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한 대학교 A 교수의 토로다. 이 교수의 말처럼 대학가에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이 중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엄연한 대학의 일원이지만 대학교 속 이방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대학가 중국인 유학생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한 강의실 모습.
대학교 내에 유학생이 급증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4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 글로벌화’ 추진의 일환이었다. 국내 대학교 입학생 수 부족과 유학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Study Korea Project’를 수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 2012년 6만 명을 뛰어넘어 2015년에는 10만 명도 돌파했다. 올해 외국인 유학생 수는 12만 명이 넘는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인 유학생 비율은 약 60%에 달한다.
물론 12만 명에서 끝이 아니다. 현재 대학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전은 가히 전쟁에 가깝다. 한 지방대 교직원은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입학도 정원 외 입학으로 처리돼 무제한에 가깝게 받을 수 있어 무조건 데려 오려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기본적인 시설만 갖추면 외국인 유학생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입학의 허들도 점점 내려갔고 이제는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 소재 한 명문대학교는 학교 내 어학당을 졸업하고 한국어 시험만 통과하면 대학교 입학 자격을 준다. 따로 수능이나 입학시험이 필요하지 않다. 더군다나 이 한국어 시험 수준도 더듬더듬 말하는 수준이어서 학교 내 수업을 따라가기조차 어렵다.
앞서 교직원의 말처럼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거는 까닭은 저출산으로 인해 대학 진학자가 급격하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 1명이 매출인데 매출이 사라져버리는 상황이다. 중국인 유학생을 넘어 동남아, 중남미로까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학생을 숫자로 보는 대학이 정작 외국인 유학생의 정착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중국인 학생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인 학생 중에서 외국인 유학생, 특히 중국인 유학생과 터놓고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어도 잘하지 못할뿐더러 한국 문화에도 익숙하지 않다보니 꺼리는 경우가 가장 크다.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니는 박 아무개 씨는 “주위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친구로 지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중국인 유학생은 더욱 그렇다. 한국어를 잘하면 모를까 말도 안 통하는데 굳이 친하게 지내려고 시도도 안하게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더욱 실제적인 이유도 있다.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성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그나마 친해질 수 있는 조별수업 등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더욱 배척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 아무개 씨는 “중국인 유학생과는 수업에서 같은 조도 하고 싶지 않다. 말도 안 통하는데 조별과제를 어떻게 진행하나. 하나하나 가르쳐주면서 할 시간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 유입으로 대학 주변 원룸 월세가 폭등했다는 등의 물질적인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박 씨는 “외국인 유학생 때문에 몇 년 사이 원룸 월세가 많이 올랐다. 학교가 기숙사 건설을 발표하자 이번에는 원룸 임대업자들이 학교 앞에서 항의를 시작해 공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1만 원, 2만 원이 없는 대학생 신분으로 이 같은 상황을 겪으니 왠지 외국인 유학생이 미워보이더라”며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앞서 중국인 유학생 문제를 지적했던 A 교수의 수업을 참관해 보니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이 57명 중 17명에 달했고 이들 전부가 중국인 유학생이었다. 전공 수업보다는 상대적으로 편한 교양 수업이기 때문에 사람이 더 몰리는 것으로 보였다. 외국인 유학생은 다소 말이 빠른 한국인 교수의 수업을 듣다 몇 명은 잠에 들었다. 중국인 유학생 W 씨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수업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W 씨는 한국으로 오기 전에는 한국인 친구도 사귈 생각을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W 씨에게 한국인 친구가 있냐고 물었지만 그가 다니는 대학에서는 단 한 명의 한국인 친구도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들이 한국인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이유에는 그들을 바라보는 일종의 편견이라는 벽도 있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에 와서 한국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한국을 싫어하게 되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A 교수는 “최소한 대학원은 열의가 있는 애들이 오는 곳이라 다 열심히 한다. 하지만 학부는 총체적 문제다. 대부분의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에 큰 뜻을 품고 있지 않고 입학에 최소한의 필터도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누구나 들어와서 졸업장만 받아 떠난다. 우리나라가 웬만하면 졸업은 다 시키는 분위기가 있어 이를 조장하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보는 게 그런 거밖에 없으니 편견이 어느 정도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문제가 유학생, 혹은 그들을 바라보는 한국인 학생 어느 쪽의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에서 대학교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조차 보지 않고 ‘돈 주머니’로 인식해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는 학교 당국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문제가 심각하다. 학교들이 존폐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노력도 좋지만 최소한의 입학 요건을 갖추고 제대로 된 대학생을 받아 지원해야 외국인 유학생과 대학 간의 윈윈이 될 수 있다. 지금같이 안 좋은 이미지가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올 유학생도 없게 되고 국가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