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프로야구 전문가들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일요신문>에서는 두산과 KIA가 격돌하는 한국시리즈 전망을 김성근 전 감독과 김정준 전 코치를 통해 비교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인 아버지 김 전 감독과 전력 분석의 대가로 꼽히는 아들 김 전 코치가 말하는 한국시리즈 전망이다.
KIA의 키플레이어 양현종. 연합뉴스
“우승확률은 50 대 50이다”(김성근 전 감독)
김성근 전 감독은 두산과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확률을 50 대 50이라고 예상했다.
“KIA가 20일 넘게 쉬면서 어느 정도의 준비를 마쳤는지가 중요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했겠지만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도 숙제였을 것이다. 아무리 자체 연습 경기를 가졌다고 해도 연습 경기는 연습 경기일 뿐 실전 경기에서 보이는 경기력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시리즈는 빨리 승부를 내려하기보단 7차전까지 간다는 생각을 갖고 치고 빠지기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 7차전 모두 최대 전력을 가동하긴 어렵다. 상대 선발 투수의 상태를 보고 힘을 주고 가야 할지, 힘을 빼고 가야 할지를 결정하는 게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 마운드
“사실 플레이오프에서 보인 두산 투수들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KIA가 그 부분을 어떻게 공략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니퍼트, 장원준이 10승 이상을 거뒀다고 해도 작년, 재작년과 같은 위력이 없다. 한국시리즈와 같은 단기전은 선발 교체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교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해 실점할 경우 승부가 기울 수도 있다.”
실제로 두산의 ‘판타스틱4’인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의 2017시즌 성적이 2016시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2016년에는 니퍼트가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를, 보우덴은 18승7패, 평균자책점 3.80을, 장원준은 15승6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했고, 유희관이 15승6패 4.41을 찍으며 선발진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2017년에는 니퍼트가 14승8패를 기록했음에도 평균자책점이 4.06으로 치솟았고, 어깨 부상을 입었던 보우덴은 17경기에 나서 3승5패, 평균자책점 4.64의 성적을 나타냈다. 장원준(14승9패, 3.14), 유희관(11승6패, 4.53)이 그나마 선전했던 게 두산을 정규시즌 2위로 이끈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타격
김 전 감독은 양 팀의 타격을 논하기 전에 플레이오프에 오른 두 팀의 투수력에 먼저 의문을 나타냈다. “어떻게 이 투수들을 갖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왔는지 놀라웠다”고 말문을 연 김 전 감독은 투수들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에 타선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NC가 SK와의 와일드카드전을 거치고, 롯데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NC의 선발 투수들 중에는 믿을 만한 투수가 에릭 해커 한 명밖에 없었다(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3.2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이 정도의 투수력으로 정규시즌에서 어떻게 버텼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두산의 타격이 불을 뿜었던 배경에는 NC 투수들이 그만큼 강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시리즈에선 KIA 투수들이 마운드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두산의 타격감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KIA의 타선이 후반기에 폭발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재연된다면 반전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다.”
김 전 감독은 KIA가 후반기에 어려움을 겪은 배경으로는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의 밸런스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분은 휴식을 통해 보완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리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후반기의 문제점을 파악했을 것이고 이미 대비책도 마련해뒀을 것이다. 두산은 타격이 있고, KIA는 투수의 힘이 뒷받침되는 팀이다. 두산으로선 플레이오프의 흐름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1차전이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먼저 1승을 챙기고 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시리즈 분위기가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두산과 8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KIA. 김 전 감독은 이에 대해선 “한국시리즈의 경험 유무보다 더 중요한 건 단기전에서 어느 팀이 얼마나 더 집중해서 경기를 이끌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홈런포를 과시한 두산 오재일. 연합뉴스
“역대급으로 흥미진진한 한국시리즈 될 것”(김정준 전 코치)
시즌 중에 한화 이글스를 떠나 한 포털 사이트에 칼럼을 기고 중인 김정준 전 코치는 두산과 KIA가 맞붙는 한국시리즈에 대해 “역대급으로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두산이 KIA보다는 1% 정도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전제 조건이 붙는다. 양의지, 박건우가 정상적으로 선발 명단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두산으로 향하는 기울기의 추가 반대편으로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 팀이 정상적인 전력으로 맞붙는다면 KIA보다는 두산이 플레이오프의 경기력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포수 양의지는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허리 통증으로 경기 중 교체됐고 4차전에선 결장했다. 두산 측은 허리 단순 염좌라고 양의지의 몸 상태를 발표했는데 체력 부담이 큰 포수란 점에서 양의지가 한국시리즈 전까지 최대한 몸 상태를 끌어 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외야수 박건우는 4차전 도중 오른쪽 옆구리 통증으로 교체됐다. 김 전 코치는 수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두 선수가 경기에 뛸 수 있을 정도의 몸 상태를 회복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본 것이다.
김 전 코치가 두산의 우세를 점친 배경에는 두산의 놀라운 상승세가 있다. 아무리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했고,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한 KIA라고 해도 두산의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내용이다(두산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무려 50득점 54안타 12홈런을 기록했다. 최주환, 민병헌이 만루 홈런을 때렸고, 김재환은 타율 0.471 3홈런 9타점을, 오재일은 4차전에서만 4홈런 9타점의 신기록을 작성).
“KIA가 승부수를 띄울 게임은 1, 2, 5, 6차전이 될 것이다.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이 선발로 나올 수 있는 게임에선 KIA의 우세를 점칠 수 있다. 두산은 니퍼트가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2, 3, 4, 6차전의 승리를 기대할 것이다. 양 팀 모두 타선은 아주 막강하다. 이런 경기에서의 승패는 수비에서 갈린다. 즉 포수의 역량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 마운드
“정규리그에서 두산을 상대했던 양현종의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1승1패, 평균자책점 6.17. 그러나 시즌 성적은 31경기에 나서 20승 6패 158탈삼진,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 다승 공동 1위). 반면에 장원준은 KIA한테 강했고(4차례 등판해서 4승 기록. 25.1이닝 동안 24안타 8실점으로 방어율 2.84), 덕분에 별명도 ‘호랑이 사냥꾼’이다. 장원준이 나온 경기에서 KIA가 패한다면 승부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김 전 코치는 불펜 싸움에선 KIA가 더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동섭, 김윤동, 김세현, 임창용이 버티는 KIA 불펜은 두산의 타선이 아무리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 변수
김 전 코치는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가지 않고 4차전에서 끝난 걸 한국시리즈의 변수로 꼽았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은 4차전에서 플레이오프를 끝낸 두산이 휴식일을 더 챙겼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말하지만 KIA 입장에선 한국시리즈 전까지 두산을 더 집중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다. 즉 KIA가 두산의 이른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으로 두산을 파고 들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이다. NC가 두산의 투수들을 공략했던 방법을 보여줬듯이 KIA도 니퍼트, 장원준을 제대로 분석해서 맞붙는다면 KIA로선 플레이오프가 5차전이 아닌 4차전에서 끝난 게 행운이 될 수도 있다.”
김 전 코치는 1차전 승리팀으로 KIA보단 두산의 우세를 예상했다. 아무리 연습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고 해도 KIA 타선이 1차전부터 폭발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란 것.
“두산과 KIA의 전력으로 봤을 때 4-0으로 끝날 수 있는 한국시리즈가 아니다. 7차전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면 여유를 갖고 준비하고, 기다리는 팀한테 유리할 수 있다. 두산이 플레이오프에서 1패하고 3연승을 챙기며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인 건 분명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코치는 한국시리즈의 키플레이어로 KIA에선 양현종을, 두산에선 부상당한 양의지, 박건우의 복귀 여부라고 꼽았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10월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플레이오프 대타 선물…김경문 감독과 이호준이 만든 감동의 ‘마침표’ 김경문 감독이 은퇴하는 이호준에게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대타’를 선물했다. 사진은 9월 30일 은퇴식에서 포옹하는 이호준과 김경문 감독.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이 그 상황에서 이호준을 대타로 내세운 게 마지막 선물인 건지, 아니면 이호준의 한 방을 믿고 내보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과 이호준의 인연을 떠올린다면 김 감독으로선 이호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2012년 시즌 종료 후 SK에서 FA로 풀린 이호준은 원소속팀과의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게 된다. 김경문 감독이었다. 김 감독의 얘기는 짧고 강렬했다. “우리 팀은 네가 필요한데 와 줄 수 있겠나.” 이호준은 구단 관계자도 아닌 평소 존경하는 김 감독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준 부분에 감동했고 감격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네”라고 대답했고 이후 이호준은 NC의 FA 1호 선수가 됐다. 2016 시즌을 마치고 이호준은 김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김 감독은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히면서 이호준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호준은 풀타임으로 뛸 수 없다는 안타까움보다 감독이 자신에게 직접 내년 시즌 구상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부분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베테랑 선수를 예우해주는 김 감독의 배려를 느꼈기 때문이다. 김 감독과 이호준은 NC에서 5시즌을 함께했다. 그리고 2014년부터 4시즌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21일, 쓰라린 패배를 안고 선수로는 마지막 인터뷰에 나섰던 이호준. 현장에 있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NC에 처음 왔을 때 김경문 감독이 ‘경기도 중요하지만 뜻도 중요하다’는 말 덕분에 야구인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서 “멋지게, 행복하게 야구하고 떠난다”는 말로 24년간의 야구인생을 마무리했다. 이호준은 지도자 연수를 받기 위해 일본 또는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이 보인 지도자의 품격이 미래의 지도자, 이호준에게 분명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