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P2P금융은 앞서 일부 업체에서 사기·횡령 사건이 발생한 데다 최근 연체율 증가로 위험성이 제기된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P2P대출 투자 상품의 경우 다수 피해사례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P2P업체 투자원리금 미상환에 따른 금융민원만 1179건 접수됐다. P2P금융과 관련된 대부분 사기·횡령 사건이 대출·투자업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만큼 금융플랫폼업체들의 대출·투자업체에 대한 정보 제공과 고객 유인도 더 치밀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기업 이름을 앞세운 금융플랫폼들은 여전히 정보 제공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나 고객 피해가 우려된다. 실제로 현재 이름 있는 금융플랫폼을 통해 P2P투자를 하고 있는 투자자들조차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SNS를 통해 한 유명 모바일 금융플랫폼의 투자상품 광고를 접하고 P2P분산투자 상품에 투자한 A 씨(28)는 “SNS에서 광고를 보고 간편한 방법으로 은행 이자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며 “그러나 플랫폼을 통해서는 투자 시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플랫폼은 비록 P2P대출업체의 상품을 소개하고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해당 금융플랫폼이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금융플랫폼들은 플랫폼 내에서 고객이 해당 업체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이 많다.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 플랫폼업체들에 시시때때로 구두지침을 내리고 있지만 아직 관련 법령이 정해지지 않아 법제도로 강제하기 힘든 현실이다.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캡처화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11월 말 카카오페이가 제공하는 P2P금융 상품 서비스가 실제로는 한 P2P대출업체에서 운영하는 것으로서, 카카오페이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리도록 구두지침을 내렸다. 고객이 카카오페이가 투자상품을 직접 운영·판매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금감원 핀테크지원실 관계자는 “P2P금융 상품에 대해 법제화돼 있지 않다보니 명확한 광고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도 “투자자 피해가 없도록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중요하거나 우려되는 부분은 구두지침으로 최대한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투자상품 제공업체의 사업정보 등을 투자자가 손쉽게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P2P대출 투자 상품은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므로 차입자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에 돌아간다. 또 업체가 폐업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우므로 해당 업체의 연체율이나 대출잔액, 재무현황과 전문가 보유 내역 등을 세밀히 확인해야 한다. 금융플랫폼들은 이 같은 요소들을 플랫폼 내에서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에 있지만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금융플랫폼들이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대기업 금융플랫폼의 실태를 살펴보면 현재 투자상품과 해당 업체에 대한 정보를 플랫폼 내에서 전부 확인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삼성페이는 링크를 걸어놔 상품 제공업체 홈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게 해놨지만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은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는 링크조차 구현해 놓지 않았다. 상품 제공업체의 홈페이지에 따로 방문해야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업체들은 “고객의 UI(User Interface·사용자 환경)와 접근 편의를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플랫폼이 복잡해지면 사용자 환경과 접근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지난 12일 ‘P2P대출 가이드라인 개정 방안 및 법제화 방향’을 발표하고 내달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정방안에 따라 플랫폼과 제공업체를 구분해 알리고, 업체의 사업정보 등을 알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가이드라인 시행 시점에 맞춰 다시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 개정방안에 따라 제공 정보 추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투자자들의 꼼꼼한 확인과 관련 법규 제정이라고 말한다. 또 투자자들이 대기업 타이틀을 믿는 경우도 많은 만큼 대기업 플랫폼업체들이 단순히 ‘플랫폼만 제공할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기보다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2P는 거래 편의성이 장점이지만, 금융사고도 워낙 많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플랫폼의 경우 상품을 내놓을 때 이런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등 금융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P2P 법제화로 ‘옥석 가리기’ 될까 금융당국이 P2P대출 업체들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3~9월 P2P 연계대부업자 178개에 대한 P2P대출 취급 실태 점검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하고, 법제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금감원은 P2P대출을 핀테크 산업으로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키로 했으나 법제화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금감원은 내달 1일부터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시행하고 현재 발의된 법안을 중심으로 금융위 대안을 마련, 법제화가 될 수 있도록 국회 입법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 개정안 시행과 법제화를 통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신사업이 시작되는 초기부터 여러 규제가 생기면 되레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도 “P2P의 경우 최근 규모가 커진데다 시장이 성장한 만큼 업계에서도, 투자자 측에서도 원하고 있어 가이드라인이나 법제화 논의가 타이밍상으로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