하는 것은 사죄의 메시지보단 연예계 복귀를 원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병무청은 스티브 유에 대해 더욱 강력한 의견을 피력하고 나섰습니다.
단순히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입국해 가족의 산소에 들리고 지인들을 개인적으로 만난 뒤 돌아가는 여행 수준의 방문은 충분히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 분명 이는 인권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사안입니다. 그렇지만 아시아 최고의 스타가 되고 싶다는 스티브 유가 원하는 것이 진정 이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여 관광 비자로 입국해 국내 연예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연예계 컴백을 위한 준비를 하는 상황이 포착된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파장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세 번째 방법은 자세한 언급이 불필요할 정도입니다. 우선 입국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가 백번 양보해 관광 비자를 내줄 수는 있어도 비즈니스 비자를 발급해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들어와 영리 활동을 하기 위해선 다양한 절차가 필요한데 현재 법무부가 스티브 유에게 이를 허용해줄 리 만무합니다.
게다가 연예인이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데, 과연 그에게 다시 인기가 허용될까요? 지금의 여론이 급변해 외국인 신분인 스티브 유가 다시 대한민국에서 인기 가수가 될 수 있을까요? 연예부 기자 입장에서 볼 때 현재 시점에선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가 한창 인기를 얻던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활동했던 인기 가수들 역시 지금은 대부분 활동을 중단했으며 최근 ‘토토가’ 열풍으로 잠시 반짝하다가 다시 잊혀지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엄청난 반대 여론을 뚫고 스티브 유가 과거의 인기 가수 유승준이 될 수 있을까요?
차라리 본인이 말했듯이 성룡처럼 아시아를 대표하는 엔터테이너가 되는 길이 더 빨라 보입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스티브 유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에서 엄청난 순위를 기록하며, 아니 몇 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다면 행여 스티브 유의 내한 공연이 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그 역시 이뤄질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