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4월 20일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네거티브 지시 문건’이 공개됐다. <노컷뉴스>가 입수한 이 문건에는 SNS 상에 ‘비공식적 메시지’를 확산하라는 지침이 담겨 있었고, 그 예시로 “안철수 깨끗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갑철수’” 등 구체적인 네거티브 문구를 적시됐다.
이 문건은 문재인 후보 선대위 전략본부 전략기획팀이 작성해 4월 17일 선대위 핵심관계자들과 국회의원, 각 지역위원장들에게 개인 이메일로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측 이언주 뉴미디어본부장은 “권력을 잡기 위해 문건까지 만들어 가며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려는 형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권력을 사유화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그러한 후보가 또 다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건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조사를 해봤는데 일단 캠프 관계자가 작성한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본부장단 회의에 보고가 된 공식 문건은 아니고 현재 누가 작성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 상태다. 실무자 차원에서 작성돼 배포된 문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 측 관계자는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에게까지 배포된 자료가 실무자 한 사람이 윗선에 보고도 하지 않고 작성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느냐”면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다. 문건 작성자가 누구인지조차 찾지 못했다는 것은 진실을 규명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캠프 측이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은 또 있다. 국민의당 법률위원회(위원장 임내현)은 지난 4월 16일 문재인 후보 팬클럽 ‘문팬’에서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해 여론몰이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문팬 카페지기를 비롯한 관리자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당은 “문팬은 제2의 ‘십알단’”이라면서 “문팬에서 포털 실시간 순위 조작을 독려한 게시 글을 수십 건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문팬이 검색어 순위 조작에 나선 이후 실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순위 20위였던 ‘안철수 조폭’ 키워드가 20분 만에 1위로 바뀌기도 했다”고 했다. 임내현 법률위원장은 “단순한 팬클럽 활동을 넘어 댓글을 달고 실시간 검색 순위를 끌어올리는 조직적 여론조작은 묵과할 수 없다.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팬 측은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당 주장을 반박했다. 문팬 측은 “문팬은 누구나 자유롭게 가입이 가능한 인터넷 카페로 이 게시글은 일부 회원이 올린 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국민의당 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게시 글들의 조회 수가 100여 건에 불과한데 여론조작이 가능하겠느냐”면서 “몇몇 게시 글은 이미 이슈가 실검 1위에 오른 뒤 쓰여 진 글이다. 검색어 순위 변화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문팬 회원은 “문팬 회원 수가 1만 7000명 정도인데 대부분 유령회원이다. 가장 조회 수가 높은 자유게시판 글들의 평균 조회 수가 100도 안 된다. 애초에 검색어 순위를 조작할 정도의 능력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일부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남긴 글을 마치 조직적인 여론조작인 것처럼 부풀려서 발표했다”고 했다.
안철수 캠프 측 관계자는 “문팬에서 그런 여론조작을 시도한다는 제보를 받고 모니터 요원을 두고 있다”면서 “그런 글(여론 조작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가 삭제하는 방식이더라. 본인들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특정지역에서 동시에 접속하는 등 여론조작을 위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정황도 포착됐다. 이 부분은 수사를 의뢰했으니 결과가 나오면 발표하겠다”면서 “관리자들이 ‘기울어진 언론매체에서 문재인을 구해 달라’며 암묵적으로 여론조작에 동참해 달라는 공지를 남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4월 19일에는 문 후보 외곽 지지단체인 더불어희망포럼이 여론조작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포럼 대표를 맡고 있던 장영달 문 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포럼 단체 채팅방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나쁜 영상을 주위에 널리 알려야 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독려 메시지와 선거 지원 협의 등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문 후보 측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일부 당직자나 지지자들의 개인 일탈 행위라고 선을 긋는다. 그러나 경쟁 후보 측에서는 문 후보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거나 캠프 차원의 조직적 동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일례로 문 후보 측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SNS기동대 사건으로 선거법 위반 선고를 받았던 조한기 전 뉴미디어지원단장을 이번 대선 캠프에도 합류시켜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SNS기동대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모여 만든 사조직이다. 대선 기간 동안 조직적인 SNS 활동을 벌이다 적발됐다. SNS기동대는 언론에 유출되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했고, 문제가 불거진 이후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당시에도 문 후보 측은 일부 당직자들의 일탈이라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런데 문 후보는 대선이 끝난 후 2014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 전 단장 후원회장을 맡아 도마에 올랐다.
조 전 단장과 선거에서 맞붙었던 인사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유력 정치인이 자당 후보를 돕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유력 정치인이 특정 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둘이 친밀한 관계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전 단장과 함께 SNS 기동대 사건에 연루됐던 차 아무개 국회 비서관은 사건 이후 보좌관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차 전 보좌관은 지난 2015년 자신의 SNS에 당시 사건을 회상하며 “SNS사업단을 총괄했던 의원들은 단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자기들이 경찰에 소환될까 전전긍긍했다”는 글을 남겼다. 후보와 당 차원 지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조 전 단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소 억울한 점이 있다. 당시 우리는 국정원이나 십알단처럼 불법 사무실을 차린 것이 아니었다”면서 “당사에서 선거운동을 한 것인데 그 당시 선거법이 선거사무소가 아닌 당사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선거법 위반이라 적발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