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 각종 부담금을 감면해 주고 국·공유재산에 대해 우선적으로 매입·임대도 가능해진다. 지구 지정을 받은 국내·외 기업에 대해선 취득세·등록세·개발부담금·관세를 전액 면제해주고 재산세 10년간 면제, 법인세는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를 면제해 준다.
투자진흥지구는 조건만 충족된다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투자자도 혜택 대상이 된다. 그러나 투자유치 사업의 사회적 타당성, 제주지역 경제와의 지속적인 기여 가능성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과정들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히든클리프 호텔 홈페이지 캡처.
지난 5월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민주노총 제주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소재 히든클리프호텔이 운영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매각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히든클리프 호텔은 지난 2015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돼 지금까지 20억 넘는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아왔다”며 “호텔 매각이 이뤄질 경우 먹튀 자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투자진흥지구 ‘먹튀 논란’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번 히든클리프 호텔 매각과 식음 업장 외주화 문제는 도민의 고용문제와 직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제주 투자진흥지구 제도는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치보다 미흡하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은 투자진흥지구에 대해 “이 제도는 자본가들이 한정된 제주 토지를 헐값에 유리한 조건으로 매입한 뒤 관광시설물을 축조해 알아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지적했다.
백 소장은 “투자진흥지구 지정권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권한 남용 가능성이 높고 투자대상사업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 투자진흥지구 지정에 따른 수혜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다는 점, 수혜 유형이 주로 세제혜택인 점 등에서 본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제주도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심의위원회는 제주도청에서 회의를 갖고 막대한 세금 감면혜택을 받고도 제대로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투자진흥지구 지정·변경·해제 계획안을 처리한 바 있다.
당시 심의에서 성산포해양관광단지를 제외한 4개 관광단지 투자진흥지구 해제안이 의결됐다. 세금 감면혜택을 받은 토지를 중국기업에 매각해 46억 원의 시세차익까지 남겨 ‘먹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주)보광제주는 성산포해양관광단지에 387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1883억 원만 투입했다. 고용 약속 인원도 701명(도민 455명)이었지만 191명(도민 156명)에 머물렀다.
제주롯데리조트의 경우 투자계획은 1978억 원이었지만 실제 투자는 1484억 원에 그쳤고, 고용계획에서 245명(도민 213명)을 약속했지만 실제는 81명(도민 75명)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자본 분마그룹 이호랜드의 경우 총 사업규모가 4212억 원으로, 중국 분마그룹이 투자하고 있으나 매립만 하고 실제 사업은 추진되지 않아 해안지역 환경파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투자유치 사업을 사전검증할 방안과 신뢰성을 담보할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반복되면서 제주도가 투자진흥지구 관리권을 행사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해송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