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11일 문 대통령은 조국 교수를 초대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이전의 검사 출신 민정수석과는 다르게 조 민정수석은 진보적 성향의 소장학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김상곤 혁신위원회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며 당 혁신 작업을 주도했고, 외곽에서 문 대통령을 지원사격했다.
조 수석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사소송법을 전공하며 평소 검찰 개혁을 적극 주장했으며, 저서인 <진보집권플랜>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을 검찰 개혁 과제로 꼽았다.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기용한 것은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올해 초 최순실 게이트 사태로 정기 인사를 하지 못한 검찰은 이번 검찰 개혁과 함께 대규모 검사장 인사이동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김수남 검찰총장의 임기가 오는 12월까지였는데 돌연 퇴임했다. 이 때문에 조 민정수석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검찰개혁을 할 것이라는 언급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수남 전 총장은 “박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여서 인간적인 고뇌가 컸으나 오직 법과 원칙만을 생각하며 수사했다”면서 “이제 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도 마무리됐고 대선도 무사히 종료돼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소임을 어느 정도 마쳤다고 생각돼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후임에 대해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이 크다고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도 비검찰 출신 인사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내며 검찰 개혁을 주장한 바 있다. 또 변호사 출신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판사 출신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김수남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이철성 경찰청장에게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청장은 순경으로 경찰을 시작해 승진을 거듭해 지난 2013년에는 대통령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을 지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좌했고, 경찰청장 자리까지 올랐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대 출신이 아닌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정권 인물이라는 꼬리표가 따르고 있다. 또 최순실 씨와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에 의해 승진을 거듭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청장은 지난해 8월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바뀌면 동양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분이 하는 게 맞다”고 말한 바 있어 김수남 전 총장과 함께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이 청장은 최근 “박 전 대통령이 내년 2월까지 임기를 다 채웠을 때를 얘기한 것”이라고 당시 발언을 해명하며 사퇴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검찰 개혁과 같이 경찰 개혁도 적극 단행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정권 임기와 같이했던 이 청장도 이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권이 바뀐다고 청장을 교체하면 안된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라도 경찰청장 임기는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는 경찰들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경찰 내부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올 초 한 경찰 고위 간부의 업무수첩이 공개되면서 청와대가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업무수첩에는 ‘최순실 101단 통제 경찰관리관과 101경비단장 교체’, ‘정윤회-안봉근 경찰 인사 개입설 취재’ 등이 적혀 있었고 국정농단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됐다. 지난해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열린 국감에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의 서울지방경찰청 운전병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또 검찰 개혁에서 시작된 경찰 개혁도 코앞에 두고 있어 경찰 내부에선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얼마 전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뿐만 아니라 경찰 직장협의회 설립, 자치경찰제 등의 경찰 개혁 공약을 내걸었다. 일부 경찰은 이전부터 경감 이하 실무 경찰관들이 서로 연대, 교섭할 수 있는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한 경찰 내부의 입장이 다 달라 경찰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청 소속의 한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표적 수사가 있기도 했는데 앞으로 더 많은 혼란이 있을 것 같다”며 “수사권 독립은 좋지만 큰 변화를 대비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역시 “자치경찰제 등이 대두되면서 지방청이나 여성청소년과 등 상대적으로 정원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정원이 축소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불편하고, 내부 갈등을 초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