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대중교통 대란을 겪고 있는 세종시의 교통실무 책임 공무원이 시내버스 요금조차 몰라 논란이 일고 있다
정작 이 공무원은 내달 15일부터 운영되는 세종시 시영버스 운영시책을 맡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근시안적 행정에 급급해 대중교통 대란을 자초하고 있는 세종시 행정의 적나라한 단편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수 없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30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시영버스 운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신설되는 노선은 총 3개로, 광역노선 1개와 순환노선 2개이다. 광역노선은 홍익대학교 조치원 캠퍼스에서부터 대전 반석역까지로 8대의 차가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순환노선 1호선은 고운동 두루중에서 출발, 아름동과 도램마을 BRT역을 지나 국립세종도서관까지 이어진다. 2호선은 고운동 두루고에서 종촌동, 정부청사 BRT 역을 지난다.
시는 이번에 신설된 노선들은 내년 초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버스구입을 위해 34억원이 투입됐다.
이날 브리핑에서 시영버스 운행과 관련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당연히 광역버스와 순환버스의 요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시민들의 입장에선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교통실무 책임자가 갑자기 당황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버스요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읽을수 있었다. 당황한 그는 동료 공무원에게 넌저시 말을 건냈으며 “시내버스요금이 1200원”이라는 답변을 듣고서야 태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이 어색했나. 이 책임자는 “버스카드만 사용해서 실제 요금은 잘 몰랐다”며 다소 어이없는 변명을 내놔 참석자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세종시의 답답한 대중교통정책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언뜻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섰던 정몽준 의원이 ‘버스를 한번 탈때 한 70원 하나?’라던 무책임한 말이 떠올랐다. 대중교통 실무책임자의 ‘무치’에서 정 의원의 모습이 겹쳐 지나갔다.
세종시민의 발을 책임지는 실무자의 모습으론 너무 안이하고 황당스러움 그 자체였다. 대중교통 담당 실무책임자가 버스요금도 모르고 있는데 세종시 교통시책을 논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날 브리핑에 앞서 세종시 한 관계자의 “이번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 불거졌던 시내버스 노선에 관한 논란들이 불식됐으면 한다”는 발언이 떠 올랐다.
세종시 대중교통 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말들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시 시내버스는 운행간격이 길고 대중교통 정보서비스도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는 원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조치원과 신도시 사이를 이어주는 시내버스 노선이 완비되지 않은데다 버스정류장조차 정해지지 않은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청이 출범한지 4년이 지나도록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 체계조차 정립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의 대안일까. 세종시는 내달 15일부터 한시적으로 시영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게 끝이었다. 시영버스 운영후 대중교통 계획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아직 구체적인 대중교통 시책이 확립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내년 교통공사 발족까지 시영버스가 운영될 예정이다. 세종시의 ‘절름발이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짜증어린 시선이 벌써 어른거리고 있다. 버스구입비로 모두 20대(광역 8대, 순환 12대)에 3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한시적 대중교통 수단에 혈세 34억원이 들어간다.
버스요금을 몰라 허둥대는 대중교통 실무책임자의 모습에서 세종시의 현위치와 자세를 가늠해 보게 된다.
국회분원 이전, 실질적 행정수도 완전이전등으로 세종시는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 현 정부가 부르짖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결국 자신들의 자리와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시적인 시영버스 운행등 설익은 대책보다 하찮은 버스요금을 인식하는 행정이 세종시에게는 무엇보다도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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