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이 1997년에 시작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사우스 파크>는 악동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둥글둥글한 얼굴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황당한 일들을 저지르는 이 시리즈는 거친 언어와 가차 없는 풍자를 선보이며,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별 인기 없던 ‘코미디 센트럴’ 채널은 <사우스 파크> 시리즈를 통해 각광을 받았고, 산골 마을의 ‘초딩’ 네 명이 주인공인 성인용 애니메이션은 독특하면서도 악취미적인 유머의 세계를 선보였다.
악취미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 한 에피소드에 톰 크루즈와 사이언톨로지가 희화화되기도 했다.
2005년 ‘시즌 9’에서 방영된 ‘트랩트 인 더 클로짓’ 에피소드는 가수 R. 켈리의 랩 오페라 ‘Trapped in the Closet’에서 제목을 가져온 것.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무차별 폭격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우스 파크의 네 악동 중 한 명인 스탠은 어느 날 길거리에서 사이언톨로지 신자를 만나 테스트를 받는다. 굉장히 긴 질문이 이어졌고, 스탠은 완벽한 사이언톨로지 신자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판정을 받는다. 이후 그는 LA의 본부까지 소개되고, 검사 결과 사이언톨로지의 창시자인 L. 론 허버드의 환생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톰 크루즈
2005년 11월에 방영되었던 이 에피소드는 코미디 센트럴 채널에서 2006년 3월 15일에 재방송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전 예고 없이 취소되었고 ‘셰프의 초콜릿 솔티 볼’(Chef‘s Chocolate Salty Balls) 에피소드가 대신 방영되었다. 방송사는 셰프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로 유명했던 아이작 헤이스가 이틀 전에 쇼에서 하차한 것을 언급하며, 헤이스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 이 에피소드를 틀었다고 해명했다. 사이언톨로지 신자였던 헤이스는 <사우스 파크>가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종교를 희화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고, 결국은 떠나고 만 것이다.
‘트랩트 인 더 클로짓’ 에피소드의 결방은 음모론으로 이어졌다. 당시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3> 홍보 중이었는데, 이 에피소드가 방영되면 자신과 영화의 이미지에 나쁠 것이라고 여겼다는 것. 그래서 코미디 센트럴 채널에 압력을 넣어 방영을 금지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3>를 제작한 파라마운트는 거대 미디어 기업 바이어컴의 자회사였고, 코미디 센트럴도 바이어컴 휘하에 있었다. 톰 크루즈는 이 에피소드를 방영할 경우 홍보 일정을 모두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게 사람들의 주장이었다.
수많은 매체들은 먹잇감을 발견한 늑대떼처럼 달려들었다. ‘E! 뉴스’와 CNN의 <아메리칸 모닝>이 보도를 시작하자 폭스 뉴스는 기정사실화했다. 이후 CNN의 <더 시츄에이션 룸>은 업계 관계자의 말이라며 신빙성을 더했다. <The New York Post>는 톰 크루즈에게 이런 일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고 주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건 <땡큐 포 스모킹>(2005)이었다. 이 영화엔 당시 아내였던 케이티 홈즈가 출연했는데, 톰 크루즈는 홈즈의 섹스 신을 쳐내라고 끊임없는 압박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LA타임스>에서 이 사건의 전말을 다루면서 ‘클로짓게이트’라는 표현을 썼고 이후 BBC, 야후 무비, 헤럴드 선, 시카고 선 트리뷴 등 수많은 매체들이 그 용어를 재생산했다.
‘사우스파크’의 제작자인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 이들은 톰 크루즈가 등장한 에피소드를 무료 상영하는 등 이벤트를 열었다.
톰 크루즈 쪽은 당연히 부인했다. 그런 압박을 넣은 적 없고, 자신들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충실하게 홍보 일정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4월엔 톰 크루즈가 직접 ABC의 <프라임타임>에 나와 “나는 계속 일하고 영화를 만들 뿐이며 매우 바쁘다. 난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할 겨를이 없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사태는 계속 이어졌고 <사우스 파크>의 팬들은 유튜브에 그 에피소드를 올렸다. 불법이었지만 코미디 센트럴 채널에선 막지 않았다. 재방영을 촉구하는 서명이 이어졌고, 유튜브에선 70만 뷰 이상이 기록됐다. 2006년 5월엔 <사우스 파크>의 제작자인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이 런던의 내셔널 필름 씨어터에서 ‘트랩트 인 더 클로짓’ 에피소드를 무료 상영했고, 관객들에게 그 에피소드가 들어 있는 DVD를 무료로 증정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일깨우기 위한 이벤트였다.
정말로 톰 크루즈는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재방송을 막은 걸까? 진실은 알 수 없지만, ‘클로짓게이트’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역사에서 다소 기이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