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까지 이렇게 험난할 수가 없었다. 앞서 팬들을 위해 준비했던 쇼케이스도 엎어졌던 판이었다. 관련 기관에는 민원이 폭주했다. 단순히 일본 여성들이 한국에서 아이돌로 데뷔를 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그룹 멤버 전원이 일본 현지에서 AV배우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3월 21일 오후 홍대에 위치한 스테이라운지에서 일본 현역 AV 배우들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허니팝콘’이 국내가요계 데뷰 쇼케이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쿠라 모코, 미카미 유아(리더), 마츠다 미코. 임준선 기자
여성 3인조 그룹 ‘허니팝콘’은 리더 미카미 유아(25)와 마츠다 미코(25), 사쿠라 모코(27)로 구성됐다. 이들은 모두 일본에서 아이돌 그룹을 거친 뒤 현재 일본 AV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반발이 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데뷔를 강행한 허니팝콘은 “진지하게 활동하고 있고, 또 활동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V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허니팝콘’이라는 이름답게 달콤하고 설렘이 가득한 그룹으로 한국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1일 홍대 스테이라운지에서 열린 허니팝콘의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미카미 유아는 ”데뷔가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라며 ”굉장히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여기 모인 분들도 같은 감정으로 이곳에 보러 오셨다고 생각한다. 여기 계신 분들께라도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취소됐던 팬 쇼케이스에 대한 실망감을 에둘러 드러낸 셈이다.
”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고 굳이 한국에서 데뷔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들은 ”저희 세 명 모두 일본에서 아이돌 활동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K팝을 동경하는 마음이 강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카미 유아는 ”저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라며 한국행 결심을 강조했다. 그는 ”처음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활동을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카미 유아는 일본 내에서도 대표적인 ‘친(親)한파’ 연예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다른 두 멤버도 한국 사랑에는 뒤처지지 않았다. 먼저 마츠다 미코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여배우는 김유정, 남배우는 박보검이다. 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을 매우 감명깊게 보면서 두 배우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사쿠라 모코는 K팝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영향을 받았다. 스스로 찾아봤다기보다는 주변으로부터 서서히 물든 케이스다. 특히 좋아하는 그룹은 트와이스. 트와이스를 만나게 된다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것으로 “머릿결 관리 비법”을 꼽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임준선 기자
그러나 이들은 당당히 국내의 논란에 맞서고 있다. 미카미 유아는 그들의 출신이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켰다는 이야기에 “일본에서 그런 활동(AV배우)을 하고 있다. 물론 진지하게 하고 있던 일이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준비하는 동안에도 한국와 일본의 문화 차이가 있고 여러 의견이 있을 거라곤 예상했다. 그러나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그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거센 비판과 논란에 맞서면서까지 한국에서 아이돌로 데뷔하고 싶었던 이들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우선 이들은 국내 소속사가 없다. 앨범 제작, 뮤직 비디오 촬영, 활동비 등을 대부분 리더인 미카미 유아가 사비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 현재까지 소요된 비용만 한화 약 3억 원에 달한다.
당초 모모랜드 등이 소속된 ‘더블킥컴퍼니’가 이들의 국내 소속사 역할을 한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실제로는 곡을 녹음하는 데 녹음실만 빌려줬을 뿐이었다. 결국 국내외 활동을 전부 미카미 유아 1인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
미카미 유아는 자신의 사비를 들여 한국 활동을 진행한다는 데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게 이 일이었다. 저는 그렇게라도 꼭 하고 싶었던 활동이었다”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이어 “앨범 하나만으로 (활동을) 끝낼 생각은 없다. 지금은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모두 극복해서 정말 멋진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