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바둑심사대회 전경. 바둑판 위에서 치러지는 필기시험이 이색적이다.
[일요신문] 제29회 서울특별시 승·단급 바둑심사대회가 17일 서울 은평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바둑심사대회는 분기별로 연 4회 치러지는데 3분기인 9월에는 서울시 약 200개 초등학교에서 702명의 어린이가 참가했다.
바둑심사대회 참가자는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바둑을 택한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570개의 초등학교가 존재하는데 이 중 약 300개 초등학교에서 1만여 명의 어린이들이 방과 후 수업을 통해 바둑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바둑대회가 승패를 통해 입상자를 가리는 것과는 달리 바둑심사대회는 ‘바둑 잘 두는 아이’만 우대받는 것은 아니다. 서울특별시 초등바둑연맹이 주최하는 바둑심사는 100점 만점에 필기시험 30점, 대국점수 30점, 대국자세 40점으로 구성돼 있다.
류경태 서울시초등바둑연맹 사무국장은 “초보단계의 어린이들이 많아서 기력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30급부터 1급까지, 또 재능 있는 친구들은 유단자까지 다양한 실력이 분포하고 있다. 바둑심사는 실력고하를 떠나 바둑에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즐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다행히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 방과 후 수업의 여러 과목 중 바둑은 로봇, 생명과학과 함께 가장 인기가 높은 과목”이라고 말했다.
한국바둑이 지금처럼 융성하게 된 것은 과거 전국에 1500개에 달하는 ‘어린이바둑교실’의 영향이 컸지만, 최근의 바둑영재는 방과 후 학교수업을 통해 배출되고 있다.
이처럼 방과 후 바둑수업이 어린이바둑교실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지만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재락 서울특별시 초등바둑연맹 회장은 “과거 어린이바둑교실은 하루에 최소 1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바둑을 익혀 실력 습득이 빨랐지만, 방과 후 수업을 통한 바둑지도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어려움이 있다. 바둑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자주 노출돼 어린이들이 바둑과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