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법원 내부에서는 사법고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희망의 사다리, 사법시험 존치의 필요성’ 토론회. 연합뉴스
“로스쿨 출신들을 선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사시 출신)는 로스쿨 출신들이랑 0.5기 차이로 구분을 했죠. 기수는 그렇게 정리했지만 우리 선배도 후배도 아닌 존재죠. 우리끼리는 당연히 선후배로 호칭을 정리하지만, 로스쿨 출신들은 그냥 ‘누구누구 씨’로 부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술자리에도 개인적 인연이 있던 사람이 아니면 잘 부르지 않아요.”
사시를 통과하고 검찰에 갓 들어온 한 검사의 말이다. 사시 출신 판·검사 10명 중 9명은 로스쿨 얘기가 나오면 표정이 달라진다. 특히 개천용(개천에서 용 난 타입), 일명 ‘흙수저’ 출신들은 로스쿨 제도에 대한 ‘한’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 연수원 40대 기수 한 검사의 말이다.
“저처럼 처음부터 사시에 뜻이 있었던 사람을 기준으로 학부에서 법 전공하며 4년, 사시 준비하는 데 최소 1~2년, 연수원 2년까지 고려하면 적게는 7년, 많게는 10년 이상 법만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로스쿨 출신들은 고작 3년 대학원 다니고 자기네들끼리 시험 통과해서 변호사가 됩니다. 그리고 6개월 정도 연수를 하고 오면 검찰에서 우리 선배나 동기, 후배가 됩니다. 공평합니까? 10년 공부한 걸 저들은 단 3년으로 우리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는 게. 로스쿨이 금수저를 위한 제도라는 게 드러난 것 아닙니까? 솔직히 4년 존치로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완전 존치로 가야죠. 그래야 저 같은 흙수저들이 희망을 가지고 법조인을 꿈꾸지 않겠습니까.”
법원도 검찰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판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한 법조인은 그 대안으로 ‘공정한 경쟁’을 제안하기도 한다.
“로스쿨, 취지는 좋죠. 그런데 같은 회사(법원)에서 생활하면서 접한 그들 중 대부분은 그 실력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재판에 들어오는 변호사를 봐도, 누가 로스쿨 출신인지 사시 출신인지 90% 이상 구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법리에 대한 깊이가 달라요. 물론 그들 전부를 폄하하려는 게 아닙니다. 자질이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더 이상의 갈등을 막기 위한 시험을 도입했으면 좋겠어요. 사시가 4년이든, 계속 존치하든 사시 출신하고 로스쿨 출신하고 같은 시험을 한 번 보는 거죠. 그리고 성적을 공개해 그것을 기반으로 평가와 인사를 하자는 얘기죠. 그럼 우리보다 성적이 좋은 로스쿨 출신에 대해 납득하겠죠.”
법원과 검찰 조직 내 위치에 따라 로스쿨 제도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은 다소 달라진다. 1~4년차 판·검사들이 ‘실력 차이와 공정한 평가’를 우려한다면 10년 정도 조직 생활을 한 이들은 ‘문화’를 우려한다. 한 수석검사의 경고다.
“우리는 연수원에서 교육받는 2년 동안 강도 높은 ‘예절’ 교육을 받았습니다. 밤에 갑자기 숙소에 선배들이 와서 확인하는 군대 점호와 같은 교육도 있었죠. 또 시보를 나가서 접하는 검찰과 법원 선·후배들로부터, 옷차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직 내 불문율이 뭔지 배웠죠. 그런데 로스쿨 출신들은 그런 조직 문화를 전혀 모르고 들어와요. 그러다보니 더욱 어울리지 못하죠. 공부를 조금 한 탓에 실력 차이가 나는 것은 뭐, 어쩔 수 없다고 쳐요. 공부한 기간이 명백히 차이가 나니. 그건 우리가 가르칠 수 있어요. 그래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죠.”
개인주의적 분위기가 만연한 로스쿨 문화 탓에 조직 융화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한 로스쿨 출신 검사는 첫 부임 인사를 하는 자리에, 검사장급 상사를 처음 만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청바지를 입고 왔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한 부장급 검사는 로스쿨 출신들의 ‘의지’를 지적한다.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로스쿨 출신들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오히려 ‘기회 불평등’을 하소연한다. 특히 검찰 특유의 ‘인사 폐쇄성’을 비난한다. 로스쿨 출신 검사의 말이다.
“저도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죠.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기회를 주지 않아요. 검찰은 인사가 전부인 곳인데 계속 지방 검찰청으로만 인사를 내니 어떻게 실력 있고 잘나가는 사시 출신 검사들하고 공정하게 경쟁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사시를 4년만 일단 남기겠다는 것은, 계속 존치 쪽으로 가겠다는 메시지임에 뻔한데 그럴수록 우리가 그들하고 어울리고 융화될 기회는 더 없어지겠죠.”
실제로 출세 코스로 분류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나 법무부, 대검찰청에서 로스쿨 출신으로 근무했던 검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심지어 로스쿨 출신이지만 실력을 인정받은 몇 안 되는 검사 중 한 명은 얼마 전 사표를 썼다. 개인사정을 이유로 들었다고 하지만 내부에서는 ‘출신성분’에 따른 추측이 난무했다. 그렇다고 모든 검찰 관계자들이 로스쿨을 비판하고 사시존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재경 지청 한 부장검사의 분석이다.
“로스쿨 제도가 비판을 받고, 결국 일시적인 사시 존치가 결정이 됐지만 10년 뒤를 가정해 봅시다. 그때는 결국 로스쿨 출신이 대부분인 검찰로 구성돼 있을 텐데, 당연히 로스쿨 검사들만의 문화가 주도할 겁니다. 그렇게 때문에 지금의 우려는 아무런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출신 여부를 놓고 내부에 팽배한 ‘갈등’이 큰 사건과 만났을 때입니다. 지금은 로스쿨 출신들이 다 연차가 어리지만 10년이 지나 이들이 대한민국을 뒤흔들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가 됐을 때 사시 출신 검사와 로스쿨 출신 검사가 사건 처리에 대한 이견이 생긴다면, 그리고 그 갈등이 출신 성분으로 확대된다면 외부에서 우리 검찰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법원은 로스쿨 출신 채용을 놓고 검찰보다 고민이 조금 더 심하다. 법원 행정처 고위 관계자의 솔직한 말이다.
“아직 우리는 로스쿨 출신들이 많지 않아요. 그럼에도 우리도 검찰처럼 기수에서 로스쿨 출신들이 열외된 상태로 봐야 하더군요. 어떻게 저들을 우리 조직에 융화시켜 하나로 끌고 갈지에 대한 고민이지만, 우리 회사(법원)는 ‘우수한 인력 확보’라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입니다.”
로스쿨 출신들 중 우수한 인력을 곧바로 데리고 올 수 있는 구조인 법무부(검찰)보다는 5년 경력 조건을 채운 법조인(변호사, 검사)만 뽑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다소 ‘꼼수’를 부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법원은 매년 100명을 선발해 각 고등법원의 재판연구원으로 임명한다. 임기 2년인 재판연구원들은 판사를 도와 사건 심리, 판례 분석, 재판 조사연구를 담당하는데 2년의 임기를 마친 이들을, 법원이 곧바로 국선전담변호사로 뽑는 방법으로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법원이 이런 식으로 우수 인력을 사실상 채용 보증과 같이 ‘입도선매’ 하면 법원의 품 안에서 3~4년간 경력을 쌓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재판 연구원들이 대거 국선전담 변호사로 뽑히며 실제로 대법원이 주도하는 입도선매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좋은 성적의 로스쿨·사시 출신’을 관리한다는 건데, 법원은 공식적으로는 꼼수가 없었다고 부정한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털어놓은 솔직한 의견이다.
“법원행정처에서 뭔가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것은 없어요. 정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본능적으로 뛰어난 인재를 보면 욕심이 나죠. 무엇보다 ‘평판’이 남죠. 또 국선변호인을 뽑는 것도 우리 법원의 일인데 좋은 변호사를 뽑기 위해 평판 확인이 들어오기 마련이죠. 그럼 우리가 그들에 대한 평가를 전해주고, 그러다보면 일을 잘했던 애(재판연구원)들이 당연히 국선변호사가 되지 않겠습니까?”
또 다른 부장판사는 입도선매와 사시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솔직히 우리는 백지 상태의 에이스가 와야 합니다. 그동안 법원은 검찰보다 연수원 성적이 더 좋은 사람들이 왔고, 그러다보니 검찰에서도 우리 판결에 순응하는 부분이 있었죠. 더 성적이 좋았던 친구의 법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며 납득하는 게 있을 수밖에 없죠. 사시 출신은 연수원에서 ‘등수’가 나옵니다. 그런데 지금 로스쿨 제도에서는 그게 안 돼요. 성적을 공개한다고 해도 공정성에 납득할까요? 로스쿨 제도는 백지 상태의 에이스를 뽑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또 실력이 있다고 한들 경력 5년을 채운 사람 중 검찰이나 변호사 업계의 논리에 설득되지 않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대형 로펌에 있거나, 검찰에 있다 보면 법원이 왜 그동안 그런 입장에서 법리를 적용해 왔는지, 데리고 와서 우리만의 색깔로 물들이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재판연구원-국선변호인’을 거친 친구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도, 더 나아가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가 명백히 나와 있는 사시 출신을 선호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남윤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