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 농민 유가족과 진상규명 투쟁본부 관계자들이 28일 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부검 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은 28일 서울중앙지검이 서울종로경찰서와 협의해 재청구한 백 씨 시신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단,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면서 부검 장소와 방식, 참관인 입회, 촬영 등과 관련된 사안을 백 씨 유족 측과 충분히 협의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경찰에 따르면 법원은 유족이 원할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하고 유족이 희망할 경우 1~2명과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을 허용하며 부검 절차 영상 촬영도 가능하도록 했다. 검찰의 부검영장 재청구를 수용한 배경에 대해서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대중의 관심, 특수성 등을 고려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 씨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백 씨의 사인이 물대포에 의한 외상이 명백하기 때문에 부검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서울대병원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백 씨의 딸 백도라지 씨는 영장발부 사실이 알려진 뒤 이날 밤 10시 30분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들 손에 다시 아버지 몸이 닿게 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 가족은 절대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