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콰이’가 이용자들의 영상을 동의 없이 광고로 이용했다. 사진은 콰이 광고에 등장한 일반인 이용자.
[일요신문] 최근 모바일 동영상 더빙 어플리케이션 ‘콰이’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동영상을 사전 동의 없이 어플 광고에 이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공인이 아닌 일반인 이용자들의 얼굴이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광고로 제작돼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용자의 영상이 콰이 광고 등에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사용자 서비스 약정’에 보이지도 않게 명시돼 있다는 사실에 이용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그 속살을 들여다봤다.
콰이는 모바일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면 다양한 효과로 얼굴을 꾸며주는 어플 서비스다. 드라마 대사나 유명인의 멘트에 더빙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어플의 매력이다. 지난 10월 25일 아이유와 수지, 설리 등 인기 아이돌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콰이를 이용한 더빙 동영상을 게시한 바 있다. 이 영상들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만 2000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고, 이를 본 이용자들 역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이 어플을 다운받았다.
이 가운데 일부 이용자들은 ‘내가 촬영한 내 동영상이 나의 동의 없이 콰이의 광고 영상에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몇몇 이용자들은 피해를 호소했다. 자신은 콰이로 영상을 찍었는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날 자신의 영상이 광고로 제작돼 SNS를 비롯해 유튜브에서 확산되고 있었고, 이를 본 네티즌들이 “때려주고 싶다” “죽인다” 등 심한 비방을 해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는 것이다.
콰이 측의 이용자 영상 무단 이용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네티즌과 ‘약관에 명시돼 있다’고 설명하는 네티즌들. 유튜브 댓글 캡처.
콰이 이용자들에 따르면 이용자 본인들은 콰이 측에 자신의 동영상을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한 적이 없고, 콰이 측에서도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광고로 피해를 본 이용자들이 콰이 측에 문의를 했지만, ‘콰이 이용 약관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이용자가 콰이 어플을 모바일에 다운로드받고, 약관에 동의를 하는 과정에서 ‘영상을 광고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동의를 한 꼴이 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콰이 어플을 다운로드해 가입을 시도했다.
콰이 어플 가입은 네이버·페이스북·카카오톡 아이디와 연동해 쉽게 가입할 수 있다. 가입 과정에서 ‘Kwai에서 ○○○○○님의 기본 프로필(별명, 프로필사진, 성별, 생일, 연령대)을 받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여기서 ‘동의하기’ 또는 ‘취소’를 선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취소’를 누르면 가입이 불가하고, ‘동의하기’를 선택해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기자는 ‘동의하기’를 선택해 가입을 할 수 있었다. 약정을 보여주거나 약정에 동의하냐는 화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의 얼굴이 담긴 영상이 광고에 사용될 수 있다’는 부분이 담긴 약정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
위의 ‘동의하기’ 절차 화면으로 다시 돌아가봤다. ‘동의하기’와 ‘취소’ 밑 하단에 ‘동의 후에는, 해당 서비스의 이용약관 및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따라 정보가 관리됩니다’라는 문구가 옅은 회색 글씨로 작게 쓰여져 있었다. 기자는 이 문구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가입한 것이다.
(좌) 가입 과정에서 ‘동의하기’를 누르면 가입이 된다. 약관에 대한 정보는 화면 하단에 옅은 회색으로 작게 쓰여져 있다. (우) 모바일로 볼 수 있는 약관은 전문이 영문으로 쓰여 있다. 콰이 어플 캡처.
심지어 가입 과정 순서에도 문제가 있었다. 약관을 확인한 뒤 동의 여부를 묻고, 그 다음 가입 단계로 넘어가야 하지만, 콰이 어플에서는 가입(‘동의하기’) 후에나 약관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선 약관 확인 후 가입이 아니라 선 가입 후 약관확인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문구에서 말하는 ‘서비스 이용약관’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서비스 이용약관은 가입 후 ‘메뉴-설정-콰이소개-서비스 약관 및 개인정보 취급방침-사용자 서비스 동의’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두 영문으로 작성돼 일반 한국인 이용자들이 접근하고 숙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다행히도 콰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글로 작성된 ‘사용자 서비스 약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 약관을 아무리 찾아봐도 ‘이용자의 영상이 콰이 광고로 재생산될 수 있다’는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진짜’ 약관은 모바일 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로 존재할 뿐이고, 이용자들은 이 약관을 확인하지 못한 채 가입을 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약관을 꼼꼼히 읽고 숙지하는 이용자도 없진 않겠지만 서비스 제공자가 고의로 이용자들의 눈을 가린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콰이 공식홈페이지에서 한글로 쓰인 약관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용자의 영상이 광고로 사용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되있지 않았다. 콰이 홈페이지 캡처.
홈플러스도 과거 이같은 ‘꼼수’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경품행사로 모은 회원들의 개인정보와 패밀리카드 회원정보 2400만여 건을 보험사에 231억여 원에 팔았는데, 이 과정에서 경품 응모권에 ‘개인 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고지사항을 1㎜ 크기로 작성했다.
이 고지사항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고객들은 피해를 입었고, 홈플러스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이에 대법원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 당시 회원들에게서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관한 동의를 받긴 했으나, 의도적으로 관련 부분의 글씨를 작게 해 김 씨(피해자) 등이 행사의 주된 목적을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 고객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홈플러스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용자 영상 무단 사용’ 논란과 관련해 콰이 측은 “광고 영상 제작 시 영상 촬영자의 사용 동의를 구한 뒤 제작하고 있으며 인터넷에 올라온 (이 같은 내용의) 글은 사실 무근이다. (이런 의혹을 제기한 게시글의) 1차 제작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의 접근이 힘들어 현재 방법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콰이 측의 해명은 ‘이용자의 동영상이 동의 없이 사용됐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에 기자가 콰이 측에 ‘어떠한 경로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동의를 구했느냐’ ‘서비스 약정에 광고로 이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 실제 명시돼 있는가’라고 질문했지만, 콰이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콰이 어플 가입 계정 탈퇴에 대한 방법 또한 그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았다. 모바일 어플에서 ‘탈퇴’에 관한 항목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홈페이지 약관에도 이와 관련해서는 명시된 부분이 없었다. 일부 이용자들이 구글 마켓과 애플 앱스토어에 ‘탈퇴 하는 법 알려달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했지만, 콰이 측은 다른 답변에는 성실히 답하면서도 탈퇴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용자들이 콰이의 일방적인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갖고 탈퇴를 하고 싶어도 탈퇴가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탈퇴 방법을 묻는 이용자들이 많지만 그 어디에도 탈퇴에 대한 설명은 나와있지 않다. 구글 캡처.
콰이의 이같은 부당한 약관 및 서비스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을까. 한 법조계 관계자는 “콰이는 중국 기업으로 우리나라의 제재를 받기 어렵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약관을 무효화하는 등의 조치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다국적 기업은 처벌할 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외국 기업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불합리한 약관으로 재화를 공급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약관은 업체와 이용자 간의 약속이다. 하지만 이같이 업체의 일방적인 술수로 이득을 취하면 업체와 이용자 간의 신뢰는 무너진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 측은 이용자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약관을 제시하고, 이용자들은 약관 등을 꼼꼼히 살펴 스스로 피해를 예방할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