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뿐만이 아니죠. 2000년대 초반엔 골목 상권엔 찜닭 가게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국 번화가면 어디든 찜닭 가게가 있었죠. 그 이후에도 와인 숙성 삼겹살, 빙수, 벌집 아이스크림, 무한리필 연어. 최근엔 대만 카스텔라, 뽑기 인형, 핫도그까지.
저비용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핫도그’ 가게들이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다.
수많은 브랜드 난립 속에 저비용 창업이라는 이유로 반짝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주머니 가벼운 퇴직자들에겐 솔깃한 아이템들이었죠.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다르면 ‘대만 카스텔라’라는 이름을 단 업체는 2013년 3월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후 2016년 6월까지 3년 3개월 동안 ‘대만’ ‘대왕’이 들어간 카스텔라 브랜드는 4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대만 카스텔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카스텔라 브랜드는 16개까지 늘어났습니다. 16개 업체 가운데 75%가 2016년 하반기 이후 탄생했습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핫도그 브랜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핫도그의 경우 2017년 5월 8일 기준으로 관련 브랜드가 15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9개의 핫도그 관련 브랜드가 불과 1년 만에 생겨났습니다. 단기간에 비슷한 콘셉트의 저비용 프랜차이즈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비용 프랜차이즈의 말로는 그야말로 처참했습니다. 골목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던 찜닭, 와인 숙성 삼겹살, 빙수, 벌집 아이스크림, 무한리필 연어, 대만 카스텔라 가게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어느 순간 보기 힘들어진 무한리필 연어집.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구글이미지
수많은 프랜차이즈 창업 성공담 관련 서적 속에 “저비용 프랜차이즈는 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골목의 전쟁>을 쓴 김영준 작가(남․35)입니다.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현재는 보험 영업 일을 하고 있다는 김 작가는 ‘김바비’란 필명으로 SNS에서 더 유명합니다.
“별 뜻 없어요. 10년 전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가수 바비 킴 노래가 나와서 필명으로 따왔습니다. 처음엔 공부하는 용도로 블로그를 사용하다가 최근 소비 시장과 상권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어떤 가게는 잘 되는 데 왜 어떤 가게는 영업이 잘 안 될까’ 궁금했습니다. 재미있잖아요.”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에서 대만 카스텔라가 제조 과정에서 식용유를 과다하게 사용한다는 비판적인 내용의 방송을 보도했습니다. 방송 이후 즉시 매출 하락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김 작가는 대만 카스텔라가 망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17년 1월부터 조짐이 보였습니다. 매장 앞에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그 점에서 보자면 <먹거리 X파일>은 수명을 앞당겼을 뿐입니다. 더구나 대만 카스텔라는 레시피가 단순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진입장벽이 낮아 카피가 쉬웠습니다.”
<먹거리 X파일> 캡쳐 화면
그는 이어 “너도 나도 뛰어들기 때문에 저비용 프랜차이즈는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요새 유행하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업계가 지나친 유행 위주로 점포 개점이 이뤄지고 있어 프랜차이즈의 생명력이 더욱 짧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창업주들이 단기간 내 수익을 내려다보니, 인기 위주의 프랜차이즈 창업이 유행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비용 창업자들이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그는 “저비용 창업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자가 많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복제가 불가능한 기술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차별화 요소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사실 소비자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상품 정보를 자세히 모른다는 말입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브랜드를 따지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평균적인 수준의 표준 제품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대기업 골목 상권 침투 논란에 대해 그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성공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다 이유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 작가는 “저비용 프랜차이즈가 금새 사라지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평균적으로 질 좋은 빵을 먹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목의 전쟁> 저자 김영준
그 이유에 대해선 “월 200만 원을 번다고 칩시다. 월급쟁이는 그만큼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자가 어느 달은 100만 원 어느 달은 300만 원 이렇게 해서 평균 월 200만 원을 번다고 치면, 소비를 100만 원에 맞춰서 소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말입니다. 경제 전체로 보면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촌에서 홍대, 홍대에서 상수․합정, 상수․합정에서 연남동, 연남동에서 망원동으로. 김 작가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임대료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임대료와 임대차 계약 분쟁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외부의 변화로 인해 임대료가 오를 것으로 기대될 경우 임대료를 올릴 경제적 유인이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임대료가 낮으면 특색 있는 다양한 사업 아이템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런데 번화가가 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특색 없는 가게로 대체하게 됩니다. 여기서 창업주들은 안전을 위해 프랜차이즈를 냅니다. 그렇게 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네가 되어 버립니다. 결국 공실이 생기게 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저는 <골목의 전쟁>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오해를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생산자도 알고 보면 손해를 많이 봅니다. 유통 과정을 따지면, 폭리를 취하는 것도 아닙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갭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김 작가는 마지막으로 “성공을 하기 위해선 아이템에 몰두하지 말고 사업적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김 기자는 부푼 창업의 꿈을 접고 조용히 다음 기사를 준비하러 갑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