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에는 한국의 음성적 국제결혼 행태가 국외에 알려지며 ‘혐한’ 감정이 조장되기도 했다. 일본의 베트남 뉴스 전문매체가 공개한 ‘알몸 맞선’ 동영상에는 목욕가운을 두른 젊은 여성 10여 명이 호명을 받고 차례로 가운을 벗으며 수십 명의 남성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당 동영상은 ‘한국식 매매혼’의 일부로 치부돼 일본과 베트남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국내 네티즌은 “영상에서 여성들이 당당히 포즈를 취하는 등의 모습으로 볼 때, 알몸 맞선이라기보다 누드 출사회나 촬영에 기용할 누드모델을 선발하는 미팅일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당 동영상과 보도는 사실 여부와 별개로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지난 2012년 일본의 베트남 뉴스 전문매체를 통해 보도된 ‘알몸 맞선’ 동영상. 사실 여부와 별개로 온라인상에 급속도로 확산돼 ‘혐한 감정’이 조장됐다.
사실 여부는 둘째치고 자극적인 동영상이 한국의 ‘신부쇼핑’으로 알려진 것은 일부 동남아 지역에서 행해지는 불법 국제결혼 중개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0년 캄보디아에서는 인신매매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국제결혼 금지국’으로 지정했다. 해당 조치는 결혼 중개업자가 캄보디아 여성 25명을 모아놓고 한국인 남성 1명에게 신부를 고르도록 한 ‘집단 맞선’이 계기가 됐다. 당시 캄보디아의 국제결혼 60%가 한국인이었는데, 인신매매와 다를 바 없는 중매 과정과 한국인과 결혼한 일부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가 알려지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어 같은 해 6월에는 부산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이 입국 8일 만에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 장 아무개 씨가 일주일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었으나, 신부 측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제결혼 건전화 및 결혼 이민자 인권 보호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국제결혼중개시 결혼당사자간 신상정보 서면 제공을 의무화했다. 여성가족부는 2012년 인권 침해적 중개 행위 개선을 위해 만 18세 미만 소개 및 집단 맞선을 금지했다.
현행법(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은 ‘계약을 체결한 이용자와 결혼중개의 상대방으로부터 신상정보를 받아 각각 해당 국가 공증인의 인증을 받은 다음 신상정보를 상대방과 이용자에게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이용자에게 같은 시간에 2명 이상의 상대방을 소개하는 행위’나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2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2명 이상의 상대방을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소개하는 행위’, ‘결혼중개를 목적으로 2명 이상의 외국인을 같은 장소에 기숙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법률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 국제결혼 중개업은 성행하고 있다.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불법적 국제결혼중매 행위는 다문화가정 내 잦은 불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 8월 국제결혼중개업체 72곳의 관계자 111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이들은 국제결혼을 원하는 남성들에게 상대방 외국 여성의 신상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미성년자를 소개하거나 현지에서 급조된 여러 명의 여성을 단기간에 소개해주고 그중 한 명을 선택하게 하는 ‘초이스식 맞선’을 주선하는 등 불법영업을 벌였다.
국제결혼 중개업체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불법·미등록 업체에서 피해를 보고 우리 업체로 연락해오는 경우가 많다. 남성이 자신의 조건을 생각지 않고 맹목적으로 20대 초반의 미혼 여성들만 찾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신상정보를 파악하기보다는 여성의 나이나 외모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성 측에서 입국이 목적인 경우에는 남성의 조건을 보지 않거나 나이 차가 많이 나더라도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이후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양측의 신상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채 ‘초이스식 맞선’ ‘신부쇼핑 맞선’ 방식으로 이뤄진 불법적 국제결혼 중개 행위는 신부의 미입국 및 입국 후 부적응 등을 야기해 결혼 사기나 가출, 이혼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측은 “불법 결혼중개의 경우 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지만, 외국인 신부는 중개 절차에 대한 인지가 낮거나 서류를 브로커(업체)가 가진 경우가 많아 어렵다. 또한 대부분이 혼인 절차보다는 혼인관계 중에 부당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혼인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어 업체에 피해보상을 받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몸매가 환상적” 군청 국제결혼 홍보문 뭇매 맞은 사연 최근 한 지자체의 국제결혼 지원사업에 ‘매매혼’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005년 전남 해남군청이 각 읍·면에 보낸 국제결혼 협조공문이 온라인상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해당 협조공문에는 ‘베트남 여성들은 전쟁과 힘든 가난으로 남편과 아버지와 형제를 잃어본 경험이 있기에 남편을 하느님처럼 모시고 사는 지구상의 마지막 남은 순수함을 지닌 천사와도 같다. 몸매가 환상적이며 소식하는 식문화여서 살이 찐 여성은 거의 없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지난 2005년 전남 해남군청이 작성한 국제결혼 협조공문이 알려지며 비판받고 있다. 사진출처 = 온라인커뮤니티 게시물 캡처. 한국 남성 편의 위주로 베트남 여성이 소개된 해당 공문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국제결혼이 아니라 매매혼이다” “애완동물 설명서와 다를 바 없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 여성들이 이런 취급을 당하는 사실을 아는가” “지자체에서 만든 공문 수준이 이럴 수 있나”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해남군청에 항의했다. 이에 군청 측은 “2005년 해남군에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결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제결혼에 대한 홍보물로 배부됐던 내용이다. 당시의 자료가 인터넷에 게시돼 회수가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그와 관련된 국제결혼 사업에 대해 감사원 감사까지 받은 바 있고, 2006년도부터는 국제결혼 관련 사업은 전혀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은 결혼 적령기를 넘긴 농촌 총각이 늘어나며 결혼 및 출산 등을 통해 지역 인구를 늘리려는 정부 및 지자체의 고육지책이다. 다만 지난 2007년 인권을 침해하고 예산이 불투명하게 집행돼 국제결혼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문제점이 지적된 탓에 방식은 개선됐다. 과거 무분별하게 국제결혼 중개에 대한 지원금이나 결혼식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결혼 후 안정적 생활을 위해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신부배려교육 등을 받는 조건으로 대상자에게 항공비나 서류번역 공증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