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사진) 이종범 이승엽 등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부산아시안게임 드림팀에 참가하 면서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는 프로야구 열기를 다시 달굴지도 모른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 co.kr | ||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22명의 선수들로 구성된 드림팀V. 선수들마다 느끼는 감회는 큰 차이가 없어도 저마다 대표팀에 얽힌 사연과 각오는 남달라 보인다. 4년 전 구성된 드림팀I은 박찬호를 간판선수로 내세우며 6전 전승이라는 기록으로 금메달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만월드컵에 출전한 드림팀IV에서는 군 미필 선수 위주로 라인업이 구성되며 6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드림팀V의 구성을 보면 예전의 기록은 살려나가되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선수 선발과정이다. 실력에 앞서 군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수를 먼저 고려한 나눠먹기식의 선수 기용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드림팀에 뽑혔다는 자부심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위기의 프로야구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살려보겠다는 선수들이 사명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사실이다. 월드컵 이후 축구장으로 빼앗긴 관중들을 이번 아시안게임을 전후해서 예전 프로야구의 명성을 되돌리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선두에 이종범(기아)과 이상훈(LG)이라는 두 축이 있다.
두 선수의 이름값만 따진다면 드림팀에 선발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그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두 선수는 유독 드림팀은 말할 것도 없고 굵직굵직한 세계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98년 원조 드림팀이 탄생했을 때, 이종범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하고 있어 합류하지 못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92바르셀로나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벌어진 91년 제16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뼈아픈 실수로 인해 패배한 기억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다 보니 10여 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이종범으로서는 그 각오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고참으로서 기량만큼이나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 “실력 좋은 후배들이 많이 선발돼 군 면제라는 보너스까지 받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개인보다는 전체를 위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말에서 그의 각오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상훈 역시 예외는 아니다. 프로야구에서 쌓은 명성이 국가대표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드림팀I에서는 박찬호(당시 LA)와 김병현(당시 성균관대) 임창용(당시 해태)이 지킨 철벽 마운드를 지켜봐야 했고, 드림팀II에서는 구대성(당시 한화)과 정민철(한화)의 활약이 매스컴을 도배했다.
이상훈으로서는 다시 국내로 유턴하며 시작한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내야와 외야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승엽(삼성)과 이병규(LG)는 이미 예전 드림팀에서도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전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99년 아시아 정상에 오를 때 타자에서는 단연 이병규가 돋보였고 국민타자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을 상대로 역전 결승타를 터뜨리며 극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그동안 드림팀을 거쳐간 많은 선수들 가운데 붙박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인 국가대표라는 점과 좌우 타선의 균형을 맞춰줄 주연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의 공격력이라는 평가를 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FA선수로 롯데를 떠나 SK에 새 둥지를 튼 김민재로서도 이번 대표팀 발탁에 따른 감회가 새롭다. 구단 투자에 인색한 롯데에서 간판타자로 인정받기는커녕 방출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드림팀은 그를 국가대표로 인정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공격보다는 수비로, 백업요원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경쟁자들이 많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선발되고 나서 누구보다도 놀란 사람은 나일 것”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서 대기만성형 선수의 여유가 느껴진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