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노태강 문체부 차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문체부는 동계올림픽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전명규 교수가 2017년 빙상연맹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냈다. 문체부 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전 교수는 빙상연맹 회장사인 삼성에게 2016년 하반기 거의 전권을 위임 받았다. 삼성 스포츠단 상무 출신으로 2011년부터 빙상연맹 부회장을 지냈던 이기인 전 부회장은 2016년 7월 옛 삼성생명 사장 출신이자 연맹 신임 회장에 선출된 김상항 회장에게 전 교수를 선임하라고 조언했다. 전 교수는 2017년 1월 빙상연맹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전명규 교수는 직함만 부회장이었을 뿐 빙상연맹의 실질적 수장이었다. 전 교수가 2017년 1월 복귀하자마자 자신과 친한 인사를 모아 이사회와 상임이사회를 구성한 까닭이었다. 이는 빙상연맹 정관을 어긴 행위였다. 2016년 빙상연맹은 전국빙상연합회를 통합하며 상임이사회 제도를 없앴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했지만 소수만으로 조직사유화가 가능하다는 부정적 측면이 강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관은 전 교수에게 중요치 않았다. 국가대표 선발과 지도자 선임 등은 전 교수의 뜻대로 진행됐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감사 대상자들이 규정이나 절차를 위반한 부분을 가볍게 보고 큰 문제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게 심각한 문제였다. 전 부회장은 ‘연맹에서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줬는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조직사유화에는 반대파 제거가 필수였다. 전명규 교수는 특정 지도자 징계에 개입했다. 2014년 1월 전 교수는 2013년 12월 개최된 이탈리아 트렌티노 동계유니버시아드 때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을 이끌었던 오용석 감독에게 징계를 내리려 사적 인맥을 활용했다. 본인의 조교와 절친한 서울여대 한 교수에게 민원 서류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민원을 받아 들은 빙상연맹이 진상을 묻자 오 감독은 해명답변서를 제출했다. 전 교수는 멈추지 않았다. 한 코치에게 오 감독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추가로 작성케 했다. 민원 서류를 작성했던 서울여대 교수는 2014년 8월 연맹 상벌위원회 위원이 됐다. 민원 서류를 작성한 사람이 징계 결정권자가 됐다. 결국 오 감독은 징계 규정에도 없는 징계 사유로 중징계를 받았다.
이 일은 전명규 교수가 빙상연맹 부회장 자리에서 내려왔던 시기에 벌어졌다. 빙상연맹 부회장 자리와 상관 없었다. 이미 빙상연맹 이사회와 상임이사회가 전 교수 손아귀에 있었던 탓이었다. 전 교수는 한체대 교수 신분으로 당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에릭 바우만을 몰아냈다. 빙상연맹과 국가대표 지도자를 시켜 에릭 바우만이 제대로 된 훈련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자격이 안 되는 한체대 출신 코치를 국가대표 지도자로 계속 발탁해 국가대표 운영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다. 또한 다른 외국인 지도자 및 체력 트레이너 영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빙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관된 훈련은 없었다. 잦은 지도자 교체와 계속된 훈련 방식 변화로 선수단 분위기는 엉망이었다. 선수가 감내해야 할 피해는 이뿐만 아니었다. 2016년 빙상연맹은 스피드 스케이팅 매스 스타트에서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이려 선수추천제를 도입했다. 선수추천제는 ‘페이스 메이커’ 선발용으로 사용됐다. 주형준은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매스 스타트 선발 기준 종목 3위였지만 페이스 메이커를 거절해 5위였던 이진영이 경기에 출전했다.(관련 기사) 수혜자는 이승훈이었다. 여자 매스 스타트에서도 페이스 메이커 종용이 한 차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아무도 페이스 메이커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매스 스타트는 여성 선수 부족으로 페이스 메이커 작전 없이 진행됐다.
이승훈과 김보름의 공통점은 한체대 빙상장에서 개인 훈련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문체부 감사에 따르면 한체대 개인 훈련은 특정 선수에게만 허가되는 등 차별적으로 이뤄졌다. 이마저도 비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국가대표 선수는 선수촌 외부에서 훈련을 받을 땐 규정에 따라 보고와 확인이 필수다. 이 선수들은 보고와 확인 절차 없이 외부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 훈련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고 확인됐다.(관련 기사)
국가대표팀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결국 평창 동계올림픽 때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했다. 여자 팀 추월 ‘따돌림’ 주행 사건은 백철기 감독의 부실한 지도가 빚어낸 참극이라고 나타났다. 노선영은 백 감독에게 “마지막 바퀴에서 2번을 타겠다”고 말했다. 경기 전날 박지우는 “노선영이 3번 주자로 가는 게 좋겠다”고 백 감독에게 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백 감독은 “선수들끼리 합의하여 결정하라”고 책임을 미뤘다. 문체부는 “이후 여자 팀 추월 선수들이 주행 순서를 별도로 논의하지 않았다. 김보름과 노선영은 박지우의 제안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백 감독은 또 다시 책임을 미루려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에서 “노선영이 3번 타겠다고 자신에게 찾아와 직접 말했다”고 말하는 등 사실과 다른 발언으로 논란을 확산시켰다. (관련 기사)
노선영은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뻔했기 때문이었다. 이 논란은 빙상연맹의 미숙한 행정처리가 원인이었다고 드러났다. 부실한 행정 처리는 더 있었다. 빙상연맹 임원진이 전결권 없이 실무에 관여했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부당하게 운영됐다. 연습대관료 관련 회계 사항을 사업계획서와 정산서에 기록하지 않았다. 서류도 미비됐다. 비상근 임원 등에게 부당한 수당이 지급됐다. 도박 등 물의를 일으킨 선수 징계도 제멋대로 내려졌다고 감사에서 확인됐다.
문체부는 이번 특정감사 관련 관계자 18명의 징계 28건을 서둘러 처리하라고 빙상연맹에 통보할 계획이다. 부당 지급 환수 역시 이뤄질 예정이다. 2건은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가 있을 전망이다. 관련 기관에는 경고 3건과 개선 요구 7건, 권고 3건, 관련 사항 통보 5건 등이 처분될 방침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한체대 빙상장, 고액 과외비 따박따박 빙상 적폐청산의 칼자루는 이제 교육부로 향한다. 문체부 감사에서 제기된 11가지 문제 가운데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부분이 한체대 빙상장이었던 탓이다. 한체대 관련 의혹은 문체부 소관이 아니다. 교육부의 숙제다. 한체대에서 진행된 특정 국가대표 선수 외부 훈련 때 국가대표 선수를 지휘한 사람은 한체대 빙상장 사설 강사였다. 지도자 권한 없이 국가대표 훈련을 실시했다. 이 강사는 한체대 빙상단을 실질적으로 지휘한다고 ‘일요신문’ 취재 결과 드러났다. 여자 선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있었던 사람이었다.(관련 기사) 전명규 교수는 이들 외부 훈련과 부적절한 지도 방식 구조를 짜는 데 관여했다. 전 교수는 한체대 빙상장을 총괄해 왔다. 이뿐만 아니었다. 감사 결과 한체대 빙상장은 특정인에게만 부당하게 대관되고 있었다. 100명에 육박하는 초중고 전문체육 선수가 한 달에 80여 만 원씩을 내고 고액 강습을 수강해 왔다고 나타났다. 사설 강사는 이 돈을 현금으로 받다가 탈세 혐의로 국세청에 추징을 당한 적도 있다고 알려졌다. 문체부는 한체대 빙상장 관련된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판단했다. 감사 조치 내역 가운데 가장 많은 4명 징계 요구와 개선 2건, 기관경고까지 한체대 빙상장을 향했다. 이러한 내용은 교육부에 사실 통보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된 걸 일찍이 알았지만 제대로 된 조치를 한 번도 취하지 않았다.(관련 기사)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를 두고 “문체부와 검찰, 국회도 빙상연맹과 한체대, 더 나아가 빙상계 적폐청산에 힘을 싣고 있는데 교육부만 눈치 없이 행동한다”며 “수원대 제보자 정보 갖다 바친 사건도 그렇고 교육부가 요즘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인 적폐청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
이승훈 소속사가 경기복까지…업체 선정 과정 검찰 수사 의뢰 문체부는 이번 감사 때 국가대표 빙상단의 경기복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와 유착하고 경쟁사를 배척하는 등 빙상연맹의 업무방해 혐의점을 포착했다. 심석희를 폭행한 조재범 전 코치도 고발 대상이 될 예정이다. 빙상연맹은 2015년부터 선수 및 지도자에게서 경기복 품질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경기복 공급업체 교체를 시도했다. 기존 경기복은 세계 1위 빙상 경기복 제조업체 스포츠컨펙스 제품이었다. 2017년 2월 열린 세계선수권 때 출전국 19곳 가운데 14곳이 스포츠컨펙스 경기복을 입었다. 세계 최강 네덜란드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 스포츠컨펙스 경기복에 자신의 로고를 박아 빙상연맹에 공급한 회사는 휠라였다. 빙상연맹 이사회는 휠라와 우선협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었다. 이사회 결정과 달리 빙상연맹은 ‘용품계약 TF’를 따로 구성해 경기복 공급업체를 바꿨다. 경기복 제조업체 헌터의 공급업체 브라보앤뉴가 최종 계약자로 선정했다. 브라보앤뉴는 이승훈 등이 소속된 운동 선수 전문 매니지먼트다. 선정 과정에서 경기복 평가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브라보앤뉴 소속 선수만 평가에 참여했다. 경기복 평가표는 평가 당일 협의 없이 변경되는 등 부적절하게 진행됐다.(관련 기사) 문체부는 “빙상연맹이 특정 회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공모를 진행했다”며 “용품계약 TF에서 논의된 경기복 제조사 및 공급사 정보가 사전에 경쟁사에게 유출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전명규 교수가 일부 지도자에게 기존 경기복에 문제가 있다는 문서에 서명을 종용했다고 나타났다. 피해 업체인 휠라 관계자는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는 심석희를 폭행했던 조재범 전 코치 역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전 코치는 평창 동계올림픽 대비 국가대표 강화훈련 기간 때 심석희를 구타하고 폭언을 내뱉었다. 대통령 격려 방문을 하루 앞둔 1월 16일에도 조 전 코치는 밀폐된 공간에서 발과 주먹으로 심석희를 폭행했다. 심석희는 두려움에 선수촌을 빠져 나왔다. 쇼트트랙 지도자들은 “심석희가 몸살감기로 병원에 갔다”고 허위 보고한 바 있었다. [최] |
“밥풀 튀었다고 퍽!” 이승훈의 민낯 이승훈이 후배들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는 정황이 문체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굳게 닫힌 이승훈의 집 복수 이상의 빙상 국가대표 선수에 따르면 이승훈은 2013년 3월 독일 엘푸르트 훈련 도중 함께 뛴 B 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치기도 했다. B 씨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물구나무서기를 시키는 등 기합을 준 증언도 이어졌다. “2014년 초 소치 동계올림픽 때 이승훈이 B 선수와 함께 훈련을 한 뒤 당시 대표팀 감독에게 ‘이런 쓰레기들이랑 더 이상 못 타겠다’고 소리쳤다”는 폭언 증언도 나왔다. B 씨는 “선배가 후배 때리는 건 흔한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2월부터 이승훈과 그의 아내에게 수차례 연락하고 집을 방문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승훈은 문체부 감사 때 “후배에게 훈계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빙상연맹에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이승훈 징계를 검토하라고 일렀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