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도는 걸그룹 ‘EXID’ 하니의 직캠(왼쪽)과 ‘스텔라’ 민희의 직캠 캡처.
다만 직캠의 대상이 되는 걸그룹 멤버들은 직캠이 그리 달갑지 않다. 무대 안무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방송사 카메라와 달리 직캠은 특정 부위를 부각시켜 찍기 때문이다. 특히 걸그룹들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기 때문에 격한 안무를 하다보면 은밀한 신체 부위의 일부가 노출되는 일도 발생된다.
무대 위에서 걸그룹들이 바라보는 직캠은 마치 관음증에 취한 이들의 망원경처럼 보인다. 이 기획사 대표는 “어떤 현장을 가도 카메라를 들고 따라 다니는 남자 팬이 있다. 걸그룹 멤버들은 그들이 지금 어떤 신체 부위를 찍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수치심에 치를 떨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행위는 넓은 의미로 볼 때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을 바라보는 은밀한 시선을 직접 법으로 제지할 수는 없으나 고성능 카메라를 이용해 은밀한 부위를 촬영 후 유포하는 것은 해당 걸그룹 멤버들에게 치명적인 정신적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이 활성화되는 것도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격려와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스타들이 바라보는 채팅창에는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성 발언이나 인신공격이 담긴 댓글이 넘친다.
최근 요리 연구가 백종원,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각 출연진이 진행한 인터넷 방송을 편집해 내보내는 프로그램이다. 각 출연자는 채팅창을 열어놓고 네티즌과 소통하며 방송을 진행한다.
제작진은 인터넷 방송이 시작되기 전 악의적 댓글과 성적 농담 등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TV로 방송될 때는 이런 악플을 걸러서 내보내지만 실제 출연자들은 고스란히 악플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여성 출연자들에게는 성적 비하나 성적 농담이 많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던 가수 홍진영은 방송 진행 도중 “지금 뭐 욕도 있고 한데, 여러분께 다 감사드린다”며 “제 방까지 찾아 와서 욕하는 거면 저한테 관심 있으신 것이지 않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들이 악플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한 방송 관계자는 “출연자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제작진에게 미리 고지를 받지만 막상 무분별한 악플이 계속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남성에 비해 여성 출연자들은 성희롱에 가까운 악플을 지속적으로 보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여배우들도 의외의 상황에서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연기 도중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현재 가해자가 된 남성 배우는 “연기의 일환이었을 뿐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 남자배우는 해당 영화에서 하차했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노출 장면이나 성적인 행위를 보여주는 장면 촬영은 여배우들에게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촬영 전 계약서를 통해 구체적인 수위와 촬영 방법을 명시하고 촬영 현장에는 카메라 감독과 배우들 외에는 모두 퇴장하는 등 사전에 의견을 조율한다.
이런 조율 과정에서 문제가 빚어지기도 한다. 올해 초 여배우 A는 출연하기로 했던 영화에서 하차했다. 이 영화는 노출 수위가 높기 때문에 A가 출연한다는 사실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A는 촬영을 앞두고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벗은 몸을 미리 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모멸감을 느껴 출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이 영화는 제작 자체가 무산됐다.
이를 두고 해당 감독의 측근은 “장면의 일부는 대역 배우를 써야 하기 때문에 비슷한 몸매를 가진 대역 배우를 구하기 위해 신체적 특징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였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못했다. 해당 여배우로서는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사 장면을 둘러싸고 여배우들은 무방비 상태에 놓일 때가 많다. 노출하는 것 자체도 부담스러운데 살을 맞대고 연기하다보면 감정이 격해져 약속된 수위를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촬영을 마친 후 장면 편집 과정에서 여배우가 원치 않는 수위의 노출까지 포함돼 감독과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대표는 “여배우는 배우이기 전에 여성이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대중 앞에서 벗은 몸과 정사 장면을 보인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결정”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약속에 의해 촬영과 편집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조절하지 못해 성추행에 가까운 일을 당해도 유명인이기 때문에 문제 삼지 못하고 속앓이를 할 때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