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한인 세 가족이 구마의식을 벌여 한 여성이 숨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 가족이 구마의식을 벌인 독일 5성급 호텔(왼쪽)과 가해자인 김 씨가 아들, 딸과 머물렀던 남양주 A 교회 인근 컨테이너 건물.
가해자 김 씨가 아들, 딸과 함께 남양주 소재 A 교회를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당시 김 씨는 이혼과 사업 실패 등 연이은 악재로 살 집마저 없는 상태였다. 본래 미국에서 살고 있었던 김 씨 가족은 한국으로 들어와 연고도 없는 경기도 남양주까지 오게 됐다.
김 씨가 처음부터 A 교회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별다른 거처가 없어 머무르던 여관에서 가까운 B 교회의 새벽 예배에 참석한 것이 A 교회와 인연의 시작이었다. 김 씨가 처음 B 교회 새벽예배에 다녀가고 이틀 후 김 씨는 B 교회의 목사에게 상담을 하고 싶다며 연락을 취했다.
B 교회의 목사는 당시 만난 김 씨를 매우 어둡고 우울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B 교회 목사는 “새벽예배 이후 교회를 다시 찾은 김 씨가 ‘그동안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었는데 교회를 오랜만에 찾아 마음이 평온해졌다’고 말했다”며 “말하는 내내 심리 상태가 불안해보였고 자꾸 울어서 대화가 힘들어 결국 김 씨의 아들을 불러 대신 이야기를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김 씨 아들이 ‘나는 모태신앙이고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에도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앞으로도 교회에 다니며 이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씨 일가는 끼니도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B 교회의 목사는 식사를 여러 번 대접했다. 이후 살 곳이 없으니 겨울만 날 수 있는 거처를 부탁했다. 이에 B 교회 목사는 주변 교회에 수소문했고 이 과정에서 대학원 동문인 A 교회 목사에게도 연락이 닿았다.
김 씨가 묵을 곳을 부탁 받은 A 교회 목사는 신도들의 반대에 개의치 않고 교회 옆 컨테이너 건물에서 세 모자의 거처를 마련해 겨울 동안 지낼 수 있게 해줬다. 단층짜리 컨테이너 건물은 원래 교회 청년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찬송가를 부르던 공간으로 쓰였다.
애초에 A 교회 신도들은 김 씨에게 거처를 마련해주는 것에 선뜻 찬성하지 못했다. 김 씨의 신원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는 아들 김 아무개 씨(21)가 교회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딸 김 아무개 씨(19)는 피아노를 알려주면서 신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 교회 아이들은 1년이 지났는데도 이들을 ‘OO쌤’이라고 부르며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피해자인 박 씨와 최 씨는 당시 A 교회를 다니고 있는 신도였다. 이들에게는 모두 15살 아들이 있었다. 아들 공부와 학교생활 등을 이야기를 하며 두 사람은 매우 가깝게 지내온 사이다. 김 씨의 아들이 박 씨와 최 씨의 아들들 영어 공부를 도와주면서 점차 세 가족이 모두 친해졌다. 그 와중에 김 씨와 박 씨가 먼 친척 관계임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이들의 관계는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당시 박 씨와 최 씨는 김 씨의 딸이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그 이전에는 독일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김 씨가 독일 무상교육의 장점에 대해 말을 꺼낸 뒤 관심이 많아졌다. 독일 유학에 대해 자주 물어보던 박 씨와 최 씨가 결국 이민까지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박 씨는 축구를 하던 아들을 한국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가르치고 싶어 했다. A 교회의 한 신도는 “박 씨의 남편은 독일에서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고 박 씨와 최 씨는 김밥과 떡볶이를 만들어 팔겠다며 독일 이민을 결심했다”며 “최 씨는 당시 남편을 여읜 후 박 씨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컸으며 아이들 공부를 제대로 시키겠다는 생각도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김 씨와 김 씨의 아들, 딸이 A 교회를 떠났다. 당시 김 씨 가족은 A 교회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A 교회의 한 신도는 “돈이 없어서 여관비도 못 내던 사람이 어떻게 외국을 간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며 “분명 미국을 간다고 했고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최근 뉴스를 보고서야 그들도 독일에 있었음을 알게 됐다. 미국이 아닌 독일이라 많이 놀랐는데 세 가족이 함께 있다고 해서 더 놀랐다. 그 세 가족이 독일에 함께 있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의 한 장면.
A 교회의 한 신도들은 “이들이 교회에서 주차 안내를 도왔고 예배시간 전에는 한복을 입고 인사도 하며 신실한 생활을 했는데 이런 변을 당해 안타깝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김 씨가 돈이 없으니 박 씨와 최 씨를 꼬드겨 같이 독일로 간 게 아닐까 싶다”고 입을 모았다.
A 교회 측에서도 박 씨와 최 씨 가족이 7월부터 10월까지 어떻게 지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사회생활은 7월 이전과 이후 별 차이가 없었다. 이들의 전 직장동료들이 그 즈음의 얘기를 들려줬다. 이들은 박 씨와 최 씨가 7월부터 다른 교회를 다녔다는 사실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최 씨의 직장 동료인 김 아무개 씨는 “최 씨는 평소 인품이 매우 훌륭했고 장기근속을 할 정도로 성실해서 금의환향할 줄 알았다”며 “7월 이후 집에서 가까운 교회로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후에도 새벽예배를 갔다가 출근했다. 최근 들어 종교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구마행위까지 할 사람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최 씨의 직장동료들은 최 씨가 독일로 떠난 뒤 안부를 묻기 위해 몇 차례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전혀 연락이 되지는 않았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또한 박 씨의 직장 동료는 “박 씨는 평소 매우 쾌활했고 직원 모두가 교회에 다닌다는 것을 알 정도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새벽예배를 다녀온 후에 출근하기도 했다”며 “이민 절차가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돼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이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7월에 교회를 옮긴 뒤 박 씨와 최 씨는 더욱 종교 활동에 매진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김 씨 가족이다. 이미 5월에 미국으로 떠난다고 했던 김 씨 가족이 7월 이후에도 한국에 머물고 있었던 것. 한 매체에 따르면 최 씨와 박 씨 가족은 지난 7월부터 인근의 C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해당 교회에는 박 씨와 최 씨 가족뿐 아니라 김 씨 가족도 함께 다녔다고 한다. A 교회를 떠난 뒤 김 씨 가족이 어디서 숙식을 하며 지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부분은 박 씨와 최 씨 가족과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난 7월 교회를 옮긴 뒤 최 씨와 박 씨의 모습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그들이 7월부터 다닌 C 교회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 씨와 최 씨가 과도하게 종교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의 직장동료들은 두 사람을 교회 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신앙심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종교에 집착하는 지나치게 의존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교회를 옮긴 뒤에는 독일 이민을 매우 서둘렀다고 한다. C 교회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독일 이민을 결정해 만류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게 이들 세 가족은 독일로 떠났다. 가장 먼저 김 씨 가족이 9월경 독일로 떠났고 10월말 즈음에 박 씨와 최 씨 가족이 합류했다. 사망한 박 씨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에는 여전히 ‘독일에 온 지 한 달이 됐고 잘 지내고 있다’고 돼 있다. 기독교 교인으로 알려진 이들이 왜 이처럼 비기독교적이고 잔혹한 구마행위를 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슐츠바흐 저택 이웃들 증언 밤마다 지하서 비명소리 “집 안에 귀신이 있다더라” 독일에 도착한 뒤 김 씨와 박 씨, 그리고 최 씨 가족은 모두 독일 프랑크푸르트 슐츠바흐 소재의 저택에서 단체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독일 검찰 역시 이들 세 가족은 6주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와 슐츠바흐 지역의 한 주택을 빌려 집단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 가족이 단체생활을 했던 슐츠바흐 주택. 최 씨가 비닐에 싸인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그런데 슐츠바흐 저택 이웃들에 따르면 그 집에 9명의 남자, 6명의 여자, 2명의 10대 청소년들이 살고 있었고 밤마다 주택 지하에서 비명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렸다고 한다. 이번에 구마 행위와 관련된 세 가족은 모두 10명이다. 김 씨와 그의 아들과 딸, 박 씨 부부와 두 아들, 그리고 최 씨와 두 아들 등 10명인데 박 씨 사망 당시 박 씨 남편은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한국에 와 있었다. 이웃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집에 이들 세 가족 외에도 누군가가 더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10대 청소년은 두 명이라고 했는데 박 씨와 최 씨는 10대의 아들을 두 명씩 두고 있다. 박 씨 사망 당시에는 두 집의 15살 동갑인 큰 아들들은 있었지만 함께 독일로 이민을 떠난 박 씨의 둘째 아들(13)과 최 씨의 둘째 아들(14)은 그 자리에 없었다. 10대 청소년이 두 명 살았다는 이웃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둘째 아들들은 슐츠바흐의 집에서도 함께 집단생활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독일 언론에 따르면 슐츠바흐 주민들은 “한국인들이 3주 정도 거주한 것으로 알고 있고 한 사람이 독일어로 ‘집 안에 귀신이 살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슐츠바흐 집에서 집단생활을 해온 이들이 모두 독일 언론이 언급한 ‘알려지지 않은 한 종교집단’ 관계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 |
구마의식 기독교와 무관 현지언론 “비밀 종교집단 소속” <독일 PDA통신>은 독일 구마행위 관련 사망사건에 대해 “체포된 5명이 알려지지 않은 한 종교집단 소속이었다”고 보도했다. 프랑크푸르트 검찰은 이들이 사망자에게 악령이 들렸다고 믿고 이를 쫓아내려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숨진 여성이 이런 구마 행위에 앞서 동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살아남은 피해자 최 씨는 지난 11일 귀국해 성남시의 오빠 집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김 씨, 박 씨, 최 씨 등 세 가족은 모두 기독교인이다. 이들의 한국에서의 지난 1년여의 행보가 모두 교회와 연결돼 있으며 독일로 이민을 떠난 뒤에도 김 씨는 현지 한인교회를 찾았었다고 한다. 구마행위로 박 씨가 죽자 로비에 전화를 걸어 찾은 사람도 한국인 성직자였고 그렇게 호텔에 도착해 경찰에 신고를 한 것도 인근 한인교회 목사였다. 그렇지만 분명 이들의 구마행위는 기독교와 무관해 보인다. A 교회 목사는 “김 씨에게 단 한 번도 구마나 퇴마 등의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얘기한다. 이는 독일 현지 교회목사 역시 같은 입장이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 구마 행위는 ‘교회가 어떤 사람이나 물건이 마귀의 세력으로부터 보호되고 마귀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공적인 권위를 가지고 청하는 것’이다. 장엄 구마 예식은 교회법 제1172조에 따라 이를 위해 특별히 교육받아 선별된 성직자 또는 고위 성직자에 의해서만 집전될 수 있으며, 주교의 서면 허가와 정신장애를 배제하기 위한 세밀한 의학적 검사가 선행되어야만 집전될 수 있다. 기독교에도 구마의식이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관계자는 “개신교에서의 구마행위는 목사의 집전 하에 행해질 수 있지만 실제 구마행위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기도 위주로 진행되고 구타 행위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신부와 목사 등 성직자가 없는 자리에서 심한 구타가 동반된 이들의 구마행위는 가톨릭과 개신교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