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뢰 약속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찬주 대장.
군인권센터는 11일 국방부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성명을 냈다. 성명에 따르면 국방부의 발표 하루 앞선 지난 10일 오후 5시 39분쯤 국방부 검찰단과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이틀 뒤인 12일 고발인 조사를 실시하자며 조사 시기를 조율했었다. 국방부는 고발인 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분 예정을 발표한 셈이었다.
성명에는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단은 군인권센터의 고발 내용을 일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예정된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킨 것은 검찰단이 국민을 기만하고 봐주기 식 수사에 골몰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8월 4일 군인권센터는 박찬주 대장을 직권남용과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발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10월 26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최종 결론 지은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 관계자는 “박찬주 대장 ‘갑질’ 사건은 고발 사건이었다. 박 대장이 공관병을 둔 시기 때 피해자로 추정되는 당시 박 대장의 공관병과 간부 등 관계자 10여 명 이상을 이미 다 불러 조사했다.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를 근거로 1차 판단을 예상해 발표했던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발 사건에서 고발자는 피해자를 대신해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피해자의 증언이나 증거가 범죄 입증에 더 중요하다”며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8월 초중순쯤 고발 주체 군인권센터 관계자를 실제 만났다. 또한 서너 차례 팩스와 전화로도 조사를 요청했지만 군인권센터에서 ‘내부 협의를 해야 한다.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고 해서 계속 지연됐다. 게다가 피해자 조사를 이미 폭넓게 했기에 고발자의 증언이 큰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군인권센터와 언론 등에서 고발자 조사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 고발자 조사를 다 한 뒤에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찬주 대장의 직권남용 혐의는 고발인 조사 뒤에도 혐의 없음 처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검찰단 조사 결과 박 대장의 실질적 혐의는 거의 없다고 드러난 까닭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박 대장이 직접 직권남용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나 증언이 없었다. 피해자 조사에 따르면 폭행이나 갑질 관련 행위에서 박 대장이 직접 가담했다기보단 부인이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부인은 군인이 아닌 터라 민간 수사기관에서 추가적인 내용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처음 갑질 의혹으로 시작됐던 불구속 수사는 박찬주 대장의 뇌물 수뢰 및 청탁 혐의가 조사 과정에서 일부 드러나자 지난 9월 21일 구속 수사로 전환됐다. 박 대장은 고철업자 A 씨에게 2014년부터 항공료, 호텔비, 식사비 등 760여만 원 상당의 향응·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 박 대장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4월까지 4번에 나눠서 A 씨에게 2억 2000만 원을 빌려준 뒤 빌린 돈을 7개월 더 쓰고 5000만 원을 이자로 주겠다는 올해 초 A 씨의 약속을 받았다고 조사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또한 박 대장이 부하의 보직 청탁을 받고 실제 발령 받게 한 내용도 파악했다.
이를 두고 자신을 박찬주 대장의 육군사관학교 동기라고 밝힌 김 아무개 씨(59)는 지난 15일 박대장 최측근에게 받았다며 ‘박찬주 장군 뇌물죄로 기소… 그 전말’이란 글을 남겼다. 이 글에 따르면 3여 년 앞서 A 씨에게 동생과 함께 모은 돈 2억 2000만 원을 빌려준 박 대장이 올해 초 “언제 갚을 수 있냐”고 A 씨에게 묻자 “형님, 나중에 이자로 5천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한 A 씨의 메시지가 뇌물죄의 증거가 됐다. 원금은 물론 이자도 아직 못 받았다고 적혔다.
또한 글은 박찬주 대장이 760여만 원 향응·접대 받은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쓰였다. A 씨의 둘째 아들이 희귀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 때 박 대장의 기도로 회복했기에 10여 년간 함께 밥을 먹은 돈 총합이 760여만 원이라고 열거됐다. A 씨가 박 장군에게 보은의 의미로 선물한 제주 항공권과 숙박권도 이 돈에 포함됐다고 일렀다. “김영란법 시행 한참 이전이다. 자기 아들 생명의 은인이자 채권자인 박 장군에게 단순히 선물을 준 것뿐”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동생과 갹출한 돈을 빌려 줬든 말든 계좌를 조사한 결과 거래 당사자는 박찬주 대장과 고철업자 A 씨였다. 게다가 형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뇌물수수뿐만 아니라 약속도 처벌케 돼 있다”며 “760여만 원 향응·접대는 10년 전부터 이뤄진 게 아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부분만 20여 회인데 가장 오래된 향응·접대 3~6회가 7군단장일 때인 2014년이다. 그 외 대부분은 박 대장이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일 때인 2015년 9월부터 2016년 9월 사이 집중됐다. 뇌물수수는 김영란법 시행과는 무관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청탁 관련도 박찬주 대장이 방법만 알려준 게 아니라 실제 지시도 내렸다고 국방부 검찰단은 확인했다.
한편 박찬주 대장의 육사 동기가 남긴 글에는 국방부 검찰이 날조된 영장으로 제대로 된 영장 없이 수색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압수수색에서 절차상 하자 없었다. 박 대장 쪽 변호인 역시 압수수색이 여러 차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관련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제기된 논란을 일축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