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안동진 선수(24·경남도청)와 결승전에서 맞붙어 금메달을 획득한 추성훈은 굳이 그 상대가 한국 선수였다는 점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조국을 메쳤다’는 일부 언론의 시각에 대해서도 순간적인 아픔은 있지만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반박조차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오사카에 위치한 집에서 쉬고 있다는 추성훈은 비교적 솔직한 태도로 민감한 질문들에 대해 답해 나갔다. 다음은 추성훈과의 일문일답.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 오면서 여러 가지로 복잡 미묘한 심정이었을 것 같다. 귀화 후 처음 밟는 한국땅이라 과연 어떤 마음으로 부산행 비행기에 올랐을지 궁금하다.
▲부산에는 같이 운동했던 친구들이 많아 출국일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팬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되고 떨렸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일본으로 돌아갈 때의 기분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
▲글쎄, 이상하게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더욱 견고해진 ‘벽’을 느꼈다고나 할까. 좀 그랬다. 같은 핏줄임이 분명한데도 여전히 난 이방인에 불과하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으로 귀화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알려진 대로라면 국내 유도계의 심한 텃세와 해외파 출신에 대한 차별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런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그게 전적인 이유는 아니다. 텃세 운운하는 말은 내가 한 얘기가 아니다. 난 실력이 안됐다.
세계선수권자였던 조인철(25·용인대 조교로 은퇴 전까지 추성훈을 상대해서 1패만 했던 국내 유도계의 1인자)은 분명 세계적인 타이틀을 가질 만한 큰 선수였고 난 그를 이길 실력이 모자랐다. 조인철을 이은 권영우도 강한 선수였다. 사실 조인철이 은퇴하면 그 자리는 내 차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 유도는 뿌리가 깊었고 선수층이 두터웠다. 안되는 건 안되는 거였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문제로 귀화를 한 것인가. 항간에선 돈 때문에 일본으로 돌아간 거라는 소문이 있었다.
▲난 유도가 좋아서 한국에 간 것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다보니까 유도만 해선 먹고 살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유도를 하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일본은 그런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추성훈은 헤세 간사이 실업팀 소속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안동진 선수와의 결승전 결과를 놓고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국내 유도 관계자들이 많다. 심판의 편파 판정 때문에 금메달을 일본에 빼앗겼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대답하기 어려운지 한참 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음, 남아서 다른 경기도 계속 봤는데 대체적으로 심판 판정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고 본다. 판정을 보는 시각은 다분히 주관적인 시각도 개입되는 게 아닌가.
―일본 귀화를 안한다고 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등 매끄럽지 못한 태도로 비난을 받았다. 어떤 다른 사연이 숨어 있나.
▲핏줄 하나만 믿고 한국 생활을 택했던 나에게 현실은 여러 가지 짐을 안겨주었다. 그로 인해 고민하고 방황하면서 확실한 주관과 의지 없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부모님이 오사카에 살고 계셨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일이 잦았는데 한국에서 힘들게 지내다 일본에 가면 굉장히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유도와 관련 없는 속앓이로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 편히 유도만 할 수 있을 거라는 ‘유혹’이 날 이끌었다. 단지 그뿐이다.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유도를 하고 싶다는 추성훈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사귀는 여자가 없어 구체적인 결혼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좋은 여자가 생긴다면 하루 빨리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시종일관 진지함과 솔직함이 배어나는 음성에서 추성훈의 색다른 면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한편 권성세 한국 유도대표팀 감독은 “유도계의 텃세는 추성훈한테만 있는 일이 아니다. 전기영, 윤동식 등 모두 힘든 환경에서 유도했고 1인자 자리를 차지했다. 추성훈의 귀화 이유는 실력 부족을 인식한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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