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양경찰서는 강 아무개 씨(26)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폭행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로, 아내인 서 아무개 씨(21)를 시신 유기 혐의로 지난달 22일 구속했다. 사건은 지난달 28일 오후 검찰에 송치됐다. 아이의 부친인 강 씨는 지난 2014년 11월 두 살배기 아이를 방 안에서 훈계하다 폭행을 했고, 아이가 사망하자 여수시 신덕 해변 인근 야산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 서 씨 역시 유기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강 씨 부부가 사고 당일 유기 장소 인근에 차를 타고 와 검은색 가방을 들고 내리는 과정을 확인했다. 밤 시간을 이용해 여수 곳곳을 돌아다니다 유기 장소를 찾은 것이었다. 소지했던 검은색 가방에 숨진 아이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첩보를 통해 수사를 시작했고, 이들의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강 씨가 주변사람들에게 아들을 죽였다고 이야기했다는 내용의 진술도 확보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진술은 엇갈렸다. 아내 서 씨가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아들을 방으로 데려가 폭행했다”는 내용을 진술한 반면 남편 강 씨는 “아내가 아이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찧었다”며 학대 치사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다만 아이 시신을 유기한 것에 대해서는 아내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이에 또 서 씨는 다른 진술을 했는데 “시신을 유기할 때는 동행하지 않았고, 그동안 혼자서 아이의 기일을 챙겼다”고 주장한 것.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프로파일링 등을 동원해 진술의 신빙성과 심리상태를 분석했지만 부부의 확실한 진술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게 됐다.
검찰에 송치되기 전에 이뤄진 현장 검증에서 강 씨는 유기했다고 주장한 바닷가 야산 일대에서 유기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강 씨는 숨진 아이가 들어있는 검은색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려 가방을 바닷물에 담그고, 가방이 물에 가라앉는지 등을 확인하는 모습 등을 재연했다. 끝내 바닷물에 유기하지 않고, 야산 일대로 가지고 돌아와 가방을 나뭇가지로 덮은 뒤 낙엽과 폐그물 조각 등으로 다시 가리고 서 씨가 기다리고 있는 차로 왔다. 그러나 혐의를 인정하는지, 시신을 유기한 곳이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했다.
지난 24일 일대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아이의 시신 일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조사 결과 아이의 시신과 관련 없는 동물뼈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 씨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데다 범행 시점이 많이 지나 시신을 찾는 과정이 난항에 빠졌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점은 앞으로의 공소 유지에 장애물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송치 직전에 있었던 대질심문에서 강 씨는 자녀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진술을 했지만 아들이 사망하기 전에는 폭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망한 아이는 강 씨의 둘째 아들이었다. 강 씨에게는 모두 네 명의 자녀가 있었고 첫 째는 전처와 낳은 아이였지만, 둘째부터는 서 씨와 사이에서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시신을 유기한 후에도 범행을 숨기려고 했다. 지난 2015년에 태어난 넷째 아들을 사망한 둘째 아들로 둔갑하기 위해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영아원으로 보낸 사실이 확인된 것. 첫째와 셋째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일시보호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가족과 연락이 단절된 상태라 아이들의 보호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아동뿐만 아니라 영유아 학대 역시 증가하고 있어 영유아 전수조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동학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청, 교육청 등에서는 전국 미취학 초등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0년부터 2012년에 네 살에서 여섯 살이었던 영유아 가운데 영유아 건강검진, 국가예방접종, 진료기록이 없는 영유아를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810명이 영유아 건강검진 등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고, 이 중 713명이 해외 체류 중이었고, 3명이 주민등록이 이중등록으로 처리돼 있었고, 16명은 입양돼 기존 주민등록이 말소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 42명은 국내 거주 중임에도 최근 귀국했거나 백신 부작용 등으로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고, 나머지 36명은 소재가 분명하지 않았지만 112신고 등을 통해 다행히 소재가 확인됐다. 이후 교육부는 0~3세 영유아 양육환경 점검을 실시하려는 계획이 갖고 있었으나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출생아 48만 명 중 접종 이력이 한 건도 없는 1870명 중 1254명을 대상으로 방문면접 조사를 실시했지만 미접종한 이유는 대부분 해외거주자이거나 백신접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대부분이었다. 전수조사를 통해서도 학대 정황을 알기 쉽지 않기 때문에 또 본질적인 범죄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훈육을 목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부모의 양육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