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23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고심 끝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을 TV로 실시간 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4일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이 개정돼 재판장의 허가로 1심 주요사건의 ‘판결 선고’에 대한 재판 중계방송이 가능해졌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 공판에도 재판 중계방송 허가 신청이 있었으나, 재판부가 이를 불허한 것.
이번 재판부의 결정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나선 모습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게 됐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이 처음 법정에 나온 1회 공판 기일에서도 취재진의 법정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피고인의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보장 및 인권 침해 우려 등을 고려해 중계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선고재판 중계로 실현될 수 있는 공공의 이익과 피고인들이 입게 될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이나 손해 등 피고인의 사익을 비교했을 때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재판 촬영 및 생중계를 허가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의 이익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피고인 이재용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공동 피고인(박상진·최지성·장충기·황성수)이 촬영 중계 및 허가로 인해 입게 될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이나 손해, 헌법상 보장해야하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 피고인들은 모두 재판 촬영 및 중계에 대한 부동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고 공판의 경우는 재판부가 선고 중계를 허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사건의 첫 공판 당시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모두절차의 촬영을 허용한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