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에서의 이번 선거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동안 수도권과는 다르다고 인식돼 온 이곳의 정서에 있다. 수도권의 경우 정치적 이슈나 해당 선거구의 특성에 따라 여야가 엎치락뒤치락한 게 그동안의 흐름이었다. 이에 반해 동남권은 비록 19대 당시 야당에 몇 석을 내주긴 했어도 여당의 안방이나 다름이 없는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이런 인식을 완전히 비웃고 있다.
경남 김해을 김경수 예비후보가 20일 오후 유토피아빌딩 10층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있다.
새누리당은 우선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5석이나 뺏겼다. 사상에서 무소속 장제원 후보가 당선된 것을 포함하면 안방에서 무려 6석이나 잃었다. 특히 더민주 부산시당의 핵심 4인방이었던 김영춘·박재호·전재수·최인호 후보에 이어 연제구에서 김해영 후보까지 새누리당 김희정 후보를 누른 건 이변으로 꼽힌다.
이는 부산시민들이 당을 보고 표를 주지 않고 인물론에 입각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의미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이제 더 이상 지역적인 감정을 토대로 여야를 구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김해에서의 결과는 더욱 놀랍다. 더민주는 국회의원 2개 선거구와 김해시장 재선거까지 싹쓸이했다. 물론 선거전 여론조사에서 이미 김경수·민홍철 후보와 허성곤 후보가 각각 상대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런 결과가 일부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이 실제로 현실화되자 다들 놀라는 모습이다.
이번에 선거구가 2개로 나눠진 양산은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하나씩을 나눠가졌다. 갑에서는 새누리당 윤영석 후보, 을에서는 더민주 서형수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른바 ‘낙동강벨트’의 파문을 양산으로까지 확산시켰다.
울산의 6석은 새누리당 3석, 무소속 3석으로 분할됐다. 노동자가 많은 탓에 선거결과가 여당에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19대 때와 비교하면 이번 결과는 여당의 처참한 패배라고 봐도 무방하다.
창원에서는 성산구에 출마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를 10% 이상 따돌리며 당선됐다. 창원이 뼛속 깊은 여당성향의 도시인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의미 있는 성과로 보인다.
이렇듯 부산·울산·창원·김해·양산에 이르는 동남권 거대도시권이 이번 선거를 통해 변화의 움직임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고스란히 여당의 참패로 이어졌다. 이런 신호에 정치권이 향후 어떤 대답을 보일지에 시선이 모인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