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 [사진편집=일요신문]
[대구·경북=일요신문] 최창현 김성영 기자= 6·13지방선거가 이변없이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역대 최다인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싹쓸이 한 가운데 TK(대구·경북)가 가까스로 보수심장을 지켜냈다.
자유한국당은 권영진 후보가 53.7%로 재선에 성공하고, 이철우 후보가 52.1%로 경북도지사에 새로 입성하면서 광역단체장 전패 수모를 면했다.
북미정상회담 기대감과 여당발 훈풍을 업고 오차범위 내 까지 접전을 벌이며 파란돌풍을 일으켰던 민주당 임대윤 후보는 막판 ‘샤이(shy)보수’표 결집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13일 오후 6시 발표된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권 후보와 임 후보의 격차는 10.8%였지만, 최종 투표결과 13.9%p로 더 벌어지면서 보수심장 대구에서의 이변은 없었다.
여론조사에서 한자리 수까지 따라잡혔던 이철우 후보 또한 출구조사에서 54.9%로 34.9%인 민주당 오중기 후보를 20%p 여유있게 앞섰다. 최종 투표결과 오 후보는 이 후보와의 격차를 2.37%p 소폭 좁히는데 그쳐 결국 TK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 여론조사에서는 숨어있던 이른바 ‘샤이보수’의 위력이 발휘된 셈이다. 4~5월 2차례 남북 정상회담이나 선거 전날 열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과도 대구·경북에서는 미풍에 그쳤다. 또 민주당이 구청장 출신과 청와대 선임행정관 출신을 대구·경북에 내세우면서 인물론에서도 밀린 것으로 분선된다.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는 “자유한국당의 잘못에 실망한 국민들이 전국에서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면서도 ”대구에서만이라도 당선시켜 주신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대구 경제를 꼭 다시 일으켜 세우고 1호 공약인 통합공항 이전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공한 재선시장 후 대권도전까지 시사한 권 당선인이 취임 초 시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먼저, 권 당선인의 최대 현안이자 대구 희망프로젝트 1호 공약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및 동촌스마트시티 건설’이 여당인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과 맞물리면서 표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권 당선인의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 검찰의 본격적인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선거후 소환조사와 재판 여부 등 코 앞에 닥친 변수도 문제다.
민선6기 반을 여당시장으로 나머지 반을 야당시장으로 시정을 이끌어 왔던 권 당선인이 야당시장으로 남은 임기를 별다른 견제없이 시정을 이끈 원동력이었던 한국당 시의원 의석도 민주당에 4석을 내주면서 압박도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인는 “경북을 대한민국의 중심에 세우겠다”며 ‘위대한 경북 건설’을 약속했다. 또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고 경북농산물유통공사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북도지사 선거에서 오중기 후보는 민주당의 거센 바람과 한때 고향인 포항을 중심으로 지지세가 상승하는 듯 했지만 결국 이철우 후보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경북은 대구와 달리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후보 4명이 출마했지만 두터운 보수층 지지로 밋밋한 선거가 치러지졌다.
투표율에 있어서도 지난 지방선거 보다 5.2%p, 전국 평균(60.2%) 보다 높은 64.7%를 기록하면서 전통적 보수표 지지기반에 막판 ‘샤이보수 표’까지 더해지면서 싱거운 싸움이 됐다.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는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정무·공보 보좌역을 맡으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정무부시장을 맡았으며, 2008년 서울 노원을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인는 5년간 교직생활을 거쳐 20년 동안 국가정보원에서 잔뼈가 굵었다. 2005년 경북도 정무부지사로 자리를 옮긴 뒤 2년 동안 근무하고 고향인 경북 김천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7년 12월 자유한국당 의원 신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하며 ‘나홀로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한 다채로운 이력를 가지고 있다.
한편, 6·13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TK와 제주(무소속 원희룡)를 제외한 역대 최다 14곳을 싹쓸이한 가운데 14일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에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대표직을 내려 놓으면서 차기 총선을 겨냥한 보수 야당발 정계개편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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