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방통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지상파의 경영 실적은 낙제점을 면하기 힘든 수준이다. 2017년도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의 방송사업 매출 총합은 3조 6837억 원으로 2016년도에 비해 3150억 원 줄었다. 반면 JTBC, 매일방송(MBN), 조선방송(TV조선), 채널A 등 종편사들의 2017년도 방송사업 매출 총합은 전년도보다 1400억 원 늘어난 7272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0억 원 증가한 148억 원을 기록했다.
JTBC는 종편 4개사 중 여러 방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실적을 거뒀다.
종편과 지상파의 명암을 가른 건 단연 광고매출이다. 지상파에서 빠져나간 광고매출이 종편으로 흡수되고 있는 것. 2008년 기준 전체 방송 광고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의 점유율은 68.4%였지만, 2011년 종편 출범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44.6%까지 떨어졌다. 광고매출도 전년 대비 13.0% 감소한 1조 4121억 원에 머물렀다. 반면 종편 4개사는 출범 이후 광고매출이 지속해서 상승해 지난해에는 2016년 대비 1123억 원(39%) 증가한 4004억 원을 기록했다.
종편 중에서도 광고매출 상승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방송사는 단연 JTBC다. 지난해 JTBC의 광고매출액은 2185억 원으로 2016년도(1234억 원)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업계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JTBC ‘뉴스룸’의 신뢰도가 상승했고 이것이 시청률과 브랜드 인지도에 영향을 미치며 광고 수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협찬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종편 협찬 매출액은 TV조선(469억 원), MBN(428억 원), 채널A(411억 원), JTBC(293억 원) 순이다. TV조선의 협찬 매출액은 JTBC의 두 배 수준이나 된다. 미디어렙법에 따라 비교적 투명하게 진행되는 광고와 달리 협찬은 방송사 광고주와 직거래하기 때문에 ‘규제의 사각지대’로 불린다. 지난 국정감사 당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편의 기형적인 협찬 광고 매출은 비정상적인 광고 영업의 결과”라며 “종편 방송사들의 신문-방송 겸영 과정에서 신문광고와 종편광고를 패키지로 판매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종편 4개사의 방송매출액은 JTBC(3111억 원), TV조선(1418억 원), 채널A(1394억 원), MBN(1349억 원) 순이다. 지난해 방송매출액은 4개사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는데, 특히 JTBC는 56%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방송 매출로 인한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희비가 극명히 나뉜다. 지난해 MBN(133억 원)과 JTBC(99억 원)는 영업이익 흑자를 올렸지만, TV조선(-3억 원)과 채널A(-80억 원)는 적자를 냈기 때문.
하지만 종편의 경영실적을 단순히 영업이익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금융감독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 적자를 낸 채널A와 TV조선은 지난해 방송프로그램 제작비를 전년도 대비 각각 128억 원, 137억 원씩 대폭 상향했기 때문. 재승인 심사 당시 방통위는 종편에 프로그램 투자비를 늘리라고 주문했는데 특히 기준점수에 미달한 TV조선의 경우 청문회에서 이를 직접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MBN의 지난해 방송프로그램 제작비는 983억 원으로 종편 4사 중에 가장 적다. 2016년도에 비해서도 불과 2억 5000만여 원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 MBN이 프로그램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는 앞으로의 방송사업자 재승인 심사에서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MBN은 지난해 11월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점수보다 단 1.01점 높은 651.01점을 받아 턱걸이 통과했고 결국 ‘조건부 재승인’을 통보받았다. 당시 표철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기본적으로 재방 비율이 47%라는 것은 종합편성채널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라며 “뒤집어 이야기하면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시청률을 놓고 봤을 때 종편 4개사 중 JTBC와 MBN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닐슨코리아의 6월 가구 시청률 집계에 따르면 주간 종편 시청률 상위권에 오른 프로그램은 JTBC가 11개, MBN이 5개로 사실상 두 채널이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다양성을 기준으로 할 때는 두 채널 역시 격차가 상당하다. JTBC는 ‘히든싱어’, ‘아는형님’, ‘미스 함무라비’, ‘김제동의 톡투유’, ‘비긴어게인’ 등 비교적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MBN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5개 프로그램(‘나는 자연인이다’, ‘속풀이쇼 동치미’, ‘현장르포 특종세상’, ‘휴먼다큐 사노라면’, ‘알토란’)은 시사·교양과 패널 위주의 토크쇼다.
종편은 방송의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설립되었던 만큼 프로그램의 다양성은 재승인 심사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수행한 2016년도 미디어 다양성 연구에서도 종편은 토론·대담·토크쇼, 뉴스, 다큐멘터리, 정보 버라이어티 등 상위 4개 장르 편성 비율이 82.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뉴스와 토론·대담 프로그램의 시청집중도는 종편 시청률의 60.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시청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TV조선·채널A 프로그램은 ‘인생감정쇼 얼마에요(TV조선)’, ‘나는 몸신이다(채널A)’ 정도다. 두 채널 모두 이렇다 할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온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해 프로그램 제작비를 대폭 확대하며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6월 15일 종영한 채널A의 예능 ‘하트시그널(최고 시청률:2.7%)’이 방송 내내 화제가 되었으며 5월에 종영한 TV조선의 드라마 ‘대군’은 최고시청률 5.6%로 TV조선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러 방면에서 종편 4개사 중 가장 두드러진 실적을 거둔 JTBC에게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타사보다 부채비율이 높아 재무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 지난해 JTBC의 자본금(자산-부채)은 402억 원으로 채널A(2836억 원), MBN(3882억 원), TV조선(2488억 원)보다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자료에 따르면 JTBC는 이른 시일 내에 시중은행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기준 896억 원으로 2016년(491억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당장 마음이 급한 종편은 TV조선이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TV조선의 종합편성채널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청원 글에 무려 23만 6714명이 동의했기 때문. 해당 청원 글은 TV조선이 허위·과장·날조 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하며 재승인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을 담고있다. 오보·막말은 지난 종편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이 기준점 이하의 점수를 받게 된 결정적 원인이었다. 당시 방통위는 오보, 막말, 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를 매년 4건 이하로 감소시킬 것을 조건으로 재승인했다. 종편 관계자는 “스낵컬처 동영상 서비스 채널과 같이 새로운 시도는 하고는 있지만 여러 일이 반복되며 내부인 중에서도 실망을 표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한편 청원글에 대해 정승혜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은 “지난해 재승인 이후에 TV조선에 대한 법정제재는 아직 없다. 다만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최근 보도 두 건에 대해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방통위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업무정지 혹은 청문, 이런 절차를 거쳐서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종편 소유 언론사 지난해 성적표는? 이젠 ‘조동중’으로 불러야 할지도… 이제는 ‘조·중·동’이 아니라 ‘조·동·중’으로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업계 1위 조선일보는 3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며 왕좌를 지켰지만, 중앙일보는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동아일보에 매출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 동아일보의 매출액은 2015년(2917억 원), 2016년(2872억 원), 2017년(2879억 원)으로 3년 연속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모두 3년 연속 매출액이 내림세를 보인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거둔 당기순이익은 조선일보(259억 원), 중앙일보(86억 원), 동아일보(23억 원) 순이다. 동아일보는 2016년 461억 원에 달하는 유형자산을 처분해 22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2016년도의 성과가 일시적이었음이 드러났다. 물론 중앙일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역시 189억 원에 달하는 유형자산 처분이 반영된 결과여서 단기적인 실적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내림세가 뚜렷한 전국 종합일간지와 달리 경제지는 지난해에도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경제지의 지난해 매출액은 6844억 원, 순이익 703억 원으로 매출액으로는 전국 종합일간지의 절반 수준이지만 순이익은 거의 비슷하다. 업계 1위인 매일경제는 2017년도에도 왕좌를 유지했지만, 마음 놓고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매일경제의 지난해 매출액은 2194억 원으로 2016년 대비 4.09%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도 2016년 대비 13.09% 줄었기 때문. 한국경제의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경우 네이버와의 합작법인인 아그로플러스를 포함해 투자주식 지분 매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