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선언 후 운동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김동주가 조만간 서울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 ||
그동안 구단 관계자와 자신의 팬 카페 회원과의 만남 외엔 철저히 외부와의 접촉을 피해왔던 김동주는 “운동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개인생활의 얽히고 설킨 문제들로 인해 도망치듯 나왔다”며 전처 천아무개씨와 이혼 후 겪은 갈등이 은퇴 선언의 가장 큰 이유라고 고백했다.
김동주의 휴대폰은 새로운 번호로 바뀌어 있었다. 그동안 몇 차례 전화를 걸고 음성메시지를 남겼지만 묵묵부답이었다가 13일, 가까스로 통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때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김동주와 전처 천씨의 결혼 생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자에게 김동주는 감추기보단 솔직히 털어놓는 방법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는 제의에 김동주는 아직 마음의 정리를 하지 못했다면서 훗날을 기약했고 대신 기자의 질문에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은퇴 선언 후 갑자기 사라졌다. 그동안 복귀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돌았는데 지금 어떤 상태인가.
▲아직 잘 모르겠다. 여전히 은퇴한다는 마음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개인적인 일이 해결돼야지만 (복귀가) 가능한 일이다. 좋은 방향으로 해결을 보려고 방법을 고심중이다.
―‘개인적인 일’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부분을 의미하나. 혹시 이혼과 관련된 얘기인가.
▲그렇다. 정확히 얘기하면 위자료와 양육비 명목으로 내 연봉의 50%를 지급하는 부분이다. 그로 인해 내 생활이 너무 어려워졌고 지금도 여전히 힘들다.
―이혼 합의 과정에서 50%를 주겠다고 말한 사람은 바로 김동주 선수 아닌가.
▲그땐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고 가급적이면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동의를 했다. 그러나 월급이 한두 달 늦게 들어가거나 덜 지급되면 구단으로 전화를 해서 항의를 하고 월급을 차압하겠다며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련의 행동을 보면서 느낌이 팍 왔다.
―직접 전처를 만나 대화를 해봤나. 압박을 느낄 정도였다면 직접 만나 풀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싸우기만 할 텐데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 지난 2000년 큰아들·아내와 단란했던 한때(오른쪽). | ||
▲그런 생각을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돈을 벌면 뭐 하나. 다 그 여자에게 들어가는데. 난 뼈 부러져가며 운동하는데 그 여자는 그냥 앉아서 돈을 버는 게 아닌가. 솔직히 아까웠고 내가 미친 짓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 당시 위자료를 줄 돈이 없어 이런 방식에 합의를 한 것이다. 나중에 주위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나더러 미쳤다고 말하더라. 1∼2년도 아니고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게 견딜 수 없었다.
―양육권과 관련해서 본인 입으로 양육권을 빼앗겼다고 말한 적이 있나.
▲아이들은 엄마가 키웠으면 했다. 그렇다고 내가 애를 안 키우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나보단 엄마가 돌봐주는 게 아이들한테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양육권을 빼앗긴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말한 적도 없고.
―이혼 후 아이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도 자주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아이들이 안 보고 싶을 수 있겠나. 하지만 얼굴을 보거나 전화 통화를 하면 너무 괴로웠다. 어차피 같이 살지 못하는데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준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아예 안 볼 수는 없다. 나중에 애들이 커서 자기 앞가림할 수 있을 정도되면 그땐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혼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다른 여자 때문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게 사실인가.
▲굳이 숨기고 싶진 않다. 하지만 결혼 생활하면서 줄곧 결혼 자체를 후회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 물정도 모르고 결혼했다는 사실이 갈등 요인이었다. 구속과 속박을 받는 것도 싫었다. 집에 있기보다는 바깥에 나와 있는 게 더 편했다. 그러다 한 여자를 알게 됐다. 그 여자를 사랑하고 의지하게 됐고 이혼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여자와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혼 후 전처와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게 되고 인터넷에 이런저런 소문들이 떠돌면서 그 여자와의 사이도 안 좋아졌다. 지금은 따로 떨어져 지낸다.
―고3 때 가정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전처를 만났고 전처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프로야구의 간판타자로 성장했다고 들었다. 전처 천씨가 오랫동안 희생과 인내를 감수하며 또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도 눈 감아 주면서 뒷바라지한 부분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나.
―은퇴 선언 후 어떻게 지냈나. 한번 솔직히 얘기해 보자. 정말 은퇴할 생각은 있는 건가.
▲그 여자(전처)와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복귀하기 힘들다. 어떻게 해서든 해결책을 찾아볼 생각이다. 은퇴 후 다른 일을 해보려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소개받았고 일도 해봤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밝히긴 싫다. 야구만 알고 살던 사람이 갑자기 야구와 동떨어진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보람은 있었다. 역시 내가 가장 잘 하고, 잘 할 수 있는 건 야구다.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팬들은 하루 빨리 복귀하길 바란다. 김동주 선수의 복귀를 원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너무 죄송하다. 운동 때문이 아니라 사생활로 인해 이렇게 행동한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많이 황당하셨을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켜봐 달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김동주는 지금 지방에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곧 서울로 돌아갈 것이란 그에게 조금씩 운동을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은퇴 후 운동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