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대자루에 담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인천 부평구 굴포천 굴포3교 밑.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사건은 지난 12월 8일 세상에 알려졌다. 청소관리용역업체 직원들이 삼산 집하장에서 모아놓은 쓰레기를 정리하다가 사체가 담긴 마대자루가 발견된 것. 이날 정리에 들어간 쓰레기는 6일전인 지난 2일 굴포천을 청소하며 수거해온 것이었다. 지난 8일 쓰레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윗 부분에 있던 마대자루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루 일부에 구더기가 꼬이고 썩는 냄새가 심했지만 음식물 쓰레기거니 생각해서 별 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던 마대자루였다. 떨어진 마대자루 끄트머리에 둥근 물체가 언뜻 비쳤다.
“저거 아무래도 사람 머리 같은데” 가장 나이가 많은 청소관리용역업체 직원이 말했다. “사람 머리가 여기 왜 있어” 농담으로 넘겼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던 다른 직원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면도칼로 자루의 끄트머리를 잘랐다. 열린 틈으로 보인 것은 자그마한 체구의 여성 시신이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시신은 150cm 가량의 젊은 여성으로 상의는 긴팔 티셔츠, 하의는 칠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실내에서나 입을 법한 가벼운 복장이다. 시신은 심하게 부패돼 일부는 백골화, 물에 젖지 않은 일부분은 미라화 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겨울철에 숨진 뒤 외부에 유기된 시신은 이정도로 부패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유기된 지 오래됐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성이 살해됐는지, 자연사했으나 유기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가능성 모두 시신이 유기된 장소와 함께 생각한다면 도무지 범인의 의중을 짐작하기 어렵다.
시신은 굴포천 3교 밑 유수지 수로에서 발견됐다. 바로 인근에 굴포공원과 반월놀이공원이 있어 밤에도 시민들이 운동을 위해 자주 오가는 곳이다. 길을 건너야 하지만 맞은편에는 굴포 먹거리타운이 있어 새벽까지 다소 많은 인구가 오간다. 더욱이 지상 도로를 이용할 경우는 500m, 다리 아래 산책로를 통해 걸어갈 경우 약 200m 거리에 삼산경찰서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범인이 유기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에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다만 굴포천 3~4교 아래 산책로는 현재 부평구청에서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무성하게 자란 갈대숲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심야에 갈대숲 사이로 몸을 숨긴 채 범행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이곳을 유기 장소로 선택했을 수 있다. 더욱이 시신이 발견된 굴포천 3교의 경우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 4교에는 설치돼 있지만 이곳은 3교의 반대 방향으로 카메라가 향하고 있기 때문에 3교 아래는 완벽한 사각지대가 된다.
굴포천 3교 아래에서 바라본 산책로. 3교 인근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원 기자
다리 인근에 쓰레기로 가득 찬 마대자루들이 즐비해 있다는 점도 범인이 이곳을 시신 유기에 적합한 곳으로 판단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실제로 시신을 가장 처음 목격했던 청소 용역업체 직원 황 아무개 씨(67)는 “시신이 발견된 마대자루가 보통 쌀푸대용 자루가 아니라 80kg짜리 쓰레기용 마대자루였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마대자루 겉만 보고 당연히 쓰레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씨는 또 시신 유기 시점에 대해서 “10월 28일이후”라고 답했다. 이 용역업체 직원들이 지난 10월 28일 이전에도 굴포천을 청소하러 왔었는데, 그 때는 마대자루가 없었다는 것.
경찰은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9일 1차 부검 결과가 나왔으나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신원 파악은 아직 미궁에 빠져있다. 다만 시신의 경추와 늑골이 일부 골절된 사실이 확인됐는데, 숨지기 이전에 입은 부상인지 숨진 뒤 마대자루에 유기되면서 발생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삼산경찰서 관계자는 “사인과 신원파악 등 정확한 결과가 나오려면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며 “현재 모든 형사팀 직원들을 파견해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