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손가락으로 찔러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박 전 대표는 무혐의 처분을 통해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났고 당시 박 전 대표를 고소한 서울시향 직원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돼 고소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또 경찰을 통해 정 감독의 비서가 지난 고소에 연루된 사실이 포착됐고 이후 정 감독의 부인 구순열 씨까지 입건됐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손가락으로 여성 직원의 신체를 찌른 사실은 인정돼 기소됐다. A 씨에 따르면 항상 박 전 대표로부터 폭언 등의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됐던 것은 2014년 해외출장 중 특급호텔 로비에서 박 전 대표가 A 씨의 가슴을 찌르며 밀어냈던 것이었다.
이로 인해 A 씨는 신체적인 고통이나 당황, 모욕감뿐만 아니라 성적수치심을 느껴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A 씨는 정신적 고통으로 결국 퇴사를 했지만 새로운 직장에서도 명예훼손과 무고 등의 혐의로 피소돼 적응하지 못하고 2차 피해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검찰은 박 전 대표를 단순 폭행으로 300만 원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지난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박 전 대표는 폭행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박 전 대표를 변호하는 광장 측 변호사는 “애초 이 사건은 성추행 혐의로 장기간 수사가 진행됐다가 해당 혐의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며 “불기소됐을 당시 검찰 수사 자료가 누락돼 있어서 이번에 조회를 요청하며 제출되지 않은 다른 기록들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A 씨와 피해자 변호인도 출석했다. A 씨의 변호를 맡은 이은의 변호사는 “A 씨는 성폭력 피해 지원 대상에 선정돼 무료법률지원사업을 통해 피해자 변호를 맡게 됐다. 피고인이 벌금 300만 원에 단순폭행으로 약식기소한 것 자체가 상당히 유리하게 선처해준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박 전 대표는 죄를 짓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당시 목격자도 있고 피해자가 치료받은 기록을 포함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A 씨가 피해를 입은 당시 동료가 목격을 했었고, 검찰조사 당시 목격자 진술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A 씨가 서울시 인권보호관과 신경정신과 의사 등에게 당시 사건 폭행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된 피해 내용을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