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삼성카드와 코스트코 간의 계약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과 관련해 검사팀을 가동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5월 삼성카드가 코스트코와의 독점 계약 연장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신용카드 업계는 적잖이 술렁거렸다. A 카드사가 삼성카드를 제치고 계약을 따낼 것이라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들이 지난 2000년부터 16년째 독점 계약을 맺어온 삼성카드와 코스트코의 밀월관계가 깨질 것으로 전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형카드사인 A 사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당시 A 사는 코스트코에 ‘백지계약서’를 내민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만 맺게 해준다면 어떤 조건이건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
그런데도 코스트코가 A 사를 물리치고 삼성카드를 택하자 카드업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관심은 자연스럽게 삼성카드가 내건 조건이 무엇이었는지로 옮겨갔다. 카드업계를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조차 “도대체 무슨 제안을 했는지 우리도 무척 궁금하다”고 했을 정도였다.
삼성카드가 과연 어떤 제안을 했는지는 2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무리수’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삼성카드와 코스트코 간의 계약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검사팀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삼성카드와 코스트코의 계약조건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데는 그럴 만한 근거가 있다. 원리원칙을 따른다면 사실상 재계약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이번 계약 전까지 파격적인 가맹점 수수료를 적용하거나 수수료를 올리되 위약금 등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코스트코를 우대했다. 삼성카드는 금융당국이 여신금융전문업법을 개정해 대형가맹점은 1.8~1.9% 수준으로 수수료를 올리도록 한 2012년 이전까지 0.7%의 낮은 수수료를 통해 코스트코의 환심을 샀다.
중간에 법이 바뀌며 수수료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되자 수수료 인상분만큼을 위약금이라는 명목으로 되돌려주는 묘수를 짜내기도 했다. 위약금의 경우 위법 여부가 애매한 부분이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삼성카드가 맺은 계약이 수수료체계 개편 이전에 5년짜리로 체결됐다는 점을 인정해 문제삼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5월 새로 체결된 계약부터는 문제가 다르다. 낮은 수수료를 적용할 수도 없고, 위약금 등을 지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와 코스트코 간의 재계약 협상은 장기간 표류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양측은 올해 1월부터 협상에 돌입했지만 4개월이 흐르도록 합의점을 찾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16년간의 밀월관계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 보이자 카드업계에서는 황금알 뺏기가 시작됐다. 삼성카드가 제공하던 특혜가 무효가 된 만큼 코스트코를 붙잡을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 업계 선두권 카드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코스트코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이번에도 삼성의 손을 잡았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아예 경쟁입찰조차 실시하지 않고 삼성카드와의 실무진 면담을 끝으로 계약연장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카드는 이 실무진 면담에서 백지 계약서를 뛰어넘는 조건을 내밀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약속한 혜택이 지나쳤던 것인지 금융당국의 ‘촉’을 자극하고 말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여신전문검사국 산하 모 팀을 통해 카드업계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팀은 삼성카드와 코스트코 간의 계약에 문제가 있는지에 관한 제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미 카드 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코스트코에 리베이트를 제공키로 약속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다. 가맹점수수료 인상에 따라 코스트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200억 원대 이상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카드가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기로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거나 정황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개별기업 간의 계약을 들여다볼 수 없다”면서 “신빙성 있는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면 삼성카드의 계약조건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반기에 있을 금감원의 신용카드사 검사계획에 삼성카드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시기를 명시할 수는 없지만 삼성카드 검사계획이 잡혀 있다”면서 “코스트코와의 계약 내용이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만약 금감원 검사를 통해 삼성카드와 코스트코 간의 계약에 리베이트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21일부터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경우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신용카드사가 대형 가맹점과 거래하도록 부당하게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경우 벌금형은 물론 징역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보상금이나 사례금 등 명분에 관계없이 대가성이 있으면 모두 리베이트로 간주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잔꾀’가 통할 여지가 크지 않다.
삼성카드와 코스트코 간의 계약은 5월 23일 체결됐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7월 21일부터 시행된 새 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리베이트의 경우 계약시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결제금액에 따라 사후정산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만약 리베이트가 있다면 새 법의 그물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7월 21일 이후에 카드결제가 이뤄진 건에 대한 리베이트는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만에 하나라도 삼성카드가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경우 강력히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금감원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제보 등이 확보되면 곧바로 검사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리베이트가 있었다면 경영진의 형사처벌까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