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비례대표)은 12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주요 저축은행의 2조 원대 고금리 주식담보대출 제공이 최근 무더기 상장폐지된 기업들에게 미친 영향과 투자자 피해 등의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기업사냥꾼이라 불리는 이들은 취약한 자본으로 인수할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빌려 인수해 자금을 융통해 돌려막기를 하는 불공정거래를 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이 종잣돈을 대면서 폭리를 챙기고 있다는게 이태규 의원 지적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2개 저축은행에서 고금리 주식담보대출이 집중되었다. 과거 텍셀네트컴(현 상상인)이 2개의 저축은행(상상인 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최근 3년간 무려 1조 8925억 원을 최고 24%의 금리로 주식담보대출을 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심각한 금융비용으로 업계에서는 정상적인 기업의 자금조달 금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금리라는 게 중론이다. 100억 원을 대출하면 연이자만 2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정상적인 운전 자금 공급보다는 무자본 M&A 등에 활용될 우려가 높다.
이태규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자본 M&A로 의심되는 42개의 인수건(39개 기업) 중 20개 기업이 이들 저축은행의 고금리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규 의원은 “수백만, 수천만 원의 매출 회사가 수백억 원대 코스닥 상장기업들을 인수한다. 그 인수자금으로 저축은행의 고금리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금융감독원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상장 폐지 결정된 11개 코스닥 상장사 중 9개 기업들은 최고 19%의 고금리로 총 1095억 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고, 연간 총 186억 원의 이자(17% 기준)를 부담해야 했다.
상장폐지 기업에 고금리 주식담보대출이 집중된 것은 상장폐지기업의 지배구조가 취약해, 차입인수를 통한 무자본 M&A에 사용됐다. 아울러 경영난에 허덕인 일부 대주주의 처지를 악용한 저축은행의 악덕 영업으로 기업의 경영사정이 더욱 악화되어 상장폐지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무자본 M&A 과정에서 주식담보대출 계약에 따라 빌린 자금을 못 갚거나,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반대매매를 실시하는데, 반대매매 시 주가는 폭락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C&S자산관리, 스틸플라워 등은 모두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반대매매를 했고, 결국 상장폐지로 개인투자자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
이태규 의원은 “기업사냥꾼들의 무자본 M&A 자금조달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저축은행의 고금리 주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이번에 상장폐지된 11개 기업에 대한 고금리 주식담보대출 중 잔액은 137억 원이다. 그간 저축은행들이 그동안 폭리를 취해왔지만 이제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을 위험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금융당국이 철저한 전수조사를 통해 코스닥 시장의 공정생태계를 조성하고 저축은행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감독행정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촉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