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전라남도 여수의 한 아파트에서 남편의 성기를 잘라 변기에 버린 혐의(중상해)로 50대 여성 A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사건이 일어난 여수의 한 아파트.
8월 26일 자정을 향해가던 밤 11시 58분 여수의 한 아파트에서 남편의 성기가 잘려 피를 흘리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신고자는 50대 여성 A 씨(54)로 그는 자택에서 잠을 자던 남편 B 씨(58)의 성기 2~3cm가량을 부엌칼로 절단했다. A 씨는 현장에서 긴급체포됐다. 이후 여수경찰서는 남편의 성기를 칼로 자른 혐의(중상해)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28일 법원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A 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경찰과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을 통해 확인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남편 B 씨는 이날 자택에서 평소보다 일찍 잠을 청했다. 집에는 아내 A 씨만 있었고 고교생인 딸은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자정을 향해가던 밤 11시 50분쯤 B 씨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성기 부위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성기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B 씨는 성기를 찾았지만 주변에 없었고 부인 A 씨가 그 옆에 칼을 들고 서 있었다.
B 씨는 곧바로 119센터에 상해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B 씨는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다. 범행을 저지른 직후 A 씨는 집을 빠져나와 아파트 비상계단에 잠시 머무른 뒤 B 씨가 이송되는 모습을 보고야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경찰 신고는 한 이웃 주민의 휴대전화로 이뤄졌다. A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옆집 이웃에게 112 신고를 해야겠다며 휴대전화를 빌렸다.
당시 전화를 빌려준 이웃 주민은 “남편 나가는 모습을 보고 집에 들어가서 바닥에 남겨진 핏자국을 치우더라. 그 뒤 내게 와 떨리는 목소리로 112를 눌러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줌마는 덤덤했다. 전화해서 그냥 ‘제가 남편 성기를 잘랐으니 와서 잡아가달라’ 그렇게 직접 신고했다”고 말했다. 밖에 있던 딸이 집에 들어온 시간도 그 때다. 주민들에 따르면 딸은 B 씨의 연락을 받고 집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남편 B 씨에 대한 불만이 쌓여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집에는 생활비 한 푼을 주지 않으면서 가족을 돌보기보단 나를 무시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밖에서 마구 돈을 쓰고 다니는 게 너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또 A 씨는 평상시 남편이 폭언을 하거나 가재도구를 집어던지는 등 행동으로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부부는 올해 결혼 23년차로 고교생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A 씨는 남편의 보험사무실에서 일하며 한 달 80만 원가량을 월급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 외의 생활비를 주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리자 범행을 했다는 게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내용이다. 아울러 A 씨는 경찰조사에서 남편의 잘린 성기를 변기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당초 경찰은 유사 사례를 바탕으로 남편의 외도를 범행 동기로 추정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 부부와 주변인들의 진술에서 사건 당일 부부의 다툼이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평소 불만이 쌓여 이 같은 참극을 빚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남편의 잘린 성기를 변기에 버린 것은 심한 증오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조사결과 남편의 외도와 관련된 정황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가정불화를 범행 동기로 파악한 바와 달리 평소 이웃 주민들에게 이들 부부는 사이좋은 부부로 기억되고 있었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는 함께 등산이나 밭을 가꾸러 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한다. 평소 부부를 지켜봐온 아파트 관계자는 “아침이면 남편은 차로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나선 아내와 단둘이 등산가는 걸 자주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웃 주민도 “딸도 공부를 잘하고 남편도 젠틀한 스타일”이라며 “부인은 평소 집안일 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 깔끔한 스타일이다. 주변에서 봤을 때 그런 일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할 만큼 정상적인 가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이들 부부의 집은 비어있는 상태다. 아파트 관계자에 따르면 딸은 사건 직후 친척과 함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사건 직후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 씨가 범행 직후 변기에 잘린 성기를 버려 접합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사건 다음날인 지난 27일 경찰과 소방서 등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1시간가량 정화조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잘린 성기는 찾지 못했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는 각 동마다 4~5개의 라인별로 관을 타고 불순물이 내려와 지하 수평관을 통해 아파트 내 정화조로 향한다. 정화조에 쌓인 불순물은 곧장 여수시에서 운영하는 폐기물처리장으로 보내진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그날 당사자 측 요청에 의해 수색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안다. 정화조로 향하는 길목의 관 뚜껑을 열고 잘린 성기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상해죄의 경우 혐의가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현재 남편은 아내의 처벌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남편이 자신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보였다”고 밝혔다.
선처를 바라는 남편의 뜻과 달리 구속까지 된 만큼 기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감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기종 현대사회범죄연구원 전문위원은 “기소는 무조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피해자가 사건의 발단이나 원인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면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될 지라도 항소심에서 탄원서 제출 등을 통해 감형이 되거나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 태국서 성기접합술이 발달한 까닭? “바람난 남편 응징…한때 유행” 남편의 성기를 절단한 사건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지만 해외에서는 과거 종종 발생했던 유형의 상해 사건이다. 특히 1990년대 태국에선 성기 절단 사건이 연간 200건 가까이 발생해 사회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다. 방콕의 시리랏 병원은 1996년 8월 아내가 잘라서 수세식 화장실에 버린 남편의 성기를 9시간 뒤에 회수해 재접합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시리랏 병원은 잘린 성기의 미세혈관을 정교하게 이어주는 ‘미세수술기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보유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병원의 절단 성기 접합수술 성공 사례는 30건에 달했다. 이 병원을 필두로 태국에선 접합술로 국제적 권위를 얻은 병원이 등장했고 여러 ‘전문병원’이 문을 열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수 건도 그렇고 이 같은 범죄는 전통적 의미의 여성범죄 유형이라 볼 수 있다”며 “당시 태국에선 부유층 남성들이 외도를 해 본처가 보복 심리에 의해 자고 있는 남편 성기를 절단한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태국이 성기절단 접합수술 기술이 좋아졌다는 말도 있다”고 덧붙였다. [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