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의혹은 우병우 업무 속해···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
정강 등 개인비리 의혹은 가족 비리···공모혐의 없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 전 수석을 불구속기소 결정한 검찰이 봐주기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우 전 수석을 불구속기소하면서 세월호 외압 의혹과 개인비리 의혹 등은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국정농단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우 전 수석의 불구속기소 결정 논란을 의식한 듯 전체 발표시간 가운데 절반가량인 30여 분 동안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를 두고 검찰의 책임론이 비난에 직면했다. 당초 검찰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초기수사 미흡과 검찰·법무부 수뇌부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진 상태에서 우 전 수석의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이 혐의입증이 어렵다는 입장만은 해명거리로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과 관련해 60여 명을 참고인 조사하고, 관련 계좌 수십개에 대한 추적, 변호사 수임료 내역에 대한 전수조사 등을 실시하는 등 철저히 수사했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은 법무부, 대검찰청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논의 과정이었던 것으로 판단하는 등 특검이 수사했으나 이번 공소장에 빠진 5개 혐의도 법리상, 증거상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검팀이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 중 제외된 5가지 혐의는 ▲외교부 공무원에 대해 인사조치 개입 ▲문체부 공무원 표적 중복 감찰 ▲공정거래위원회 서울 사무소장 표적감찰 ▲스포츠 4대악 신고 센터장 인사개입 ▲세평 수집과 관련된 직권남용이다.
이 가운데 직권남용 의혹에 대해서는 민정수석실 업무에 포함되거나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으로 혐의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 전 수석의 부인은 기존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법인자금 1억6000여 만 원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은 화성땅 의혹과 관련해 부동산등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약식 기소했다.
M투자자문사로부터 정강에 입금된 돈과 관련한 의혹은 투자자문을 받아 부동산펀드에 회삿돈 50억 원을 투자한 뒤 수익금 중 일부를 준 것일 뿐 뇌물이나 부정한 돈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탈세 의혹도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우병우 봐주기수사’에 대한 의혹과 책임론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이날 검찰·법무부 수뇌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과정은 공개되지 않은 점과 초기 수사 부실 논란은 가장 큰 비난거리인 셈이다.
특히, 초기수사 부실 논란 부분은 검찰이 우 전 수석 수사에 착수한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당시 우 전 수석의 연수원 동기로 ‘우병우 라인’이라는 평가를 받던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수사를 맡아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고, 논란이 일자 이뤄진 소환조사에서는 후배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짓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황제소환’ 논란마저 일었기 때문이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병우 수사 논란과 관련 “언론에서 오해도 있고 의혹도 제기하고 있지만 검찰 명예를 걸고 철저히 수사해서 죄가 있으면 엄벌하겠다는 각오로 수사를 했다”며 “최선을 다해서 수사했고 이 점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자부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파면으로 이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의 주인공은 박 전 대통령도 최 씨도 아닌 듯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주인공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