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후보는 무조건 두산!
4명의 해설위원들은 모두 우승팀으로 두산을 꼽았다. 공, 수, 주에서 3박자가 골고루 갖춰진 팀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정민철 위원의 얘기부터 들어보자.
“두산을 우승 후보로 꼽는 데 모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와 모두 재계약을 맺었다. 자유계약선수(FA)인 김재호와 이현승도 붙잡았다. 특별한 전력 보강은 안했지만 그렇다고 전력 누수도 없는 팀이 두산이다.”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미디어데이 단상에 오른 두산 베어스 선수들. KBO 공식 페이스북 캡처.
서재응 위원도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두산은 모든 게 완벽하다”면서 “무엇보다 백업 멤버들마저 화려하다. 강력한 우승 후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성호 위원은 두산이 우승으로 향하는 걸림돌로 ‘판타스틱4’의 대체 선수를 꼽았다.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 등 일명 ‘판타스틱4’로 불리는 투수들 중 만약에 부상으로 한 명이라도 낙오될 경우 이 공백을 어느 누가 완벽하게 대신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워낙 강력한 멤버들이라 그 빈자리가 더 커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민철 위원도 장성호 위원과 비슷한 생각을 나타냈다.
“물론 김태형 감독도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을 것이다. ‘판타스틱4’ 외에 5선발로 분류된 함덕주, 신인 김명신이 선발로 나갈 수 있다고 하지만 ‘판타스틱4’의 실력에는 못 미친다. 상황에 따라 ‘판타스틱4’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성환 위원은 두산의 마무리가 선발진에 비해 다소 뒤떨어지는 점을 불안 요소로 꼽았다. 이현승을 축으로 한 이용찬 카드가 활용되겠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어떤 변화를 이룰지 알 수 없다는 것.
# 그렇다면 두산의 대항마는?
정민철 위원은 두산의 대항마로 KIA 타이거즈를 꼽았다.
“KIA는 지난 2년간 센터라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경찰청과 상무에서 제대한 안치홍, 김선빈에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았던 외국인 선수 버나디나의 합류가 눈에 띈다. 이 세 선수의 조합이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다 양현종-헥터로 이어지는 강력한 원투펀치에다 최형우의 가세가 대권 도전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주찬-최형우-이범호-나지완으로 강력한 중심타선이 만들어졌고, 센터라인의 무게감, 그리고 탄탄한 선발진이 뒷받침되고 있는 KIA의 전력은 막강하다. 지난해 124경기서 타율 2할9푼2리, 16홈런, 67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서동욱이 백업 멤버로 분류될 정도이니 현재 KIA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재응 위원은 1위부터 4위까지는 두산 KIA LG NC 등으로 밑그림이 그려졌다고 말한다. 그중 KIA의 전력을 두산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현재 KIA의 전력은 두산과 거의 막상막하의 수준이다. 선수들 부상만 없다면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일 것 같다. LG도 리빌딩을 잘했다. 데이비드 허프와 마무리 임정우의 부상이 아쉽지만 곧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차우찬의 가세로 조화로운 4선발 체제를 구축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선발진이 안정돼 있는 LG도 두산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 그 다음이 NC인데 NC는 김경문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미디어데이 단상에 오른 KIA 타이거즈 선수들. KBO 공식 페이스북 캡처.
# 가장 치열한 순위는 ‘5위’
4명의 해설위원들은 “가장 어려운 순위가 5위”라고 입을 모았다. 서재응 위원은 5위 후보로 넥센과 한화를 꼽았다.
“1위부터 4위까지는 예상대로 흘러가는 반면에 5위부터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5위에 넥센과 한화 중 한 팀을 넣어야 하는데 좀 더 냉정히 들여다본다면 외인 원투펀치가 강력한 한화를 5위로 꼽는 게 맞다. 한화는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를 1, 2선발로 확정했다. 토종 선수로는 배영수, 윤규진, 안영명, 송은범 등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이다. 부상 중이던 정근우와 이용규까지 가세한다면 어디 내놔도 크게 뒤지지 않는 전력을 구축한다. 아마 시즌 내내 중위권 싸움을 벌이지 않을까 싶다.”
정민철 위원은 5위 팀으로 넥센을 지목했다.
“넥센은 작년에도 하위팀으로 분류됐다. 그런 상황에서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다. 넥센은 전임 감독인 염경엽 감독이 만들어 놓은 전력이 탄탄하다. 어떤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올 시즌에도 넥센을 강팀으로 꼽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위권으로 떨어질 팀도 아니다. 넥센이 계속 중위권을 맴돌 것으로 보인다.”
조성환 위원이 꼽은 5위팀은 한화였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비야누에바가 큰 지분을 차지한다고 봤다.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이전의 로저스처럼 압도적인 구위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안정감 있는 피칭으로 경기를 이끌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단 두 선수는 퀄리티스타트를 이뤄낼 것이다. 팀 플레이적인 요소로 봤을 때는 굉장히 희망적인 부분이다. 지난 시즌 내내 한화는 선발진이 무너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이 두 선수 덕분에 재미있는 마운드 운영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 최하위 팀은 kt 위즈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는 지난 시범경기에서 7승1무3패의 성적으로 1위에 올랐다.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야구 전문가들은 ‘그래도’ 올 시즌 최하위 팀으로는 kt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장성호 위원은 타 팀에 비해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걸 kt의 전력 약화 요인으로 꼽았다.
“돈 로치-라이언 피어밴드-주권-정대현-고영표 순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지만 로치가 어느 정도 적응을 해나갈지 의문이고 주권, 공영표 등 젊은 선발진들도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포수 장성우가 합류하면서 공격력에선 시너지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투수들로 시즌을 이어가기엔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서재응 위원도 마운드와 야수들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이유로 kt를 최하위팀으로 꼽았다.
“잘나갈 때보다 연패에 빠졌을 때 위기 극복 능력이 관건이 될 것이다. kt는 연패를 치고 나갈 만한 선수 자원이 부족해 보인다. 투수진을 봐도 리더가 눈에 띄지 않는다. 재미있는 야구를 선호하는 김진욱 감독이 어떤 팀 컬러로 선수들을 이끌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조성환 위원은 kt를 가리켜 꼴찌팀의 설움으로 정리했다.
“팀마다 무조건 잡고 가야 하는 팀이 있다. 9개 팀 모두가 kt를 그런 팀으로 꼽는다. 무조건 잡아야 하는 팀을 상대할 때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kt로선 매번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kt한테는 한 번 지는 것도 아까워할 수 있다. 그게 바로 꼴찌팀의 설움이자 딜레마이다. kt가 이런 상대팀들의 대응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반응해 나가는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미디어데이 단상에 오른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 KBO 공식 페이스북 캡처.
# 명문팀 삼성의 운명은?
지난해 창단 이후 처음으로 9위에 머물렀던 삼성 라이온즈. 차우찬, 최형우가 빠지고 우규민 이원석을 영입했지만 전력 보강이 아닌 오히려 전력이 약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민철 위원은 삼성의 잠재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외국인 투수인 앤서니 레나도가 허벅지 부상으로 한 달가량 전력 외로 분류되고, 재크 페트릭과 윤성환, 우규민, 장원삼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단 최형우가 빠진 타선 약화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타선에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삼성은 한화와 5위 싸움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서재응 위원은 삼성의 올 시즌을 리빌딩이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문팀일수록 밑의 선수들을 키우기가 어렵다. 기존의 선수들을 활용하며 성적을 내느라 유망주들을 길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게 지금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고, 김한수 감독이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이란 화두를 던진 것이다. 내가 예상하는 삼성의 올시즌 순위는 8위이다. 7, 8위를 오르내릴 것으로 본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바람의 손자’ 넥센 이정후 ‘실력 멘탈 센스 모두 짱이야~’ 올 시즌 데뷔하는 신인들 중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넥센의 이정후. ‘바람의 아들’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이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12경기에 출장, 타율 4할5푼5리(33타수 15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아직은 내야수와 외야수를 오가지만 화제와 실력면에선 이정후를 따라올 만한 신인이 없다는 게 해설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성호 위원은 이정후의 컨택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중계하면서 이정후의 컨택 능력을 유심히 지켜봤다. 공을 끝까지 보고, 타격시 머리 움직임이 거의 없다. 어린 선수답지 않게 변화구도 잘 쳐낸다. 자기 스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선수이다. 아버지의 야구 센스를 그대로 물려받은 듯하다. 컨택 능력과 빠른 발 덕분에 쓰임새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바람의 손자’ 넥센 이정후 선수와 ‘바람의 아들’ 이종범 해설위원. 정민철 위원은 넥센과 이정후의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이정후는 넥센의 팜 시스템을 거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범경기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데다 임병욱이 팔꿈치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공격력만 놓고 봤을 때는 주전으로 뛰어도 무색하지 않는 실력이다. 무엇보다 신인답지 않은 강심장이 돋보이는데 넥센의 팀 색깔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스타일이다.” 서재응 위원은 이정후의 컨택 능력은 타고 났지만 아직은 수비면에서 불안한 부분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서 위원도 아버지를 빼닮은 타격폼은 정말 신기할 정도라고. 조성환 위원은 이정후에 대해 “대단한 신인 선수가 나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는 다른 팀 감독들도 인정하는 선수이다. 고졸 출신의 신인임에도 또래 선수들 가운데 가장 ‘튄다’, 실력이. 멘탈은 물론 기술적인 부분도 뛰어나다. 문제는 체력이다. 앞으로 144경기를 치를 만한 체력이 뒷받침될지, 중간에 고비가 왔을 때 그걸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