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분’ 논란을 빚은 비플랫 이어폰. / 출처= 네이버 스토어팜 비플랫 제품 사진 캡쳐
‘유해물질’ 논란을 일으킨 이어폰은 비플랫의 ‘샤인’ 제품이다. 이 이어폰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판매자가 트위터에서 무료로 ‘나눔’을 하며 그 이름을 알렸고, 이후 ‘생생한 음질’을 특징으로 내세우며 온라인에서 인기 이어폰으로 그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용자들은 “귀가 아프다”며 불편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샤인의 네이버 ‘스토어팜’에 올라온 소비자들의 질문글에 따르면 다수의 소비자들은 비플랫 샤인 제품을 사용한 뒤 귀에 염증 증상을 호소했다. 트위터에서도 “어느날 귀에 염증이 생겼는데, 생각해보니 비플랫 이어폰을 사용한 뒤부터 이런 증상이 생겼다. 그래서 이 이어폰 사용을 중단했더니 이 증상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트위터 캡쳐.
네이버 스토어팜 비플랫 ‘제품 Q&A’ 게시글 캡쳐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이어폰의 성분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당초 비플랫 제조자인 ‘레이엘’은 이어폰에 ‘6가 크롬’을 사용했다고 밝혔다가, 이내 ‘3가 크롬’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는 성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자신의 단순한 말 실수며 3가 크롬이 이어폰에 들어간 성분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구매자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3가 크롬은 강한 독성을 가진 금속으로 오히려 6가 크롬보다 더 피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자 판매자는 “3가 크롬이 아니라 ‘니켈’ 도금을 사용했다”고 다시 한 번 말을 바꾸며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재료를 알려드렸어야 했는데, 착각하고 잘못 말씀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판매자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이어폰을 플라스틱 대신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는데, 이 위에 도금한 금속에 대해서도 ‘금속 알러지가 있는 분들은 구입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안내하며 판매했다”고 해명했다.
이어폰 비플랫 판매자의 해명글 캡쳐. ‘경구 섭취가 아닌 이상 피부 접촉으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
이어 “문제가 되는 것은 ‘니켈을 크롬으로’ 잘못 알려드린것일 뿐, 이어폰 도금에 니켈을 사용한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용자들은 니켈이 들어간 비플랫 이어폰을 사용한 뒤 피부 염증을 호소했지만, 판매자는 니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접촉 피부염 및 피부 알러지 분야에서도 ‘니켈 피부염’은 의학적으로 명시돼 있다. 니켈 피부염이란 금속 니켈에 과민반응이나 알러지가 있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접촉 피부염이다. 니켈에 접촉하게 되면 접촉 부위에 홍반, 인설, 수포 등의 습진이 나타난다.
판매자는 니켈 피부염에 대해 “(니켈은) 인체 내에 들어가 축적됐을 때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발암 물질로 분류가 돼 있다. 먹었을 때가 문제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구 섭취를 했을 경우에만 문제가 될 뿐, 피부 접촉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림대 의학과 피부과학 박민우 석사 논문에 따르면 니켈에 의한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은 호흡기와 소화기 뿐만 아니라 피부에 직접 닿아도 생긴다.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하며 의복, 손목시계와 같은 접촉, 직업적인 노출에 의해 흔히 발생한다고 적시돼 있다.
논문에서 설명하는 ‘니켈 피부염’. / 한림대 박민우 석사 논문
비플랫 이어폰 판매자는 이같은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환불과 교환을 진행하는 동시에 검사·검증 및 시험인증 공인 기관 ‘S**’에 비플랫 샤인 물질 분석 의뢰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피부에 바로 닿는 이어폰에 니켈 도금이 안전한지 그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기자가 S** 기관에 직접 연락해본 결과, 분석에 대한 결과치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니켈 도금이 피부에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S** 관계자는 “니켈이 들어간 것은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우리나라 법에서는 쥬얼리(귀금속)와 손목 시계에만 (니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고 있고 휴대폰에 대해서도 10년 전부터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유럽 등 선진국의 법에서는 이어폰 같이 신체에 접촉되는 항목에 대해서도 ‘니켈 사용 금지’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니켈은 내구성과 신전성이 좋아 도금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머리핀과 금속 안경테는 물론 동전과 라이터, 면도날 등 생필품에도 폭 넓게 사용되는 재료다. 하지만 이어폰은 피부와 직접적으로 접촉해 장시간 사용된다는 점에서 동전과 라이터 등의 안전성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허용기준 이하 유지 대상 유해인자)는 니켈과 6가 크롬 화합물을 유해인자라고 정하고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작업장의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산업재해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적용 범위는 사업장과 공기업에 한정될 뿐이다. 이어폰 부품 제조 사업장에 이를 주문한 이어폰 생산자는 포함이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어폰의 안전성은 누가 보장해 줄까. 대부분의 전기용품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으로 관리되고 있다. 전기용품은 안전인증 또는 안전확인을 받아야 하며, 이를 상징하는 것이 ‘KC마크’다. 하지만, 이어폰은 ‘엠프가 없는 음향기기’라는 이유로 안전인증·확인 필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부 품목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적합성을 따져 인증번호를 부여해 관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이어폰은 안전인증 대상이 아니라고 말할 뿐이었고,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관계자들의 ‘블루투스 이어폰은 전자기기이지만, 일반 이어폰은 생활용품으로 분류된다’는 말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한국화학융합시험원에도 연락을 취해봤지만 “안전인증 대상이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의 한 관계자는 “니켈은 광택을 내기 위한 재료로 쓰이긴 하는데 이어폰에 사용하는 경우는 못 봤다. 아마도 제조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라며 “피부에 오래 접촉하는 이어폰에 니켈을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선 잘 못 들어본 얘기”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니켈은 장신구 도금 용도로 규제를 하고 있지만, 이어폰에는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라며 “니켈은 귀금속과 시계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지 일반적인 이어폰에는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를 해오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사용자의 피부와 청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어폰을 관리할 제도와 체계 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각 기관들이 이어폰을 두고 “전자제품이냐 생활용품이냐”며 상대 기관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동안, 이용자들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이어폰을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