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국제 아마추어 페어바둑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김수영-박종욱 페어. 결승에서 대만 팀을 물리쳤다.
[일요신문] 최근 한국바둑이 중국에 밀려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단 한 종목에서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페어바둑이다. 페어바둑은 말 그대로 둘이 한 편이 되어 바둑을 두는 것. 국내에도 정식기전이 있지만 일본에서 특히 즐기는 종목이다. 일본에는 페어바둑협회가 따로 존재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보통의 바둑은 1 대 1로 진행되지만 페어바둑은 남녀가 한 팀을 이루어 한 수씩 번갈아 착점한다. 즉, (흑)여성→(백)여성→(흑)남성→(백)남성 순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지난 12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간 일본 도쿄에서는 국제 아마추어 페어바둑 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올해로 27회째를 맞은 전통 있는 대회다.
올해는 한국과 주최국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유럽, 북미,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 21개국 32팀(64명)이 출전했는데 한국의 박종욱-김수영 팀이 본선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만이 2위, 중국이 3위, 일본의 지역 세 팀이 4~6위로 뒤를 이었고 유럽 페어바둑 챔피언 팀이 7위를 차지, 기염을 토했다. 일본의 지역 팀이 11팀이나 출전한 상황에서 유럽이 7위에 오른 것은 성과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유독 눈길을 끈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의 김수영 선수(26)다. 김수영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전준학과 팀을 이뤄 2연패를 달성한 바 있는데 올해는 박종욱과 팀을 이뤄 대회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페어바둑을 좋아해요. 제 바둑 스타일이 좀 전투적이라 개인전으로 둘 때는 극단적인 양상을 보일 때가 많아요. 하지만 페어바둑은 그럴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나보다 상대를 배려해야 되기 때문에 참아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기회가 오기도 하고…. 바둑을 두면서 바둑을 배운달까, 둘 때마다 신선한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에게는 약간 낯선 페어바둑이지만 올해로 27회째를 맞은 전통 있는 대회다. 올해는 한국과 주최국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유럽, 북미,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 21개국 32팀(64명)이 출전했다.
한국바둑의 개척자 조남철 9단은 일찍이 “바둑은 조화다”라고 갈파한 바 있는데 페어바둑이야말로 반상에서 조화를 구현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의 김수영은 회사 생활과 바둑대회 참가를 병행하는 진정한 아마추어 바둑인이다. 평일에는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 본사에서 근무하다가 주말을 이용해 전국의 바둑대회를 누빈다. 현 아마추어 여자랭킹 1위의 실력파 기사다.
“2년 간 짝을 이뤘던 전준학 선수와는 제가 두 살이 많고, 올해 호흡을 맞췄던 박종욱 선수보단 한 살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그 친구들이 제가 누나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더 편하냐고요? 음…. 전준학 선수는 힘이 좋은 스타일이고 박종욱 선수는 상황에 맞게 저를 잘 리드해줍니다. 그래도 저는 스타일 상 전준학 선수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웃음).”
우승 상품은 아마추어 대회답게 소박한 하와이 여행권 2매. 하지만 대회 분위기가 품격이 있고 참가 선수를 대접해주는 느낌을 받아 매년 꼭 참가하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11회 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며 주최국 일본이 6회 우승, 중국 4회, 북한 2회, 대만이 1회 우승했다.
제27회 국제아마추어 페어바둑선수권대회는 공익재단 일본페어바둑협회가 주최했고 세계페어바둑협회와 국제바둑연맹(IGF)이 주관했으며 JR동일본, 히타치, 일본항공이 협찬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