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대우(옛 대우인터내셔널) 후원을 받았던 윤성빈 선수. 연합뉴스
윤성빈 선수를 지도했던 강광배 한체대 교수는 3월 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성빈 선수는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대비 훈련을 하다 보니 강의 출석 일수가 부족했다. 사정을 누구보다 알지만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했다. 내가 F학점을 줘 윤성빈 선수가 졸업을 못 했다”고 밝혔다.
윤성빈 선수는 지난 2013년 3월 한체대에 입학해 2017년 2월 졸업 예정이었지만 학점 이수가 안 돼 졸업이 늦어졌다. 강광배 교수가 윤성빈 선수에게 F학점을 준 과목은 ‘전문실기’다. 전문실기는 각 학생이 자신의 종목에서 교수에게 실기 지도를 받고 학점을 채우는 과목이다. 국제대회를 나가거나 국가대표 선수로 차출되면 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학교에 공문을 보내 전문실기 출석이 인정받도록 조치한다. 윤성빈 선수는 강광배 교수에게도 국가대표팀에서도 똑같은 스켈레톤 훈련을 받았다.
이에 대해 강광배 교수는 “정유라 사건 뒤에 교육부에서 모든 정책을 바꿨다. 국가의 부름을 받더라도 전문실기에 실제로 안 나오면 점수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 22조에 따르면 학칙에 따라 각자의 방법으로 근거만 있다면 출석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관계자는 “학교에서 필요한 모든 서류를 다 보내 줬다”고 밝혔다.
한체대에서 국가대표 선수를 지도하는 교수가 국가대표로 차출된 선수에게 실제 실기 수업을 빠졌다는 이유로 F학점을 주면 한체대 소속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4년 내 졸업이 불가능하다. 국가대표를 목표로 하거나 이미 국가대표인 선수들이 한체대 입학을 꺼릴 수도 있다.
반면 한체대는 재학생의 메달 소식을 크게 홍보해 왔다. 학과는 재학생이 국가대표로 올림픽 메달 실적이 쌓이면 학과 정원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반대로 한체대가 재학생의 금메달 실적을 더 쌓기 위해 금메달 유력 재학생의 졸업을 막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윤성빈 선수가 졸업이 늦어져 재학생 신분으로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반면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 대회전 은메달리스트 이상호 선수는 4년 만인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 끝난 뒤 무사히 졸업했다. 윤성빈 선수의 1년 후배로 그 역시 국가대표로 차출됐지만 그는 학점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다.
이와 관련 윤성빈 선수의 소속사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학점은 사생활이다. 말씀 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체대는 최전성기를 보내던 안현수 선수가 2007년 4학년 2학기를 모두 마치자 대학원 진학을 권유한 바 있었다. 안 선수는 이를 거절하고 2007년 12월 성남시청에 입단했다. 그 뒤 파벌 논쟁이 벌어져 안현수 선수는 한국을 떠났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