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문제는 인류 공통의 문제이자 함께 풀어야할 난제”
[대전=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지난 14일 일본 탈핵 운동가 소노 료타(35·園 良太)씨와 사코다 히데후미(54·迫田 英文)씨가 대전 유성의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 섰다. 그들이 직접 목격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참상을 알리고 탈핵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소노 료타씨는 ‘도쿄전력Action’과 ‘탈피폭 네트워크’의 탈핵 활동가다. 그는 ‘내가 도쿄전력 앞에 서게 된 이유’라는 책을 썼으며 현재 후쿠시마에 거주하는 사람의 피난을 돕고 있다. 사코다 히데후미씨는 ‘AWC(Asia Wide Campign) 일본연락회의’의 전국 사무국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본격적인 탈핵 운동에 투신한 이들은 “인류가 원자력을 완벽히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며 “핵 문제는 인류 공통의 문제이며 함께 풀어가야 할 난제”라고 주장한다.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의 모습은 어떤가?
소노)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현립의가대학병원의 기록을 보면 사고 발생 이후인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백혈병, 뇌출혈, 소장암, 식도암, 전립선암 등 주요 질병의 발병률이 2010년보다 2~3배 늘었다. 전국 각 지역 병원에서 발표한 갑상선암, 심장병 발병률을 보면 후쿠시마와 200㎞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1.5~2배 이상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유일하게 피폭자 조사에 나선 분야가 갑상선암 이다. 원래 갑상선암에 걸릴 확률은 100만명중 1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구 200만명인 후쿠시마에서는 174명이 갑상선암에 걸렸다. 심장병도 늘어나고,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죽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 20㎞ 이내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유령의 거리가 됐다.
문제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은폐하고 축소하려 하고 있다. 외부피폭이든 내부피폭이든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지 조사를 해야 하지만 정부가 나서지 않아 인정된 기준이 없다.
사코다) 후쿠시마로부터 600㎞ 떨어진 곳에서 토양조사를 했다. 고속도로에서 높은 수치의 방사능이 검출됐다. 도쿄에서도 토양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시민단체와 협력해서 조사했다. 그 결과 도쿄 곳곳에서 방사능 수치가 높은 곳 발견됐다. 도쿄와 후쿠시마 사이가 240㎞다. 그 중간 지역은 어떻겠는가. 통계는 없지만 가늠해 볼 수 있다.
-원전사고와의 연관성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있나?
소노) 데이터는 거의 없다.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주변 방사능량을 계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차원에서 밝혀낸다는 것은 어렵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시민들은?
소노) 사고 이후 청년들이 원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며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 정부가 사람의 목숨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세월호 사고 때 한국인들이 느낀 감정과 같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은 한국은 구심점이 만들어져 운동으로 결합된다, 일본은 구심점이 없어 흩어져서 운동을 한다.
사코다) 원전 반대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시위에 잘 참여하지 않는 일본인들이 원전반대에 6만 명 정도가 나왔다.
일본의 언론에서도 대체에너지에 대해 많이 다뤄지고 있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보수언론이었던 도쿄신문도 논조를 바꾸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에서는 원전이나 원자력실험 중 발생한 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소노)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봉은 원전부지 내에서 보관 중이며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 부지 내 보관시설의 여유가 얼마 남지 않아 폐기물을 옮길 장소를 찾고 있지만 어려워 보인다. 현재까지는 처리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후쿠시마다. 후쿠시마에는 수습되지 않은 핵폐기물이 널려있다. 아직도 엄청난 양의 핵폐기물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 핵폐기물을 단순한 검은 봉지에 싸서 운동장 등에 쌓아두고 있다. 비가 오면 봉지가 찢어지며 방사능이 유출된다. 피해는 분명해 보이지만 정부는 조사하지 않는다.
정부는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증강저장시설을 후쿠시마에 건설하기로 했으나 이행되진 않고 있다.
-한국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풀기 위해 ‘파이로 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건식재처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노) 일본도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와 재사용을 위해 ‘몬주 고속로’를 만들었다. 지난 1995년 몬주 고속로에서 다량의 나트륨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가동을 중단했다. 여러 차례 재가동을 시도했지만, 시스템 문제가 지속돼 20년 간 멈춰있다. 그동안 유지비 등 지금까지 약 1조엔이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는 이제 폐로를 결정했다. 고속로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다.
-탈핵은 경제문제와 직결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의존도가 높다(총 발전량의 26.8%). 일각에서는 확실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해체는 위험하다며 오히려 원자력 안전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는데.
사코다) 인류가 원자력을 완벽히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최근 중국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많이 투자하며 대체에너지 강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도 여전히 핵발전의 비중이 높지만, 대체에너지 기술을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성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 북유럽과 독일에서는 대체에너지가 많이 상용화됐다. 이미 20~30%의 전기를 공급 중이다. 새로운 경제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도 할 수 있다.
소노) 전기의 대량소비 자체가 문제다.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한다. 원자력 에너지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원전은 환경을 모두 파괴한다. 핵에너지는 인류가 다루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ynwa21@ilyodsc.com
-
충북도, 코로나19 심신치유 초중고 학생 승마체험 신청 받아
온라인 기사 ( 2021.03.04 08:43 )
-
청주 낭성면 주민 "초정~보은간 송전선로 건설 중단하라"
온라인 기사 ( 2021.03.02 18:06 )
-
청주시향 단원 포함 충북 코로나19 13명 확진…누적 491명
온라인 기사 ( 2020.12.10 1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