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일본처럼 ‘단층응력’ 모니터링 해야
- 지진 나면 ‘책상 아래로 들어가라’는 메뉴얼이 전부
- “트라우마까지 극복할 국내 지진 메뉴얼 필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차량 수십대가 부서졌다.
[대구·경북=일요신문] 최창현 남경원 기자 = 지난 15일 오후 2시29분 경북 포항시 북부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계기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경주 지진이후 429일 만이다. 9·12지진의 고통이 아물기도 전에 또 다시 지진의 공포를 다시 느꼈다.
이번 포항지역을 강타한 지진으로 1300여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택과 상가, 학교, 공장 등 곳곳에 균열이 생겼으며 벽면이 무너지고 떨어져 나갔다. 차량 수십여대도 파손을 입었다.
경북도와 포항시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23일)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총 79명으로 나타났다. 시설물 피해는 총 1만4451건(사유시설 1만4033건, 공공시설 418건)이다.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포항 지진 직후 현재까지 모두 62차례 여진이 이어지면서 포항시민들은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경주 지진 이후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대한민국이 이젠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일요신문>은 지질학 전문가인 최정해(43) 경북대 교수를 만나 한반도 지진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경북대 최정해 교수
다음은 최정해 교수 일문일답이다.
#. 지난해 경주와 이번 포항지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진은 크게 2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진원의 깊이와 더불어 어떤 지반을 형성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경주의 경우 진원의 깊이가 15km였고, 포항의 경우는 6~9km 정도이다. 경주지역의 지진이 포항보다 더 규모가 컸으나 포항에 비해 비교적 진원이 깊어 지진에너지가 적게 전달됐다. 반면 포항은 규모가 적더라도 진원이 경주에 비해 얕아 피해가 컸다. 또 경주는 지질학적으로 주로 화강암이라는 단단한 계열이었지만 포항은 퇴적층이 분포해 있어 경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반이 약하다. 이러한 요인들이 이번 포항 지진에 큰 피해로 이어졌다고 본다.”
#. 한반도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진은 응력(應力)에 의해 발생한다. 지구의 표면은 뜨거운 맨틀 위에 둥둥 떠다니는 얇은 막이 존재한다. 그 막이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다. 지각 아래의 맨틀이 액체처럼 흐르면서 지각도 움직이게 되는데 그 가운데 지각끼리 부딪치면서 변형되기도 한다. 이러한 에너지가 계속 쌓이면 이른바 응력이 커지면 균열이 발생하거나 부러지게 되는데 이때 생긴 파동이 지진이다. 곧 지진은 땅이 어긋난 단층(斷層)에서 발생한다. 단층 중에서도 이전부터 움직임을 보인 곳을 활성단층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450여개의 활성단층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 중 경주와 양산 부산을 잇는 양산단층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활성단층이다.”
동경도의 지진 취약성지도
#. 새로운 ‘단층대’가 나왔다는 말도 있던데
“아직까지 예단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일단 지표에 대한 정밀한 지질조사와 더불어 직접 시추를 통해 땅 속을 확인을 해야 된다고 본다. 기존의 활성단층이 아닌 새로운 단층대가 나온다는 것은 곧 엄청나게 축적된 에너지가 발산된다는 뜻이다. 보고되지 않는 단층대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매우 클 것이다. 포항지진이 지하심부의 우리가 몰랐던 곳에서 활성화된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단층이 생기면서 된 것인지 분석을 해야 된다. 사실 심부에서 에너지가 활성화 되더라도 반드시 지표에 표출되지 않는다. 결국은 땅을 파서 육안으로 확인해야만 정확히 알 수 있다.”
#. ‘땅 밀림’ 현상과 ‘액상화’가 관측되고 있다.
“포항은 퇴적암이 분포된 지역으로 이번 지진동으로 인해 경사방향으로 땅이 밀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마치 산에 지층이 쌓이게 되면 지진동이 발생할 시 윗 블럭이 천천히 밀려내려 가듯이 말이다. 지진의 2차 재해인 산사태와 낙석과 땅 밀림은 지반이나 암반사면의 상태가 이전의 안전한 상태에서 지진동에 의해 이완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위험해졌다는 증거이다. 포항주변의 위험 암반사면 또는 자연사면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하고 산사태 또는 낙석 및 땅 밀림에 대한 가능성을 시급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 지금은 겨울철로 접어들어 물의 동결융해로 인해 사면의 안정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해빙기인 3월 이후 또 다른 사면의 붕괴와 낙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액상화 현상이 나타난 것은 포항이 퇴적층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해안에 인접한 퇴적층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 지진에 대한 ‘대책·예방법’은
”이제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은 식상하다. 이제 정부는 지진에 대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최소한 지진이 발생하면 어느 지역이 취약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지질 특성과 분포에 따른 위험요소 등을 분석해야 한다. 일본은 지진 방재에 대해 상당히 발달해 있다. 지진은 지하의 암반에 응력이 집중되면서 암반이 더 이상 응력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대부분 기존의 단층을 따라 움직임을 보이는 현상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암반에 집중되는 응력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면 지진에 대해서 사전에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서 사전에 예측이라 함은 몇 시간 몇 칠의 짧은 시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의 시간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는 단층에 응력이 집중하는 것을 관측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실제 단층대에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San Andreas 단층대에 이러한 시스템을 단층대의 주변에 설치해 응력의 집중을 측정하고 직접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Nojima 단층에 이러한 장치를 설치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단층감시 시스템의 개발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연구돼 국내의 활성단층대에 설치하고 자료를 분석한다면 지진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새로운 지진 ‘메뉴얼’ 필요해
”일본은 지진 발생 이전부터 지진 발생시, 발생 후 등 시점에 따른 메뉴얼이 나와 있다. 또 어떤 지역이 지진에 약 하다라는 지진 발생 취약도가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지진이 발생하면 도쿄 내 주민들은 도쿄공원에 집결해 수칙에 따르라는 구체적인 메뉴얼이 있다는 것이다. 그 지역에는 중공업 공장이 있으니 불에 취약하니 이러한 곳으로 가라는 수칙이 있다. 그 특정 장소에는 며칠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식수와 비상식량 등이 마련돼 있고 간이화장실 등 기본적인 시스템이 아주 잘 갖춰져 있다. 한국의 경우 지진이 나면 ‘책상 아래로 들어가라’는 메뉴얼이 전부이다. 반면 일본의 지진에 대한 메뉴얼에는 공포에 대한 심리적인 부분까지 감안하는 등 상당히 디테일하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국내 지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이제는 지진도 태풍이 매년 올라오면 낙뢰를 주의하는 것처럼 습관적인 행동요령도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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