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철’은 문 전 대표와 함께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전해철 의원과 양정철 전 홍보기획 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일컫는다. 현재 공식적으로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전 의원 한 명뿐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비선에서 문 전 대표의 대권을 돕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끊이질 않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선 3철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요신문DB
비선 논란은 향후 대권 레이스에서 문 전 대표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문 전 대표가 19대 국회의원에 출마할 때도 3철의 입김이 작용했다. 국회에 입성한 뒤에도 변호사 출신인 문 전 대표가 믿고 의지했던 그룹은 3철인 것으로 안다. 정치인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공식적인 당 전략 기구를 포함해 여러 그룹이 문 전 대표 주위에 있지만 청와대 시절부터 함께한 3철은 로열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당과 엇박자를 내는 듯한 발언의 배경으로 3철을 지목하기도 한다. 지난 11월 1일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공개 비상 의원총회에서 “오늘 순간부터 당 메시지와 대통령 후보 메시지를 분리시키겠다. 거국중립내각 문제가 혼란스럽게 보이는 이유는 당 지도부는 말한 적이 없는데 당 대통령 후보가 먼저 말씀하셔서 그런 것이다. 당의 유력한 후보가 하는 말이 당 입장처럼 비춰지는 것은 당에도 부담”이라며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탄핵 국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 전 대표가 12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이 의결되면 다른 말 말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는 데에 대해 우상호 대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선 촛불 세력이 정치화될 수 있고 정치권이 민심에 끌려가는 모양새를 우려했다. 이제 정치권은 탄핵 정국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논의가 끝난 상태였다. 그런데 3철 측에서 ‘즉각 하야’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3철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비교하곤 한다. 3철이 ‘문고리 3인방’처럼 문 전 대표 주위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11월 2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지금 시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누구에게 결재 받고 문 전 대표는 누구에게 결재를 받는다는 소리도 있다”고 말했는데, 박 전 위원장이 ‘누구’라고 지적한 사람이 바로 3철이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민주당 내부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3철의 입김이 결정적이라고 본다. 결정 마지막 단계에서도 3철이 세게 밀면 그렇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정보력과 분석력이 뛰어나진 않아도 3철이 문 전 대표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전해철 의원은 원내에서 문 전 대표를 지원하고 있다. 전남 목포 출신인 전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낼 때 함께 근무했다. 전해철 의원실 관계자는 “이름 뒤에 ‘철’이 붙어서 그렇지, 서로 연락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특히 양 전 비서관과는 연락이 끊겼고 이 전 수석 얘기를 들은 것도 1년 전”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 대선 캠프 기류에 대해선 “당헌·당규에 보면 대선 1년 전에 경선 룰 등을 정해놓고 이 무렵이면 보좌진들도 대선 캠프에 파견 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당 내에서도 움직임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철 전 수석은 문 전 대표 경남고 후배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문 전 대표의 부산 출마를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또 다른 보좌관은 “이 전 수석은 순수한 스타일이다. 정치에 뜻이 없는 것 같다. 서울에 올라온 적도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에서 여행 관련 사업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 또한 “당원은 맞지만 시당과 별도의 접촉은 없다. 매주 토요일마다 부산에서도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데 집회 장소에서 간혹 봤다. 본업에 충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현재 제주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자 출신인 양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 시절 언론 정책을 담당했고,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했다. 또한 문 전 대표 자서전 <운명>의 집필을 도왔다. 2012년 대선에선 문 전 대표의 메시지팀장을 맡았다. 앞서의 보좌관은 “양 전 비서관은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강한 스타일이다. 2선에 물러나서도 문 전 대표를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양 전 비서관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유치하고 ‘찌라시’ 같은 프레임이다. 사실관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흥밋거리로 하는 얘기다. 전해철 의원은 유권자들과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 민주당 지도부에 가 있는 사람인데 무슨 비선이냐. 이호철 전 수석은 본업에만 충실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업무별로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다. 나 또한 시스템의 한 축에서 적절하게 돕고 있을 뿐이다. 나는 당 안팎에 있는 문 전 대표의 인적 풀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