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사기혐의로 피소된 작곡가 이호양(활동명 신사동호랭이) 씨. 연합뉴스
이 씨는 IT 사업가 김 아무개 씨로부터 지난 3월 고소당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강남경찰서는 6월 말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씨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4차례에 걸쳐 김 씨로부터 수억 원대의 돈을 빌리고 이를 갚지 않아 고소를 당했다. 또한 이 씨는 지난해 9월, 17억 원의 개인 채무로 법원에 회생 신청을 냈고 올해 5월 회생 계획안을 인가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 씨가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제공한 담보가 담보로서 가치가 없거나 채무초과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이 씨가 보유했던 수입 외제차량뿐만 아니라 자신이 제작한 인기 걸그룹의 초상권·상표권 등에 대한 전속권리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일요신문i’ 첫 보도 직후 이 씨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빌린 돈의 70~80%를 상환했고 그동안 원금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억 원의 이자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소인 김 씨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이 씨가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민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씨는 이 씨의 사기 혐의 고소 건을 준비하면서 고소장 작성 과정에서만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을 뿐 법률 대리인을 내세우지는 않은 상태였다.
김 씨는 이 씨가 내놓은 공식 입장에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그는 이 씨의 주장에 대해 “인간적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씨와 이 씨 사이에선 고소건 이전부터 수억 원의 돈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여유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본인의 시계를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이 씨에게 건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돈이 오가던 관계에서 지난해 6월 이후부터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김 씨는 “상환하기로 했던 날짜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어느 순간 나를 기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이 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의 메시지 함에는 이 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쌓인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통신사 서비스 메시지가 가득했다.
사진=고소인이 증거자료로 제출한 금전소비대차 계약서 중 일부 사본.
김 씨는 ‘그동안 원금 두 배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했고 원금도 70~80% 상환했다’는 이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고소장에 작성했듯이 원금은 4억 6000만 원 중 5000만 원만 받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담보로 맡긴 차량을 김 씨에게 5000만 원을 상환하고 회수해 갔다. 김 씨는 이자와 관련해서도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씨는 “지금까지 이자로 받은 돈은 5000만 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공식 입장에서 “고소인은 조직폭력배라는 신분을 이용, 강압적인 채권추심을 통해 부당한 이자를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나는 평범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오히려 얼마 전 이 씨 측에서 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사람이 찾아와서 ‘상환일을 미뤄 달라’고 이야기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 씨의 ‘협박’ 언급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없었다. 약속한 날짜가 지켜지지 않으면 ‘언제쯤 되겠냐’고 묻는 정도였다.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그대로 남아 있고, 일부 통화 녹음도 해놨다”고 강조했다.
이 씨 측은 고소인과 경찰의 결탁을 주장하기도 했다.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전에 수사관이 합의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 씨는 적극 부인했다. 그는 “이 씨가 수사관과 나의 관계를 의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수사관이 변경됐지만 결론은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였다”고 말했다.
이 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관을 교체해 달라’는 요청이 와서 단순히 다른 팀에 사건을 넘겨준 사안이다. 경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수사관 교체 제도가 있다. 큰 문제가 없으면 교체 요구를 다 들어준다”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고소인이 친분이 있다’는 이 씨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그런 식으로 경찰직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씨는 이번 고소건에 대해 “그동안 오랫동안 형동생으로 지내온 관계를 생각해서 고소를 취하하려는 생각도 했었다”면서 “그런데 이 씨는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제는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말고도 피해자가 더 존재한다. 다른 사람이 진행하는 1~2건의 고소가 더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