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사는 지난 6월 3일 당진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지방자치 활성화 토론회’에서 “자치관할권 조정 문제를 현재처럼 행자부 장관이 위원회를 둬서 결정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정신으로 봤을 때 매우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법적인 절차와 국민 여론을 통해 지방자치제도의 확립을 위한 법 개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산과 당진, 서산, 경기도 평택, 화성 등 아산만권역은 어떤 경우든 하나의 권역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싸움을 냉정하고 치밀하게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방자치 활성화 토론회’에서 자치단체의 자치관할권을 강조했다.
이처럼 안 지사가 당진평택항 매립지 관할권 문제를 싸움에 비유하며 냉정하고 치밀하게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빼앗긴 관할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루한 법정싸움과 국민여론 형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진평택항 매립지에 대한 관할권 분쟁은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니라 199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충남 당진시는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당진평택항 서부두에 제방을 쌓고 공유수면을 매립하자 2000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 2004년 승소해 권한을 행사해 왔다. 법정싸움을 통해 관할권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09년 매립지 행정구역을 행자부 장관이 결정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또다시 관할권 분쟁이 터졌다. 경기도 평택시와 평택지방해양항만청장은 지방자치법이 개정되자 당진평택항 매립지 귀속 지방자치단체 결정 신청건을 제출, 5년 만에 행자부 소속 지방자치단체 중앙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당진평택항 제방 안쪽에 위치한 매립지 총 28만 2746㎡는 당진시, 나머지 매립지 총 67만 9589㎡는 평택시 관할이란 결정을 얻어냈다.
이에 충남도는 지난 5월 18일 절차적 흠결, 행정관습법상 해상경계를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 위반, 당진시 관할구역을 확정한 시 승격 법률 배치, 행자부 장관의 실체적 판단재량 일탈·남용 등을 이유로 대법원에 행자부 장관 결정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해 놓은 상태다.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도 ‘권한쟁의심판’ ‘위헌법률심판’을 각각 청구, 제청할 예정이다.
법적절차에 따른 사법적 대응과 함께 국민여론 형성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응방안도 마련했다. 해상에 대한 지방정부의 자치권 인정, 매립지에 대한 관할 지자체 결정기준 마련, 기타 관할구역 설정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법률 검토 및 개정 등 입법상 흠결을 치유하기 위한 대안을 국회에 제시할 방침이다.
향후 지루하게 진행될 당진평택항 매립지 관할권 문제를 안 지사가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진수 기자 ilyo77@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