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환-이혜원 커플. | ||
최근 이적 협상에서 갖가지 악재를 맞아 ‘꽈배기’ 형태를 보이고 있는 안정환(27)과 김도훈(33)이 주변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패션쇼 모델로 분해 상체 노출이나 다름없는 옷차림을 뽐냈던 것. 화려한 의상과는 달리 사실 두 선수의 속마음은 편치 않은 상태다.
1부의 메인모델로 나선 김도훈은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전북 현대와 계약을 맺지 못한 향후 일정에 대해 커피숍에서 간단한 기자회견을 가졌고 안정환은 기자들과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벌이면서도 유럽행과 관련해서는 어떤 코멘트도 내놓지 않았다.
해마다 구단과의 계약이 끝날 때마다, 꼬이는 이적 문제로 인해 노하우를 쌓아서인지 안정환은 예상과 달리 편안한 모습이었다. 매번 힘들게 얽혀있다가도 결론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복잡하게 돌아가는 바깥 상황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패션쇼 참가도 갑작스런 결정이었다. 매니지먼트사인 이플레이어에선 이적 협상중이니 외부 활동을 자제해 주길 바랐지만 안정환은 결혼식 예복을 협찬해준 앙드레 김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었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아내 이혜원씨와 함께 모델로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호텔 2층에서 메이크업을 마치고 기자와 잠깐 인사를 나눌 때도 안정환은 평소의 차분한 모습과는 달리 밝고 환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는 의외의 제스처를 보였는데 민감한 질문을 꺼내자 “나중에 말하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안정환의 유쾌한 겉모습과는 달리 이적 상황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안정환의 입단이 유력한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사회에서 안정환 영입과 관련해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14일로 연기되면서 ‘혹시나’하는 갖가지 추측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 김도훈이 지난 8일 앙드레김 패션쇼 무대에서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워킹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PM사가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면서 안정환을 영입한 것은 유럽으로 진출하게 될 경우 이적료를 보전받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려 1백만달러 이상을 손해보면서까지 안정환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 향후 PM사와의 갈등이 생각지 못한 파문을 낳을 전망이다.
PM사는 그동안 안정환을 CF모델로 데뷔시켜 수익을 창출할 생각이었지만 자사 관련 CF 2편에만 출연시키는 등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고무적이었던 일은 안정환과 미스코리아 출신 아내 이혜원씨의 인기가 갑작스런 상승세를 타며 화제를 몰고 왔다는 사실.
그러나 안정환의 유럽 진출 계획이 알려지자 일본 내 상품가치가 J리그에서 활약할 때만큼 높지 않다는 게 PM측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13일 이플레이어의 안종복 대표가 PM사, 그리고 시미즈 S 펄스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고 14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이 날 경우 안정환의 진로가 가시화되겠지만 시계 제로 상태의 안정환은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전북 현대 조윤환 감독과의 불화로 인해 ‘불량감자’가 돼버린 김도훈도 자고 나면 달라지는 협상 과정 때문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다. 패션쇼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날 때만 해도 J리그 ‘주빌로 이와타’의 입단 제안을 거부하고 스승 차경복 감독이 이끄는 성남 일화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었다.
그러나 성남 일화측에서 자유계약선수인 김도훈의 고액의 몸값과 은퇴를 앞둔 노장 선수라는 부분을 이유로 난색을 나타내는 바람에 잘나가던 이적 문제가 복잡한 양상을 띠고 말았다. 더욱이 ‘히든카드’였던 J리그 주빌로 이와타에서조차 김도훈 영입을 백지화시키고 브라질 용병을 알아보겠다고 밝혀 김도훈은 한순간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때 일본으로 다시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설득력 있게 나돌았고 연봉도 국내보다 두 배가 더 많은 8억원 정도라고 알려질 만큼 김도훈의 주빌로 이와타 영입은 굉장히 희망적이었다. 그러나 성남 차경복 감독이 김도훈을 붙잡았고 은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돈 대신 명예를 택하기로 한 것.
차 감독도 김도훈의 의사를 전격 수용하고 구단에 입단 요청을 했지만 생각지도 않게 구단에서 반대 입장을 표하자 난감한 처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차 감독은 1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조금만 기다려달라. 김도훈은 꼭 데려올 것이다. 그러나 전북 현대와 이적료 문제가 있어 잠깐 숨고르는 중이다. 아마도 이번 주 토요일쯤이면 결말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차 감독의 목소리는 희망적이었지만 전북 현대가 요구하는 이적료 문제가 어떤 형태로 매듭지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