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도입 이후에도 ‘낭인’은 생겨나고 있다.
로스쿨 도입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사법시험 낭인’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국가적 인재들이 사법시험에만 매달리다 몇 년 혹은 젊은 날을 송두리째 날리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입학만 하면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로스쿨에서도 변호사가 되지 못하는 케이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로스쿨 졸업생은 학위 취득일로부터 5년 내 변호사 시험 5번을 볼 수 있다. 5번의 변호사 시험에 모두 탈락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사라진다. 기회가 사라지면 법학전문대학원 석사인 채 변호사 자격증은 포기해야 한다. 1기는 이미 6번의 시험 기회가 주어져 아직도 합격하지 못한 졸업생은 병역을 이행 중인 소수를 제외하면 5번 기회를 모두 소진한 ‘낭인’인 셈이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국회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 입학생 한 기수당 대략 15% 정도가 변호사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세한 기록으로 보면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1기는 6번의 시험 기회를 얻었음에도 2기나 낭인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3기보다 더 적은 합격자를 배출했다. 현재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기수는 2기다.
1기의 저조한 성적에 대해서 서초동 한 변호사는 “로스쿨 1기는 사법시험을 계속 도전하다 입학한 사람이 제일 많은 기수다. 10년간 1차도 합격 못 했던 아무개 정치인 아들도 로스쿨로 구제된 케이스”라고 전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능력이 1기 때는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처음 가르치니까 변호사 시험의 출제 경향을 알 수가 없었을 테니, 그 시험에 합격시키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도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로스쿨 입학생은 한 해 2000명이다. 1기는 6번의 시험을 거쳤고 현재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는 1672명이다. 중간에 자퇴하거나, 유급, 병역, 5회 낙방 등 이유로 아직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이 328명이다. 2기는 5번의 시험을 거쳤다. 1723명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아직 277명이 변호사 자격증을 받지 못했다.
3기는 1681명이 변호사가 됐다. 아직 5번의 시험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5진 아웃된 사람도 없다. 4기는 1568명이 변호사가 돼 사회로 나갔다. 432명이 자퇴했거나 변호사 시험을 준비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두 번째 시험을 거친 5기도 1452명이 변호사가 됐다. 6번의 시험을 거친 1기와 2번의 시험만 거친 5기의 변호사 합격자 수 차이는 겨우 1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런 차이는 3번째 시험부터 급격하게 낮아지는 합격률로 설명할 수 있다. 1기를 예로 들어보면 1기의 첫 번째 시험에서 1665명이 응시해 214명이 낙방하고 1451명이 합격해 합격률이 무려 87.2%에 달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시험부터 수직으로 하강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300명이 시험을 보고 120명이 합격해 합격률이 1회의 반 토막 이하인 40%로 떨어졌다. 세 번째 시험부터는 합격 관문이 더욱 좁아진다. 1기의 세 번째 시험 합격률은 약 31%, 네 번째 시험 합격률은 약 22%, 다섯 번째에서는 약 13%만이 합격을 따냈다. 5진 아웃이 발생한 이후인 여섯 번째 시험은 20명이 응시해 단 2명만 합격해 합격률이 10%에 불과했다.
기수별 변호사 시험 합격자수와 불합격자 수, 총 누적 합격자 수 현황.
이 같은 급격한 합격률 감소 추세는 다른 기수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했다. 2기의 합격률도 첫 번째 시험에서는 82%, 두 번째 시험에서는 44%, 세 번째 시험에서는 26%, 네 번째 시험에서는 14%, 다섯 번째 시험에서 11%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3기나 4기도 비슷한 수준으로 합격률이 떨어져 갔다. 반대로 보면 최초 1회, 2회 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한 상당수는 끝내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급격히 늘어나는 셈이다.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 시험은 노력보다는 재능 싸움이다. 사법시험 준비를 오래 한 사람이 아니라면 적성 없는 사람이 노력만으로 3년간(로스쿨 기간 동안) 노력해서 첫 번째 변시에서 합격하기는 힘들다”고 귀띔했다. 밖에서 보기에는 로스쿨만 합격하면 변호사가 되는 것 같지만 노력만으로는 의외로 변호사가 되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미리 자퇴하는 학생도 제법 많다는 게 로스쿨 학생들의 얘기다.
또 다른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내가 다닐 때는 총 정원의 5% 정도가 자퇴했다. 1학년 겨울에 많이 자퇴하고 2학년 겨울에 마지막으로 나갈 사람이 나간다. 3학년 때는 이미 낸 돈이 4000만 원이 넘어간다. 그때는 나가는 사람이 없다”면서 “요새 변호사도 취업난이라 취업 때 중요한 로스쿨 성적이 낮거나 변시 합격 못할 거 같으면 자퇴한다. 막상 로스쿨 들어왔는데 원래 하던 일이 변호사 일보다 낫다고 판단해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생각보다 많은 수가 불합격을 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변호사 시험의 난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 로스쿨 입학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시험 통과가 황금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더군다나 1억 원에 가까운 기회비용을 쓰면서 로스쿨에 입학한다고 해서 모두가 변호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로스쿨 입학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