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지난 1월 부동산업체 B 사는 P2P금융업체인 A 사에서 약 30억 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B 사는 호텔 건설 계획을 갖고 7월에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사는 수익률은 연 18%, 상환 예정일은 착공 예정일인 7월로 약속하고 B 사에 투자할 투자자를 모집했다. B 사가 착공에 들어가면 저축은행이 B 사에 돈을 대출하기로 약속했는데 그전에 토지 매입금이 필요했던 것. 하지만 공사가 지연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아직도 투자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A 사는 최근 인근 지역에서 문화재 발굴을 시작해 건설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미 2016년 11월 한 문화재연구원이 시굴조사를 실시해 문화재청에 정밀발굴조사 의견을 제시한 바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A 사 관계자는 “당시 문화재 발굴 일정을 고려해서 일정을 잡았기에 향후 일정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문화재 발굴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면 당연히 사전공지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2. 지난 7월 P2P금융업체 C 사는 수익률 연 17%, 1개월 후 상환을 약속하고 중소 유통업체 D 사와 E 사에 투자할 투자자를 모집했다. 투자액은 약 11억 원. D 사와 E 사는 C 사를 통해 대출받은 돈으로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고 그 판매금으로 대출액을 상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매출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연체 중이다. C 사는 투자자들에게 “대출자로부터 상환을 받는 즉시 공지 후 상환을 진행하겠다”며 “기한이익상실(90일) 이후에는 즉시 담보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C 사는 앞서 투자설명서에서 “매출 규모, 재무상태, 상품이 검증된 업체를 선정한다”고 홍보한 바 있다.
#위험에 노출된 투자자들
P2P금융업체는 직접 돈을 대출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와 대출자 간 중개 역할을 한다. 형식상으로는 대출자에게 자금을 대출하기 때문에 대부업체로 등록해야 한다. 대부분 P2P금융업체는 대부업체 법인을 따로 만들어 자회사로 두고 운영한다. 현행법상 대부업과 전기통신사업의 겸업이 금지돼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과 대출을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P2P금융업체가 투자자와 대출자의 중개 역할을 한다면 실제 대출은 P2P금융업체의 자회사인 대부업체에서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부터 이러한 P2P금융업체를 ‘P2P연계대부업체’로 분류했다.
P2P금융 대출 과정.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대부업체는 금융업으로 분류하지만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호대상 금융기관은 아니기에 원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 P2P금융업체도 투자자에게 ‘채무자의 조기상환, 지연, 연체 등 변화가 발생하면 예상 지급일의 변경 및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서명을 받는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P2P금융업체에 투자하는 이유는 15~25%에 달하는 높은 이자율 때문이다. 이른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대출자가 각종 이유로 대출액을 연체하면 투자자들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P2P금융업체가 자기들 자산으로 투자자들에게 우선 상환하고 나중에 대출자로부터 돈을 돌려받아도 되지만 대부분 P2P금융업체들은 “수십억 원의 돈을 한 번에 사용할 만큼 자금이 여유롭지 않다”고 말한다. 심지어 한 P2P금융업체는 상환이 어려워지자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잠적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P2P금융업체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대출자에게 직접적으로 상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가 소송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금감원) 관계자는 “P2P금융업체가 제대로 된 업체인지 살펴보고 되도록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위주로 거래를 해야 한다”며 “회원사라고 무조건 안전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아예 손을 놓고 달아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P2P금융업체를 감독하는 기관도 명확하지 않다. 현재 자산이 100억 원 이상 대부업체는 금감원에, 100억 원 이하 업체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등록한다. 지난 8월 금융당국은 법을 제정해 내년 3월 2일까지 P2P연계대부업체를 금감원에 등록하라고 명령했다. 금감원에 등록한 P2P금융업체가 많지 않아 금감원이 본격적인 관리감독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한국P2P금융협회 등록 업체 58곳 중 P2P연계대부업체로 금감원에 등록한 곳은 4곳, 대부업체로 금감원에 등록한 곳은 2곳이다. 나머지 52곳은 대부업체로 지자체에 등록했다. 지자체가 대부분 P2P금융업체의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P2P금융업체 감독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는 대부업체 등록을 받고 업무 이행 사항을 지키라고 지시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금감원에서 할 일”이라며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경찰에 신고해서 해결해야지 우리가 앞장서서 할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향후 가이드라인은
금감원은 지난 5월 개인이 한 P2P금융업체당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1000만 원으로 제한하고 투자판단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A 사의 사례처럼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기는 쉽지 않다. 정보제공은 가이드라인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고 필요한 정보의 범위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여러 의견을 수렴해 내년 3월까지 P2P금융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년 3월부터 금감원에 P2P연계대부업체에 관한 관리·감독권이 생긴다”며 “법을 보완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금감원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P2P금융업체에 불이익을 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3월까지 P2P금융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P2P금융업체들도 구체적인 제도 마련의 필요성에 동의한다. 한국P2P금융협회 관계자는 “정보공개, 설립요건 강화 등을 통해 불량 P2P금융업체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는 당연히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P2P금융협회도 가이드라인이나 관련법을 제정하는 데 많은 의견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투자한도에 대해서는 P2P금융업계와 금융당국의 의견이 엇갈린다. P2P금융업계 관계자는 “투자 한도 가이드라인이 없었을 때는 투자를 유치하면 빠르게 목표액을 달성했지만 지금은 목표액을 아예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제 태동기인 P2P금융에 각종 제재를 내리면 업권의 성장이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투자한도 제한 방침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P2P금융업체가 아직 제도권에 오르지 못했기에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보호를 위해 투자 한도 제한은 필요하다”며 “향후 감독시스템이 정립되는 정도에 따라 조정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