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수석이 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이는 가운데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되는 조상준 방위사업감독관이 업무 내용을 민정수석실에 ‘직접 보고’ 해왔던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지난 12월 22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제5차 청문회에 참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공동취재단
최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군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15년 12월 방위사업청에 방위사업감독관실이 신설되는 과정에서 고위 공무원 2명을 강제 퇴직시켰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방위사업청도 브리핑을 통해 “당시 방사청장이 민정수석실에 인사재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상준 방위사업감독관도 이번 의혹의 중심에 올랐다. 우 전 수석이 조 감독관의 임명을 위해 기존의 고위 간부를 밀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 부장검사 출신인 조 감독관은 우 전 수석이 대구지검 특수부장이었던 시절 평검사로 함께 일한 경력이 있어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된다. 그는 방위사업감독관실 설치 직후인 지난 1월 중순 방위사업청으로 파견됐고, 4월 감독관실이 공식 출범하면서 감독관(국장급)에 정식 임용됐다.
한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우 전 수석과의 관계가 드러났는데, 당시 일부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 만난 조 감독관은 “우 전 수석과는 대구지검 특수부 시절 두 달 정도 함께 근무한 게 전부다. 이후 사적으로 만나거나 친밀하게 지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조 감독관은 인사혁신처 공모 절차와 행정자치부 주관의 시험 등을 거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민정수석실 내정설’은 금방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최근 <일요신문>은 복수의 방사청 내부 관계자로부터 “조 감독관이 민정수석실에 방위사업감독관실 업무를 수시로 보고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감독관은 매주 수요일, 방사청장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업무 내용을 보고했다고 한다.
통상 방위사업청 보고, 또는 업무 공조 등은 외교안보수석실이나 국방비서관실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국내 방위사업 전반을 감독하는 방위사업감독관이 이례적으로 업무와 특별히 관계가 없는 민정수석실에, 그것도 청장에게도 알리지 않고 업무 내용을 보고해 왔다는 것이다. 사전 내부 보고나 허가 없이 외부 기관에 보고하는 것은 방사청 내부 규정 위반으로 징계사유에 해당된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실제 조 감독관은 청와대에 출입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경호실은 보안상의 이유로 출입기록을 공식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여러 경로로 확인한 결과 조 감독관의 청와대 출입 기록이 있었으며, 그가 출입한 것을 알고 있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다만 정확한 출입 횟수와 날짜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기에 조 감독관의 ‘민정수석실 직접 보고’는 은밀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실뿐만 아니라, 감독관실 직원들조차 조 감독관이 민정수석실에 보고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각 정부 부처와 기관 등은 청와대 보고를 앞두고 사전 보고서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다시 단계별 보고를 거쳐 부처 또는 기관장에게 최종 허가를 받는다. 실무자가 단독으로 보고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하지만 복수의 방위사업감독관실 관계자들은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보고를 위한 사전 보고서 작성이나 내부 검토, 단계별 보고 등이 없었다는 얘기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대변인실에서 모든 보고 사항을 파악하진 않는다”며 “외교안보수석실이나 국방비서관실 보고는 종종 있지만, 민정수석실 보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장급 이상부터는 ‘필요시’ 원활한 업무 공조를 위해서 유연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청장에게 보고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방사청장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해달라는 요청에는 “직접 확인은 어렵다”고 답했다.
조 감독관의 ‘민정수석실 직접 보고’가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 징계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방위사업 전문가는 “방위사업은 정책 방향이나 사업 방식에 따라 워낙 큰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외부에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 이권과 관련된 의심을 받기 쉽다”며 “특히 국내 방위사업 전반을 감시, 조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방위사업감독관은 사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개인적인 단독 보고가 이뤄졌다면 단순한 절차 위반 문제만으로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감독관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에 출입하긴 했지만 정기보고는 사실이 아니며, 업무와 관련된 설명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2016년 1월 방위사업청 파견 시점부터 최근까지 민정수석실에 들어간 횟수는 전부 합쳐 2~3번 정도 된다”며 “청장께도 청와대에서 궁금해 하는 점과 어떻게 답변하겠다는 내용의 보고를 드렸다”고 말했다.
조 감독관은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방사청뿐만 아니라 각 정부부처에 업무와 관련해 간혹 사실 관계 확인이나 자료 등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KF-X(차세대전투기) 도입 사업 진상조사 등 방위사업감독 업무 등과 관련해 직접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감독관실은 여러 가지 방위사업을 감독하고 보고서를 생산해 내는데, 이 문서는 내부 시스템에 의해 각 사업 부서에 공지가 되고 국회에서 요구를 하면 그대로 보고하기도 한다. 청와대 보고를 위해 따로 문서를 작성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 전 수석에 대해서도 “민정수석은 정부부처의 한 국장에게 직접 보고를 받는 직위가 아니지 않나. 보고나 업무 관련 설명을 위해 직접 대면한 적은 없다. 감독관에 임명된 이후 인사차 한 번 만난 게 전부”라며 “지금은 감독관이지만 검사 출신인 데다 부장으로 모셨던 분이라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면 어떤 오해를 받을 것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동안 그래왔듯 앞으로도 잘 처신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정수석실에 들어간 사실은 인정했지만 우 전 수석을 직접 만나 대면보고를 하진 않았다는 게 조 감독관의 입장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